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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크 ] 4차산업혁명 핵심 경쟁력 '데이터'

2시간 뒤 강남대로 막힐까? 예측하는 내비의 비밀은

by머니투데이

[편집자주]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는 연간 36조원을 데이터에 쏟아 붓는다. 4차산업혁명의 동력인 ‘데이터’ 경쟁을 위해서다. AI(인공지능), 자율주행차, 스마트팩토리 등 곧 도래할 지능정보사회는 수없이 쌓인 데이터로 움직인다. 데이터는 미래 사회의 기반이자 국부다. 정부가 4차산업혁명 대응을 위해 DNA(데이터-네트워크-AI) 프로젝트를 내세운 이유도 이 때문이다. 4차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하기 위한 세계 각국의 데이터 전쟁이 시작됐다.

 

# 서울 시내 교통 정체가 극심한 토요일 오후 3시, 강남에서 열리는 후배 결혼식에 가야하는 A씨는 외출 준비를 하며 스마트폰 모바일 내비게이션(이하 모바일 내비)을 켠다. ‘언제 갈까’ 메뉴를 열어 도착 시간 2시 45분, 출발지 서울 은평뉴타운 , 목적지 강남역 결혼식장을 각각 입력하니 ‘1시 25분이 소요되니 오후 1시20분에 출발하면 된다’는 메시지가 뜬다.

 

타임머신을 타고 미리 가본 것도 아닌데, 모바일 내비는 어떻게 이같은 시간 예측 서비스가 가능할까. 답은 빅데이터다.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이동 관련 데이터들을 차곡차곡 수집돼 정교한 통계 데이터가 되고, 이를 근거로 가장 유사한 상황을 추정해 예측했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서비스다.

 

 

◇T맵 ‘언제갈까’ 서비스 속 숨은 비밀은=월 평균 1000만명이 이용하는 국민 모바일 내비 ‘T맵’도 같은 원리다. T맵 서버에는 매 시간 150만건의 목적지 검색과 1억2000만건의 GPS(위성항법장치) 위치 정보가 쌓인다. 수년간 쌓여온 이용자들의 위치, 경로, 속도 데이터와 전국 도로 정보 등이 T맵의 분석 알고리즘을 거쳐 이번 주 토요일 오후 은평에서 강남까지 걸릴 시간을 예측해 제공하는 식이다.

 

출발할 때 제공하는 도착 시간 예측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현재 시점의 이동 경로별 속도만 반영하는 게 아니라 목적지까지 이동 경로 중 5분 후, 10분 후 거쳐 갈 도로에서의 지나갈 미래 시점의 속도를 예측해 반영한다.

 

만약 도로 앞 추돌사고 등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 어떨까. 실시간으로 수집되는 이용자들의 위치, 속도 정보를 반영해 최적의 경로를 재탐색해준다. 수백만명의 이용자 정보는 3초마다 수집되고 5분마다 새경로에 반영된다. 이런 원리로 T맵의 소요 시간 예측 정확도는 무려 85%에 달한다. 알게 모르게 모바일 내비처럼 빅데이터는 이미 우리 일상 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불법 좌회전 많은 곳’ 알고 봤더니…빅데이터가 바꾸는 세상=T맵 등 모바일 내비 빅데이터는 길찾기 서비스 뿐 아니라 도로 신호체계 개선 등 교통분야 다양한 곳에 활용될 수 있다. 가령, 제주도의 유명 관광지 에코랜드 테마파크로 들어서는 2차선 도로에서는 불법 좌회전이 유독 많다. 전방에 U턴 신호가 있지만 한참을 돌아야 해서 신호를 위반하고 목적지로 가려는 운전자가 많아서다. 이곳에 좌회전 신호를 만들면 이용자들이 편리하게 목적지로 갈 수 있을 뿐 아니라 신호 위반에 따른 사고 위험도 줄일 수 있다.

 

T맵 빅데이터가 찾아낸 도로 신호체계 개선 후보지다. SK텔레콤은 T맵에서 측정한 위치 정보, 도로 정보 등을 종합, 분석해 비정상적으로 교통 법규 위반이 많은 지역이나 속도 위반 사례가 많은 곳의 데이터를 관할 부처에 제공해 신호체계, 제한속도 변경 등을 건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택시’ 손짓 호출 없앤 ‘카카오택시’ 데이터의 힘=1600만 가입자를 확보한 카카오택시(카카오T). 하루 평균 150만 건, 지난 2년간 3억3375만건의 호출이 일어난 카카오택시의 출발지, 목적지, 이동경로 데이터는 국내 주요 상권 특징과 흐름을 보여줄 수 있는 빅데이터로 꼽힌다.

 

이태원, 홍대로 가는 카카오택시 호출 수가 가장 많은 날은 명절도, 연말도, 크리스마스도 아닌 핼러윈 이벤트 때다. 현대백화점 판교점과 하남 스타필드는 대규모 백화점, 쇼핑몰이 개장한 이래 호출 수가 급증하며 새로운 상권으로 자리매김했다. 가로수길 내부에서 택시를 호출하거나 도착하는 수요는 감소한 반면 인근 신사역 택시 출·도착은 급증해 미묘한 상권이동을 읽을 수 있다. 특히 주말 마트나 백화점 이용이 많을 것이란 사회 통념과 달리 내비게이션 카카오맵 데이터에 따르면 평일에 마트, 백화점을 방문하는 비율이 5%p 더 높았다. 이들 정보는 모두 카카오T의 빅데이터 시스템으로 분석된 정보로, 매장 확보나 마케팅 등에 더 없이 요긴한 정보다.

 

정하웅 카이스트 석좌교수는 “사람들은 검색할 때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며 “디지털 데이터의 장점은 설문조사 등의 무의식적인 편견이나 왜곡이 걸러질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특히 위치 정보, 주행거리, 택시 호출 수 등 디지털로 자동으로 수집되는 데이터의 경우 신뢰도가 매우 높다고 강조했다.

 

이종갑 SK텔레콤 T맵사업본부 팀장은 “T맵의 경우 목적지를 검색하고 이용자가 그 장소에 직접 갔는 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고 이동경로를 알 수 있기 때문에 보다 타겟팅 효과가 높아 사업 파트너들이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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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차산업혁명 시대…데이터는 자본이다=‘데이터 혁명’ 시대가 열렸다. T맵, 카카오T 사례처럼 데이터는 이미 우리 생활 곳곳을 편리하게 만드는데 활용되고 있다. AI(인공지능), 자율주행, 스마트시티 등 4차산업혁명 시대 핵심 서비스 기반 역시 ‘데이터’다. 얼마나 많은 정형·비정형 데이터를 모으고 어떻게 적절히 분석·활용할 수 있느냐에 따라 국가나 기업의 미래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른바 데이터가 국부(國富)나 다름없다.

 

구글, 아마존, 애플 등 글로벌 공룡 기업들이 빅데이터와 인재에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는 이유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들도 국가 차원의 지원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반면 국내의 경우 인식이나 활용 수준에서 아직 걸음마 단계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개별적으로 빅데이터 센터를 구축, 운영하고 있지만 대다수의 기업들은 빅데이터 활용은 커녕 기본적인 데이터 수집, 관리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

 

한국정보화진흥원(NIA) 관계자는 “국내 기업의 빅데이터 시스템 도입율은 5.8%에 그치고 있다”며 “대부분의 기업들이 빅데이터를 관리한 인력이나 투자를 할 수 있는 여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김은령 기자 taurus@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