토이저러스 파산… 반면교사의 경제학

[비즈]by 모비인사이드

세계 최대 장난감 유통업체인 토이저러스가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했습니다. 장난감 왕국의 몰락…이라고 말하기는 다소 극단적이지만, 시사하는 바가 상당히 큽니다. 사견이니까 그냥 흥미로 봐주세요.

 

우선 몰락의 이유부터 짚고 가자면, 이는 장난감의 위기가 아니라 장난감 플랫폼의 위기 혹은 변화라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물론 아이들이 유튜브 등에 매료당하고 포켓몬고 게임 즐기는 것 알아요. 그러나 스마트폰이 장난감을 대체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스마트폰 게임, 혹은 유튜브의 키즈 콘텐츠 대부분 현실의 장난감 IP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 단적인 사례입니다.

 

결정적으로 장난감 사업은 지금도 성장하고 있습니다. 국내 장난감 업계 시장 규모는 연간 1조6000억원에 이르며, 지난해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발표에 따르면 키덜트(장난감을 모으는 성인) 시장은 지난해 기준 1조원을 넘기고 있습니다. 중국만 봐도 알아요. 중국 광둥성 완구협회는 2015년 중국 완구 소비시장 규모가 650억위안에 이르며 최근 몇 년간 중국 완구시장 성장률은 10~15%에 이른다고 합니다. 중국의 완구 수출액도 7대 전통 노동집약형 상품 가운데 유일하게 3.5% 증가했다고 합니다.

 

물론 미래가 되면 아이들이 가상현실 기기만 들고 노는 날이 올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당장은 아니고, 이러한 미래 전제는 토이저러스 파산의 이유가 되지 못합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장난감이 아니라 토이저러스의 문제라는 답이 나와요. 여기서 첫번째 반면교사의 포인트가 나옵니다.

토이저러스 파산… 반면교사의 경제학

#포인트 하나. 업의 본질이 가지는 역설

 

잠깐 다른 이야기를 하자면, 최근 디지털금융그룹 산하의 코인원은 오프라인 객장을 마련해 상당한 화제를 일으켰습니다. 온라인의 가상화폐를 실제 오프라인 사용자 경험으로 끌어왔기 때문입니다. 주식객장의 경험을 오프라인 실체가 없는 가상화폐와 연결했어요. 부동산 O2O 업체 다방도 서울 관악구에 다방케어를 만들었습니다. 온라인 중심 플랫폼 기업이 오프라인 사용자 경험을 정조준한 셈입니다.

 

[시사하는 것이 무엇일까요?]

 

먼저 온라인 기반 서비스에 향하는 일반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함입니다. 아무리 머리속에서 좋다고 생각하면 뭣합니까. 막상 눈에 보이지 않으면 모두가 막연한 불안감에 빠지는 것이 우리네 일상이 아닌가요. 코인원과 다방 케어센터 모두 비슷한 논리로 설명이 가능합니다. 널뛰는 가상화폐에 대한 불안함, 허위매물 리스크. 잡자는 거죠.

 

다음으로는 업의 본질입니다. 아마존이 참 잘하는 거죠. 온라인 사용자 경험을 오프라인으로 끌어오는 것.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이 오프라인 서점을 꾸리며 잘 보여줬습니다.

 

최근 O2O 스타트업의 트렌드이기도 한데요. 최초 O2O 스타트업들은 온라인에서 사업을 시작해 오프라인으로 진격하며 플랫폼 사업자를 자임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사업의 포인트를 더욱 오프라인으로 가져가고 있습니다. 여기어때의 좋은숙박연구소가 좋은 사례입니다. 배민라이더스의 배달의민족과 푸드플라이를 인수한 야놀자-배달통은 아예 오프라인 라스트마일까지 노리고 있고요. 이런 모델은 사업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플랫폼으로 만들어 소소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장점도 있습니다. 실질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시작되는 곳. 즉 업의 본질로 더욱 이동하고 있다는 겁니다. 제대로 오프라인 필드를 모르면 O2O 사업을 하기 어려운 시대. 이미 경쟁은 다시 시작된 겁니다.

 

이런 관점으로 토이저러스 사태를 조심스럽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자. 토이저러스는 정말 충실하게 업의 본질에 따랐던 회사에요. 2015년 최고경영자에 오른 데이브 브랜든은 “장난감의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는 일성을 날리며 토이저러스의 정체성을 강화했습니다. 아마존과의 제휴가 소송 등으로 점철된 후 ‘장난감’이라는 본질로 집중하기 시작한 겁니다.

 

최근 O2O 스타트업들이 보여주는 업의 본질과 토이저러스의 2015년은 닮았습니다. 그런데 토이저러스는 파산했어요. 어? 그러면 지금 O2O 스타트업들의 방식은 위험한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토이저러스 파산… 반면교사의 경제학

[인포그래픽] 한국 O2O의 모든 것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O2O 스타트업들이 업의 본질로 돌아오기 전 이미 온라인 중심의 플랫폼 사업 노하우가 있다는 점이 큰 차이입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미래방식에서 과거방식을 정복하겠다고 돌아오는 것은 ‘둘 다 가지겠다’는 뜻이거든요. 업의 본질을 위한 오프라인 필드에서는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일 수 있겠지만, 그래도 양쪽을 편차가 있어도 알고 있다는 것은 커다란 소득입니다.

 

토이저러스는 그렇지 못했어요. 장난감 산업은 크고 있지만, 플랫폼을 태생부터 오프라인에 두고, 우직하게 그곳만 갔습니다. 그러나 업의 본질이 만병통치약은 아니었던 겁니다. 어쩌면 당연한 말이에요. 우리는 ‘업의 본질, 오프라인을 알아야 승리한다’는 말을 하지만, 여기에는 함정이 있습니다. ‘온라인은 당연히 알아야 한다’는 전제. 토이저러스는 이걸 몰랐던 거라고 감히 말씀 드립니다.

 

#포인트 둘. 플랫폼이 문제?

 

여기서 반론이 나올 수 있습니다. “업의 본질에만 우직하게 충실했다고? 그러면 반드시 실패하는가? 게다가 토이저러스는 온라인에 충분히 집중했다고!”

 

날카로우시군요(누구한테 말하는 거여…죄송합니다.) 먼저 첫 질문. 업의 본질에 집중하면 반드시 실패하는가. 그런데 참 묘한 것이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쇼루밍과 역 쇼루밍 이야기까지 하지 않아도, 최근 롯데와 신세계 등이 보여주는 복합쇼핑몰 전략을 보자고요. 거기는 이미 놀이터에요. 키즈카페에 키덜트들을 위한 장소. 오락실에 각종 문화행사까지. 여기서 오프라인 유통공룡이 말하는 업의 본질을 잘 말해야 합니다. 그들이 말하는 업의 본질이란? 물건을 구입하는거? 그건 당연합니다. 이제 사람들을 자신들의 오프라인 왕국에 모으는 것으로 변했어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우리의 경쟁자는 야구장과 동물원이다”는 말을 한 이유입니다. 오프라인 사업자의 업의 본질은 오프라인에 사람들을 모으는 것. 그리고 이는 일정 정도 성공했습니다. 고양 스타필드에 몰리는 미친 인파를 보면서 여실히 깨닫죠. 업의 본질에만 충실해도 성공합니다.(물론 시간은 더 두고봐야겠지만, 극적인 변화는 훗날의 이야기일 가능성이 높음)

토이저러스 파산… 반면교사의 경제학

이미지: Getty images

그러면 토이저러스로 돌아와서, 이들은 왜 업의 본질에 집중했는데, 장난감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을 재미있는 매장으로 끌어오기 위해 노력했는데 왜 파산했나. 온라인을 몰라서? 그것도 영향을 미쳤지만, 어차피 오프라인에 온라인 사용자 경험을 더하는 것은 하면 플러스, 하지 않으면 제로입니다. 극단적인 마이너스는 아닙니다. 그렇다면 왜?

 

방식이 후졌기 때문이에요. 매장을 재미있게 만드는 것에는 성공했을 지 몰라도 일회성 이벤트, 성의없는 체험행사 등으로 일관했습니다. 이러면 쇼루밍이 벌어질 수 밖에 없어요. 이건 아주 간단한 이야기입니다. 할거면 복합쇼핑몰처럼 초거대 생활밀착형 플랫폼을 만들거나, 그것이 어렵다면 더욱 특화된 사용자 경험을 했어야 하지만 토이저러스 관련 이야기를 아무리 찾아봐도 인상적이고 지속적인 이벤트는 못 찾았습니다. 네. 업의 본질에 집중하는 것은 장난감 도사인 토이저러스도 어려운 일입니다. 업의 본질로 돌아가자는 O2O 스타트업이 얼마나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을지 상상하며 이 이야기는 여기까지.

 

다음 질문. 토이저러스는 온라인에 집중했다. 맞습니다. 먼저 자체 홈페이지도 만들었습니다. 또 아마존과 협력해 물량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윈윈했어요. 그런데 왜? 마찬가지로 방식이 후졌습니다. 자체 홈페이지는 버그에 오류에 그냥 만들지 않는 편이 나았고, 아마존은 뒷통수를 쳤으니까요. 어떻게? 토이저러스에게만 물량을 공급받기로 했는데 아마존이 통수 날리고 다른 장난감 플랫폼과도 손을 잡았거든요. 아마존은 시원하게 벌금내고 빙그레 웃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 아마존 통수를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좀 나간 해석이지만 전 이러한 사례야말로 플랫폼 사업자의 망 중립성을 공공의 권력이 일정정도 보장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논리의 중심으로 생각합니다. 현재 망 중립성 논란이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일단 강화로 가닥이 잡혔습니다.

 

그렇다면 ICT 플랫폼 사업자들, 그들의 망 중립성은? 이견이 있지만 ‘유연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말이 솔솔 나와요. 글로벌 ICT 기업과 싸우기 위해 네이버와 카카오 등의 플랫폼 중립성은 보장해야 한다.

 

네. 보장하는게 맞아요. 그런데 망 중립성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일정정도의 중립성은 필요합니다. 유럽에서 구글이 과징금받는거 보고 이런 말 하는 것 아닙니다. 최소한 검색 서비스의 망 중립성은 존재해야 아마존의 토이저러스같은 통수가 벌금 몇푼으로 커버되는 일은 없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추후 관련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는 분위기인데(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련 법안 발의를 준비하는 것으로 압니다) 이건 좀 심층적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포인트 셋. 그래서 월마트가 걱정된다

토이저러스 파산… 반면교사의 경제학

장황하게 쓰다보니 결론은 하나네요. 토이저러스의 모든 방법이 후졌다? 그런데 이것 말고는 설명이 되지 않아요. 쌀값이 올랐는데 사거리 쌀가게 주인이 돈을 못번다? 그런데 옆집 쌀집은 돈을 잘 번다? 사거리 쌀가게 주인이 돈을 벌지 못하는 이유는 좀 명확해지죠? 판매방법의 문제.

 

여기서 업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를 떠나, 토이저러스의 온라인 전략을 곰곰히 살필 필요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홈페이지 만들었다가 잘 않되니 아마존과 협력했으나 통수맞은 사연. 뭔가 ‘온라인 전략을 하고 싶다’는 마음은 읽히는데, 주변만 빙빙 돈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네. 방법이 후진데다 어설프다는 뜻입니다. 특히 홈페이지 만들었던 것은 정말 어설프게 따라한겁니다.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업의 본질도 상당히 중요하거든요!

 

월마트가 생각납니다. 아마존이 홀푸드 인수한 것과 월마트가 온라인 전자상거래 업체들을 인수하는 장면이 흔히 대결로 비쳐지는데, 저는 그런 해석 반대입니다. 자세한 로드맵을 떠나서, 딱 하나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소극적 전략’

 

생각하자고요. 아마존은 전자상거래. 즉 온라인에 기반을 둡니다. 그리고 공격적으로 오프라인에 넘어왔어요. 그러자 월마트는 제트도 인수하며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선후를 살펴보면 아마존이 먼저입니다. 그리고 월마트는 대응했어요. 첫번째 패착. 월마트는 아마존이 오프라인을 넘보자, 그제야 무거운 엉덩이를 일으켰습니다. 물론 커런트 동맹이라던가, 기타 온라인 전략 했지만 실질적인 대응은 아마존의 오프라인 공략과 동시에 벌어졌습니다.

 

거칠게 말하면 ‘할 수 있었는데 하지 않았다가, 상황이 변하니 이제야 시작한’ 겁니다. 글쎄요. 단언하기 어렵지만 이건 필패입니다. 준비도 준비지만, 이건 방어의 개념이거든요. 게다가 더 큰 문제는 온라인에서 시작한 아마존이 전자상거래 이상을 보고 있다는 겁니다. 클라우드까지 가진 이들은 이제 인공지능 플랫폼이자 종합 ICT 플랫폼 기업이에요. 그런데 월마트는 아마존의 전자상거래 침공에만 대비해 좁은 전장에서 싸우고 있어요. 그러니 두번째 패착이 나옵니다. 이 모든 방식이 어설퍼집니다.

 

예를 들자면 국내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등장하자 기존 은행들이 이제야 간편한 사용자 경험을 준비하는 것이 있겠네요. 할 수 있었는데 하지 않다가 나중에 대응해서 소극적 방어를 시작하면, 전장이 좁아지고 자신이 속한 필드에서만 놀 수 밖에 없습니다. 당장은 기업금융을 쥔 기존 은행이 여전히 강자겠죠. 그러나…그러나 앞으로도 계속?

 

결론적으로 토이저러스는 플랫폼의 성격을 정하는 순간 우왕좌왕했고, 그 연장선에서 판매의 아마추어리즘을 노출했습니다. 글쎄요.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당연히 모르지만 이것 하나만은 알고 있습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모두 알고 세련되고 일관적인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쪽이 이긴다’ 무쟈게 어렵죠. 하지만 역경없이 새로운 왕좌를 차지할 수 있겠습니까.

 

By 최진홍

2017.10.03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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