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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사외이사, 그들만의 세상①

6070 '인생 3모작' 꿈의 직업…
'사외이사'

by머니투데이

[편집자주] 본격적인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기업마다 사외이사 물갈이가 한창이다. 자리를 차지하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 사이에 암투가 벌어지는가 하면 노골적인 청탁이 오고 가기도 한다. 기업 경영의 한 축이라는 본연의 기능보다는 은퇴한 유력인사들의 '인생3모작', 혹은 현직들의 '꿀 부업'이라는 매력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때론 권력에 대한 방패막이, 혹은 기업 장악을 위한 수단으로도 활용되기도 한다. 사외이사 세계의 현실과, 개선 가능성을 짚어본다.

 

시가총액 20위기업 사외이사 64%가 6070…수천만원 연봉받는 은퇴자의 '꿈의 직업'

 

금융지주사 사외이사를 역임한 한 금융권 출신 인사는 "사외이사 시절, 대부분의 시간을 골프를 치며 보냈고 1~2달에 한 번 이사회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높은 급여와 이사회 때 지급되는 교통비와 식비, 그리고 사외이사라는 직함까지 고려하면 '명함이 있는 노후'를 보장받기엔 이만한 직업이 없다는 것이다.

6070 '인생 3모작' 꿈의 직업…

사외이사 겸직하면 60~70대도 '억대연봉'

19일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20개 기업의 2017~2018년 사외이사 109명(재선임·신규선임)을 분석한 결과 평균연령은 64.2세로 나타났다.

 

109명 가운데 9명이 70대였고 61명이 60대로 60~70대가 전체 사외이사 중 64.2%를 차지했다. 50대가 36명(33%)으로 뒤를 이었고 40대 2명, 30대 1명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경영 현직에선 50년대생(60대)도 2선 후퇴하고 있는데 사외이사만큼은 60~70대가 과반수 이상을 차지했다.

 

현행 상법상 상장사 사외이사는 최대 2곳까지 등기임원(이사·감사 및 집행임원) 겸직이 가능하다. 은퇴 후 상장사 2곳의 사외이사를 겸직하면 비상근 근무만으로 상당한 연봉을 받을 수 있다.

 

통상 대기업 사외이사 급여는 월 300만~500만원 수준이고 중소기업은 월 100만~200만원 내외다. 대기업 2곳의 사외이사를 겸직한다면 은퇴 후 억대 연봉이 가능하다.

 

올해 68세인 송광수 삼성전자 사외이사(전 검찰총장)는 두산 사외이사를 겸직하는데 삼성전자 급여가 연 9000만원, 두산은 연 6600만원이다. 두 곳의 사외이사를 겸직했으니 연봉은 1억5600만원이다.

 

이 때문에 사외이사는 정치권과 재계, 금융권을 통틀어 은퇴 후에 할 수 있는 최고의 '인생 3모작 직업'으로 꼽힌다.

 

현직자에게도 사외이사는 매력적인 부업이다. 근무 시간이 짧은 반면 높은 보수가 주어지고 '사외이사' 자체가 경력이 되기 때문이다.

 

일례로 카카오뱅크 사외이사 6인의 지난해 평균 업무시간은 27시간에 불과한데 기본급은 2216만원을 받았다. 시간당 급여가 100만원에 육박해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기 충분하다.

6070 '인생 3모작' 꿈의 직업…

높은 급여 받으며 오너 견제·감독한다고? 독립성 논란

상장사 사외이사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한 핵심 요건으론 대주주로부터의 독립성과 경영활동에 조언할 수 있는 전문성이 첫 손에 꼽힌다.

 

문제는 해당 기업으로부터 수 천 만원대의 급여를 받을 경우 독립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사외이사가 상당한 연봉을 지급받는 고용된 직원이나 다름없는데 견제와 감독 기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겠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는 2016년 11번의 이사회를 개최했다. 비상근인 사외이사들은 한 달에 1번 꼴로 개최되는 이사회에 참석한 셈이다. 하지만 연간 9000만원에 이르는 사외이사 급여와 이사회 참석시 지급되는 거마비(30만~50만원)는 사회통념상 타당한 범위를 넘어선다. 전문가들은 사외이사의 독립성 확보를 위해 과도한 연봉 대신 교통비와 식비, 자문비 정도만 지급하는 방향으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대기업 사외이사의 단위 노동시간 대비 연봉은 과도한 수준이라 낮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액 연봉에 연임이 가능한 현행 제도는 구조적으로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침해할 수 있는 만큼 연임을 금지하는 방향으로의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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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은 기자 agentlittle@mt.co.kr, 이태성 기자 lts320@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