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 가기

[ 이슈 ]

'성완종 리스트' 홍준표·이완구 둘다 '무죄'…왜?

by머니투데이

故 성완종 회장 생전 진술의 신빙성·증거인정 여부가 최대 쟁점 

'성완종 리스트' 홍준표·이완구 둘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좌)와 이완구 전 국무총리 /사진=뉴스1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63)와 이완구 전 국무총리(67)가 22일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성 전 회장이 숨지기 전 남긴 메모인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와 그가 한 일간지 기자와 나눈 인터뷰 내용에 신빙성이 있는지 여부, 그 메모 등을 형사재판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지 여부는 2년 넘게 진행된 재판의 최대 쟁점이었다.

 

현행 형사소송법 제314조는 재판에 나와 진술을 해야 할 사람이 사망하는 등의 이유로 진술을 할 수 없을 때는 조서 및 그 밖의 서류를 증거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다만 그 진술 등이 특신상태(특별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행해졌음이 증명된 때에 한해 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

 

일방의 주장을 재판 증거로 사용할 수 없는 만큼 공소사실과 관련된 주장은 법정에서 해야 하고, 피고인이 그 주장을 반박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되지 않으면 방어권에 제한이 생기는 만큼 진술 등에 대한 증거 능력을 엄격히 따져야 한다는 취지다.

 

홍 대표와 이 전 총리의 1심을 맡은 재판부는 각각 성 전 회장의 생전 발언 등의 증거 능력을 인정했다. 이에 1심에선 홍 대표에게 징역 1년6개월의 실형, 이 전 총리에게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그러나 2심은 다른 판단을 내렸다. 홍 대표 사건을 심리한 2심 재판부는 성 전 회장의 생전 발언에 증거 능력이 있다고 판단했지만, 금품을 전달한 것으로 지목된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의 진술을 믿을 수 없다는 이유로 홍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윤 전 부사장이 돈을 전달한 경위에 대해 진술을 수차례 변경한 점, 진술 자체에도 모순이 있는 점 등을 판단 근거로 들었다. 윤 전 부사장은 금품 전달 당시 상황에 대해 '국회 남문에 있는 의원회관 남쪽 지하 1층 출입구를 통해 의원회관에 들어갔다'는 취지로 진술했지만, 당시 의원회관 증축공사가 진행중이었던 탓에 윤 전 부사장 말처럼 의원회관으로 들어가는 것이 불가능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전 총리 2심을 맡은 재판부는 성 전 회장의 생전 발언을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성 전 회장은 자신에 대한 수사의 배후가 이 전 총리라고 생각해 강한 배신과 분노의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며 성 전 회장 발언 중 이 전 총리 관련 부분은 형사재판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성 전 회장 발언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가 "지난번 보궐선거 때 한나절 정도 선거사무소에 가서 돈을 줬다"고 진술했지만 일시를 특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전달한 금액에 대해 "한, 한, 한 3000만원"이라고 말했는데 이 역시 다른 정치인들 관련 진술과는 차이가 있어 금액을 구체적으로 특정해서 말한 것이라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대법원도 홍 대표와 이 전 총리에 대한 2심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법조계 일각에선 이번 판결을 두고 대법원이 지나치게 엄격하게 법리를 적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죽음을 앞둔 사람이 한 말은 신빙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대법원의 판단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정수 기자 jeongsuhan@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