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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노트 다섯 페이지에 고치고 다시 쓴 이재용 최후 진술…방청석 '눈물'

by머니투데이

노트 다섯 페이지에 고치고 다시 쓴

27일 항소심 결심공판에 출석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머니투데이 DB

"모든 게 다 제 불찰입니다. 준엄한 재판을 받는 제가 감히 부탁드려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몸이 묶인 두 분, 특히 최지성 실장과 장충기 사장께 최대한 선처를 부탁드립니다. 법적으로 가능하다면 두 분을 풀어 주시고 그 벌을 저에게 다 엎어 주십시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7일 열린 자신의 항소심(2심) 결심 공판 최후 진술에서 이같이 낭독하자 방청석 일부에서는 흐느낌이 들려왔다.

 

기업인으로서 지녔던, 못 다 피운 꿈을 읊은 뒤 이번 사안과 관련해 모든 법적, 도덕적 책임을 지워달란 이야기에 이 부회장 뒷 좌석에 앉아있던 장충기 삼성 전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은 잠시 천장을 올려다봤고 최지성 삼성 전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은 시선을 잠시 아래로 떨궜다.

노트 5페이지 분량에 담긴 이 부회장 최후 진술…자필로 여러번 고친 흔적

이날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정형식)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 등 삼성 전현직 임원에 대한 결심 공판은 오전 10시에 시작해 오후 7시가 다 되어서야 끝이 났다.

 

이 부회장과 박상진 삼성전자 전 대외협력담당 사장(전 승마협회장)에 대한 피고인 신문이 있은 후 특검 측 의견진술과 구형, 변호인 측 의견진술과 피고인 최후 진술로 재판이 마무리됐다.

 

항소심 이후의 상고심(3심)은 법률심이다. 피고인들이 직접 법정에 참석해 변론하는 것은 선고일을 제외하곤 이날이 사실상 마지막이다. 따라서 이 부회장의 그야말로 '마지막' 진술에 관심이 집중됐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후 6시35분쯤 담담한 표정으로 직접 자리에서 일어나 약 10분 동안 최후진술을 이어갔다. 특검 측의 1심 때와 마찬가지인 12년 구형이 있은 뒤였다.

 

1심 때와 마찬가지로 최후 진술은 이 부회장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최후진술은 얇은 노트 약 5페이지 분량으로 자필로 직접 작성하고 군데군데 고쳤다 다시 쓴 흔적으로 빼곡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0개월 동안 그 동안 접해보지 못한 일들을 겪으며, 그리고 사회에서 접하지 못한 사람들 인생 이야기를 들으면서 평소 제가 생각한 것보다 많은 혜택을 누린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운을 뗐다.

 

이어 "외람되지만 기업인으로서의 꿈을 말씀드리겠다"며 "선대회장이신 이병철 회장님이나 이건희 회장님과 같이 능력을 인정받아 우리나라를 위해 조금이라도 더 헌신하고 제가 받은 혜택을 나누는 참된 기업인으로 인정받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이는 전적으로 제 자신에게 달려있는 일로 제가 잘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대통령이 도와주면 제가 성공적인 기업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단 어리석은 생각은 안했고 이것은 정말 억울하다"고 말했다.

 

어느 누구의 힘을 빌릴 생각도 없었고 빌리지도 않았을 뿐더러 뇌물을 주고 청탁을 할리 만무하다는 항변이었다.

 

억울함을 호소하는 대목에서는 목이 메이는 듯 잠시 물을 마시기도 했다. 다만 울먹였던 1심 때에 비해서는 다소 차분한 어조로 재판부를 응시하며 준비해온 내용을 읽어 내려갔다.

 

이 부회장은 "실타래가 꼬여도 엉망으로 꼬였다"며 "바닥까지 떨어져 버린 기업인 이재용의 신뢰를 어떻게 되찾을지 생각하면 막막하다"고 말하면서도 모든 책임은 자신에게 돌렸다.

 

그는 "모든 것이 저와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시작됐다"며 "원해서 간 것이 아니고 오라고 해서 간 것뿐이지만 제가 할 일을 제대로 못챙겨 모든 법적 책임과 도덕적 비난도 제가 다 지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준엄한 재판을 받는 제가 감히 부탁드려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몸이 묶인 두 분, 특히 최지성 실장과 장충기 사장께는 최대한 선처를 부탁드린다"며 "가능하다면 두 분을 풀어주시고 그 벌을 제게 다 엎어 달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의 진술이 끝나갈 때쯤 방청석 일부에서는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오기도 했다. 재판이 모두 끝난 뒤 이 부회장은 변호인단과 인사를 나눴다. 그 뒤 특검 측 자리로도 가 박영수 특별검사 등과 악수를 나누며 "수고하셨다"고 말하며 퇴정했다.

변호인 "이 사건 후원을 정경유착이라 규정짓는데 동의할 수 없어"

이날 이 부회장의 최후 진술에 앞서 변호인단은 최종 의견진술을 진행했다. 17페이지 분량의 원고로 약 25분간 이어졌다.

 

변호인단은 이 사건이 '정경유착의 정형'이라는 특검 측 주장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인재 법무법인 태평양 대표 변호사는 "(1심 판결문에서) '대통령의 적극적인 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했다'는 피고인들이 어떻게 국정농단의 주체가 될 수 있겠나"라며 "피고인들이 국정농단 사태의 본체라거나 주범이라 규정하는 것은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칭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이어 "국가의 원수로서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으로부터 문화, 스포츠 융성을 위한 후원을 요구받고 어쩔 수 없이 그대로 따른 것이 이 사건 실체적 진실"이라며 "그런 대통령이 불법적인 정치자금이나 개인비자금을 달라는 것도 아니고 국정과제로 강조해온 분야 후원금을 요청하는데 어느 기업이 거절할 수 있겠나"라고 강조했다.

 

특검 측의 공소장 변경도 꼬집었다. 이 변호사는 "특검은 1심에서 1회, 2심에서 3회 등 모두 4회씩이나 주요 사실관계와 법리 전반에 걸쳐 공소장을 변경했다"며 "승마지원 부분에 대해서는 제1, 제2 예비적으로까지 변경했는데 이 사건 공소사실이 얼마나 허구적이고 작위적인 것인지 특검 스스로 드러냈다"고 말했다.

 

또 "의혹제기는 한 줄 문장만으로도 충분하지만 그 의혹을 해소하려면 수십 장의 문서와 증거가 필요한 것이 현실"이라며 "피고인들을 더욱 고통스럽게 한 것은 정작 피고인들이 제대로 의혹을 반박하기도 전에 이미 많은 사람들은 의혹을 진실로 믿고 있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서울법원종합청사 중법정에 마련된 결심 공판 방청석 100여 자리는 빈 자리가 거의 없을 정도로 가득찼다. 취재진이 대다수였고 일반 시민 방청객, 법무법인 관계자, 삼성전자 관계자 등이 자리했다. 영하 10도를 넘나드는 날씨에도 불구, 오전 4시 법원 청사 개방때부터 대기줄이 생겨날 정도로 관심이 뜨거웠다.

 

2심 선고일은 2018년 2월5일 오후 2시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박보희 기자 tanbbang15@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