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매장의 고민, 고객의 시간을 잡아라

[테크]by 모비인사이드
정근호 팀장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Zdnet에서 10월15일에 게시된 뉴스가 이 글의 출발점이 됐습니다. 바로, 일본의 맥도날드가 넷플릭스와 협력해 매장 방문 고객에게 일부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한다는 것이지요. 동영상 뿐 아니라 게임도 제공합니다.

관련 기사: 日 넷플릭스-맥도날드, 공짜 영화 쏜다(ZDNet)

이 뉴스에 대해서는 ‘NextMedia’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하며 미디어 업계에서는 유명한 #미디어가이가 잘 정리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최근 이와 유사한 주제로 ATLAS에서도 ‘푹(Pooq), B2B2C 상품으로 시장 확대 추진‘라는 제목으로 보고서를 쓴 적이 있습니다. 이러한 글들을 기반으로 약간의 제 생각을 추가하여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오프라인 매장, 고객의 시간을 아직 완전히 장악하지 못했다

오프라인 매장을 보유한 업체들에게는 어떻게 하면 보다 효과적으로 더 많은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인가, 회전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인가, 단위 고객당 매출을 높일 것인가, 그리고 재방문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인가 등이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러나 고객이 상품을 구매하고 떠나버리면 끝인 일반 상점과 달리 고객이 서비스를 제공받는데 일정한 시간이 걸리는 식당, 미용실, 병원 등은 많은 방문객과 높은 회전율도 중요하지만, 고객당 대기시간을 최소화하고 서비스를 제공받는 시간동안 무료함을 달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만족도를 높일 방안이 필요하게 됩니다. 이는 결국 재방문으로 이어지게 되죠.

 

이 점에서 본다면 그리고 최근 몇년간 O2O, 그리고 온디맨드(On-Demand)라는 이름으로 등장한 여러 형태의 예약 및 사전주문 서비스들이 매장주의 니즈를 어느 정도 해소시켜 준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매장에 머무르는 시간 전체에 대해 고객의 만족도를 높여주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서비스 그 자체입니다. 식당이 아무리 화려해도 맛이 없다면) 예약을 했어도 앞의 손님 때문에 대기 시간이 길어질 수 있고, 서비스 제공 시간도 여러 변수에 의해 더 늘어날 수 있습니다.

 

이에 오래 전부터 각각의 매장들은 고객의 지루함을 덜어주기 위해 신문, 잡지, 인터넷 PC 등을 제공했으나, 한계가 있었습니다. 잡지나 신문은 수량에 한계가 있고,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PC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대기실 등에 설치한 공용 TV는 각각의 고객들이 선호하는 TV 프로그램이 다르다는 문제가 있지요. 또한 PC의 경우 공용단말이라는 점으로 인해 불법 콘텐츠 이용, 바이러스 감염 등의 문제도 있습니다.

오프라인 매장의 고민, 고객의 시간을

이런 것을 아직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의 확산을 계기로 매장 내 방문 고객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WiFi가 새로운 대안으로 확산됐습니다. 특히 이는 최초 접속 시 입력하는 고객 정보를 통해 마케팅 용도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제 무료 WiFi를 제공하지 않는 매장을 보는 것이 더 어렵죠.

 

그러나 무료 WiFi는 고객이 이용하는 서비스를 매장주가 직접 통제할 수 없기에 추가의 수익을 위한 발판으로 활용할 수 없다는 단점이 존재합니다. 고객은 자신이 보유한 스마트폰을 통해 평소에 이용하던 서비스를 즐길 수 있지만, 매장주 입장에서는 고객이 뭘 하는지 볼 수 없다는 것이지요.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이에 킬링타임(killing time)용 서비스를 매장주, 또는 제휴업체가 직접 제공하게 함으로써 새로운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방안이 주목받기 시작합니다. 특정 매장에서만 이용할 수 있는 콘텐츠나 게임 아이템 등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즉, 매장주가 고객의 매장 내 체류 시간을 모두 장악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스타벅스, 오프라인 매장의 지향점을 제시하다

이 부문에서 가장 앞서 있는 업체는 바로 스타벅스입니다. 스타벅스는 이미 2010년부터 ‘SDN(Starbucks Digital Network)’이란 것을 만들고 미국 내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들에게 무료 WiFi와 디지털 신문, 잡지, 동영상 등의 콘텐츠를 무료 제공하고 있습니다. 스타벅스는 뉴스나 엔터테인먼트 등의 콘텐츠 제공을 위해 뉴욕타임즈, 월스트리트저널, USA Today 등과 콘텐츠 계약을 체결했으며, ESPN의 일부 콘텐츠와 마블코믹스의 만화, 스트리밍 음악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스타벅스의 디지털 전략은 직접적으로 추가적인 상품 구매를 유도하기 보다는 매장 내 이용경험을 향상시킴으로써 유저들의 충성도를 높여 재방문을 유도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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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에서 접속한 SDN. 좀 옛날 사진입니다. (출처: Mashabel, 2010.08)

스타벅스는 한발 더 나아가 지난 2016년 9월 초 ‘Upstanders’라는 제목의 오리지널 동영상 콘텐츠까지 공개했습니다. 미디어 업체들의 영향력 하에 있는 동영상 콘텐츠에 PPL(Product Placement)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미디어 업체들과는 독립적으로 배타적인 콘텐츠의 유통을 시도함으로써 기존 고객에게 추가의 혜택을 제공하고, 아직 스타벅스의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고객들에게는 새롭게 이용할 동기를 부여한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이번 일본 맥도날드의 시도 역시 유사한 맥락으로 볼 수 있습니다. 게임과 동영상이라는 콘텐츠 제공 혜택을 통해 매장을 방문하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입니다. 일본 맥도날드는 포켓몬고를 통해서도 재미를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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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에서의 포켓몬고!! (출처: https://goo.gl/GRLMDB)

이러한 전략은 어떤 면에서는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맥도날드뿐 아니라 수 많은 매장에서 이미 LBS 기반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맥도날드와 넷플릭스의 제휴는 매장 내 무료 WiFi를 통한 배타적 서비스 제공이 게임(아이템)과 쿠폰 등에서 벗어나 보다 다양한 범위로 확대되고 있는 것을 보여줍니다.

국내에도 푹존(Pooq Zone)이 존재한다

국내에서도 유사한 접근법이 지난 9월 등장했습니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주축이 되어 OTT 서비스 푹(Pooq)을 제공하는 콘텐츠연합플랫폼이 카페, 미용실, 병원 등에서 방문 고객을 대상으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B2B2C 상품인 ‘푹존’을 제공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매장을 방문한 고객들은 별도의 가입이나 로그인 절차 없이 푹이 제공하는 동영상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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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존의 홍보 이미지 (출처: https://goo.gl/7u4Vky)

‘푹존’ 서비스는 오프라인 매장주의 고민과 스타벅스로 대표되는 일부 선도적인 업체의 디지털 콘텐츠 전략을 반영하여 개발한 것으로 보입니다. B2C가 아닌 B2B2C 상품으로 접근하여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 하는 것이지요.

 

국내 OTT 시장은 통신사업자들이 자사 가입자에게 사실상 무료로 서비스를 번들링하기 시작하면서 지불의향이 상당히 낮게 형성됐습니다. 이에 푹은 지난해 6월 통신사업자의 모바일TV 서비스에 콘텐츠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데, 이는 콘텐츠연합플랫폼이 홀로서기에 충분한 수익모델을 만들어야 함을 의미합니다. 어찌됐든 푹의 유료가입자는 지난 해 10월 26만명에서 올해 4월 기준 37만명으로 증가했고, 국내 OTT 서비스 중에서도 이용시간이 다른 서비스보다 앞서는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말씀드렸듯이 아직도 지불의향은 낮은 상황이기에 더 많은 유료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수단이 필요합니다. 이 점에서 푹존 서비스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B2B2C로 접근해서 지불의향이 낮은 실이용자들에게는 무료 서비스를 통해 체험기회를 확대하고 실제 수익은 매장으로부터 실현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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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존 요금제. 돈은 매장이 냅니다.. (출처: 푹존)

특히 무료 서비스를 체험하고 유료 개인고객으로 가입하게 될 경우 콘텐츠연합플랫폼이 발생하는 수익 중 일부를 매장과 공유한다면 각 오프라인 매장의 적극적인 자발적 마케팅 효과도 가능합니다. 이는 넷플릭스가 호텔의 각 방에 설치된 TV나 비행기에서의 In-Flight Entertainment 시스템에 자사 서비스의 무료 이용권을 제공하는 것과 동일합니다.

 

식당 말고 병원에서도 이 같은 모델이 효과를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일상적인 치료가 아닌 입원 경험이 있으신 분들은 대부분 아시겠지만, 병원에 있으면 정말 심심합니다. 환자뿐 아니라 보호자도 마찬가지입니다. 공용TV가 있지만 서로 원하는 채널 보겠다고 싸우게 되지요. (그래서 병원은 병실에서는 TV를 없애고 휴계실에만 놓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TV도 동전 넣어야 일정 시간 작동되고요. 돈 넣은 사람이 채널 주도권을 가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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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전 넣는 사람이 채널 주도권을 갖습니다. ^^ (이미지 출처: https://goo.gl/XTPXdm)

지루함을 느끼는 이들에게 자기의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통해 데이터 걱정없이 원하는 방송을 볼 수 있게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호응이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입원이라는 점에서 재방문율이 낮을 것이고 그래서도 안되겠지만, 적절히 서비스 무료 이용을 조절한다면 효과는 있겠지요. 상품 구성도 다양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체 콘텐츠 모두를 볼 수 있는 것뿐 아니라 약간 저렴하게 특정 드라마 몰아보기 상품을 제공한다면 어떨까요?

 

다만, 한가지 걸림돌도 있습니다. 동영상의 경우 데이터 트래픽이 많이 발생하기에 통신사업자와의 갈등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시장이 개화될 조짐을 보이면 IPTV와 OTT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신사업자들이 기업용 회선과 번들링해 더 싸게 제공하려 할 수도 있습니다 (이건 매장 입장에서는 좋은 것이군요).

 

암튼, 이제 오프라인 상에서 고객을 접하게 되는 모든 매장들 입장에서는 고객을 끌어들이는 것뿐 아니라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고 고객의 시간을 장악해서 수익을 추구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OTT를 비롯한 여러 IT서비스들도 나름대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글. 정근호

2016.10.21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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