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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예 ] 부글부글리포트

연예인이 '벼슬'입니까…
'특혜' 논란 왜?

by머니투데이

"대통령도 줄서서 식사"…

'절차의 공정성' 인식 체화, 국민 납득 못해

연예인이 '벼슬'입니까… '특혜' 논

"연예인은 좋겠네요. 면접 안 봐도 합격하고…."


대학원생 김동환씨(가명·29)는 최근 가수 정용화씨(29) 논란을 보며 씁쓸한 기분을 감출 수 없었다. 대학원 면접을 봤을 때가 떠올라서다. 당시 김씨는 전공 과목과 관련된 책을 다독하고 A4 용지에 자기 소개와 지원 동기, 향후 학업 계획,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등을 깨알 같이 적어 암기했다. '다대다 면접(면접관 다수와 지원자 다수가 면접을 보는 것)'은 약 20여분간 긴장감 속에 진행됐다. 김씨는 "연예인이 벼슬도 아닌데 특혜를 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연예인 특혜 논란이 뜨겁다. 연예인이란 이유 하나만으로 일반인과 다른 대우를 받는다는 소식이 잦아지며 국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고 있는 것. '단골 메뉴'였던 대학 입학부터 병원 면회 등에 이르기까지 사례도 다양하다. 전문가들은 촛불집회 등을 거친 국민들의 '절차의 공정성'에 대한 인식이 강해져 공분하는 것이라며 홍보 효과를 노리고 특혜를 부추기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예인이 '벼슬'입니까… '특혜' 논

배우 박수진씨. /사진=뉴스1

박수진이 논란 점화, 정용화로 더 커져

연예인 특혜 논란에 불을 당긴 것은 배우 박수진씨다. 지난해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글이 온라인에 퍼지며 논란이 시작됐다. 박씨가 조산한 첫째아들이 신생아 중환자실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는데, 신생아 부모만 면회할 수 있는 병원 규정을 어기는 등 특혜를 받았다고 주장한 것. 이에 박씨가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했다"며 사과까지 했지만, 관련해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여기에 연예인 특혜의 '단골 메뉴'인 대학 입학 의혹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더 커졌다. 지난해 아이돌 가수 정용화씨가 경희대 일반대학원 응용예술학과 박사과정에 입학하면서 면접에 응시하지 않았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특혜 논란이 불거졌다.

 

머니투데이가 단독 입수한 '2017학년도 경희대 일반대학원 응용예술학과 박사과정 전기신입생 평가서(추가전형)'를 보면 정씨가 불참했다는 면접 전형 점수는 90.6점이다. 정씨의 소속사 측은 "교수가 소속사 사무실에 찾아와 이게 면접이라고 말해 면접 시험장에 나가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출장 면접 특혜'냐며 논란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이에 경희대는 입시 규정 위반이 맞다며 조사 후 입학 취소까지 고려하고 있다.

연예인이 '벼슬'입니까… '특혜' 논

/삽화=김현정 디자이너

홍보효과 노리고 특혜…국민들 '부글부글'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직장인 이선민씨(34)는 "연예인이 무슨 벼슬도 아니고 특혜를 주는 것은 불공평하다"며 "누군가는 그로 인해 피해를 볼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직장인 박진우씨(36)도 "연예인들이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영향력이 큰 만큼 더 모범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소재 한 연극영화과에 재학 중인 박모씨(21)는 "같은 과에 연예인이 있는데, 전공 수업도 결석이 잦다"며 "일반 학생들 같으면 거의 F를 받을 수준인데 어떻게 계속 잘 다니는지 궁금하다. 특혜를 주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연예인들에게 특혜를 주면서까지 끌어들이는 이유는 '마케팅 효과' 때문이다. 지방의 한 대학 관계자 최모씨(39)는 "연영과 같은 경우 연예인이 입학하면 '누구누구가 다니는 학교'란 식으로 인지도가 크게 상승한다"며 "그래서 수업에 제대로 참석하지 않아도 홍보 효과 때문에 놓지 못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소재 한 레스토랑 대표 이모씨(45)도 "지난해 한 여배우가 가게를 방문해 메뉴를 서비스로 많이 제공해줬다"며 "사인을 받고 사진을 찍어주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입소문을 내주는 것만으로도 '연예인이 왔다간 식당'이라는 이미지가 생겨 이득이 많다"고 말했다.

연예인이 '벼슬'입니까… '특혜' 논

박근혜 전 대통령 취임 4주년인 지난해 2월25일 저녁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17차 범국민행동의 날 집회 참석자들이 촛불을 들고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사진=뉴스1

'절차의 불공정성' 납득 못해…과거 대비 인식↑

이에 대해 김원섭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이 절차의 공정성이고 같은 절차를 따라야 한다는 것"이라며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에 분노했던 것도 헌법이 정한 절차를 다 어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까지는 배경이 다르면 절차를 무시했다. 하지만 점차 민주주의 핵심 가치인 절차의 공정성이 체화되는 것"이라며 "예컨대 대통령도 밥먹을 때 똑같이 줄을 서고 법 앞에 평등해야 한다는 원칙"이라고 덧붙였다.

 

연예인을 홍보 기회로 삼으려는 인식이 특혜 논란을 키운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교수는 "연예인들 스스로 특혜를 달라고 하기보다는 역으로 연예인을 이용해 잘되볼까 부탁하는 경우가 많을 수 있다"며 "그 과정에서 똑같은 절차를 적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대학 입시나 군대처럼 우리나라에서 민감한 이슈는 공평하게 똑같이 가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며 "대중들이 연예인들을 좋아하면서 잣대는 똑같거나 더 심하게 들이대는, 이중성의 심리도 갖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형도 기자 human@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