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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산 하나를 사서 회의를…
2535 거부들의 '다보스포럼'

by머니투데이

페이팔·위워크·버진 창업자 등 모여 비공개 '정상회담'

"아첨꾼 거품 속에서 나와 세상 위해 생각 나누려는 것"

산 하나를 사서 회의를… 2535

미국 유타주에 위치한 파우더 마운틴. /사진=파우더 마운틴 SNS

미국 유타주 파우더 마운틴. 2013년 5명의 젊은 사업가가 4000만달러(약 428억원)를 들여 산을 통째로 매입한 후, 작은 시골 마을은 밀레니얼(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세대) 슈퍼리치들의 정상회담 장소로 바뀌었다.

 

비공개 회담 참석자는 켄 하워리 페이팔 공동창업자, 리처드 브랜슨 버진 회장, 세계 최대 광고회사 WPP의 마틴 소렐 회장, 공유사무실 위워크의 공동창업자 미겔 매켈비 등 글로벌 리더들이다. 이들은 이곳에 별장도 짓고 있다.

 

이밖에 기업금융투자자, 구글 엔지니어, 할리우드 제작자 및 스타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지구온난화, 사회 불평등, 인종차별, 시리아 전쟁 등 전세계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대화를 나눈다.

 

그래서 '파우더 마운틴' 정상회담은 '밀레니얼판 다보스 포럼'으로 불린다. 다보스 포럼은 매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으로 전세계 각국 정·재계 수뇌부가 모여 글로벌 이슈에 대한 정보를 교환한다.

 

아무나 참석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지원자들은 ‘세상에 빛이 되고, 영감을 불어넣어 줄 수 있는’ 사고방식을 지녔는지 테스트를 받아야 한다. 합격하면 참가비용 3000~8000달러(약 321만~856만원)를 내고 3일간의 비공개 행사에 참석할 수 있다. 1시간 단위 대화 세션이 하루 3~5번 열린다. 이후 스키를 즐기거나, 미슐랭 셰프들이 차려주는 음식을 맛보며 자유로운 대화를 나눈다. 때때로, 멕시코나 캐리비안해안의 크루즈선 위에서 열리기도 한다.

 

제프 로젠탈 파우더마운틴 공동창업자는 “밀레니얼 세대 백만장자들은 슈퍼카나 요트를 구입해 자랑하는 데 관심이 적은 대신 휴머니즘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며 “이에 대한 답은 정상회담처럼 닫힌 문 뒤에서 진지하게 고민할 때 나온다”고 말했다.

산 하나를 사서 회의를… 2535

미국 유타주에 위치한 파우더 마운틴. /사진=파우더 마운틴 SNS

제프 로젠탈, 엘리엇 비스노우 등 5명의 30대 사업가가 정상회담을 열게 된 계기는 이들이 20대이던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3세의 야망 넘치는 사업가였던 비스노우는 자신이 존경하는 기업인들에게 전화를 무작정 걸어 비용은 자신이 모두 낼 테니 미국 유타, 멕시코 등으로 여행을 같이 가자고 했다. 이렇게 수십 번 반복하자 참석자가 늘었고, 그는 사업가들이 서로 의견을 교환하는 모습을 보고 영감을 얻어 ‘서로 돕는 사회’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당시에는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공동창업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딸 이방카 트럼프도 소속돼 있었다고 한다.

 

이후 비스노우의 친구들이 합류했다. 이들은 1년에 10여 차례씩 캐리비안 연안의 크루즈 선상 회담 등 비공개 행사를 개최했다. 명성을 얻으며 규모가 커지자 그들은 브랜드를 새롭게 만들 필요를 느꼈다. 적합한 모임 장소를 찾던 이들은 2011년 유타주 파우더 마운틴이 매물로 나왔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직접 날아가 살펴본 끝에 2013년 총 1만에이커(약 40.5㎢)의 산을 통째로 사버렸다. 파우더 마운틴이 새로운 브랜드가 된 순간이었다.

 

현재 파우더 마운틴은 스키장 슬로프를 3개 가진 특급 리조트이지만, 이들은 집, 커피숍, 레스토랑, 슈퍼마켓, 5성급 호텔이 모두 어우러진 마을로 키우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현재는 26채의 별장이 지어지는 중인데 이를 500채까지 늘린다는 목표다.

 

비스노우는 “사람들은 성공하면 좋은 집을 사서 높은 담장을 치고, 아첨꾼들 속에 갇혀 거대한 거품 속에 단절된 채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며 “우리가 하는 일은 거품 속에서 나와 서로 세상을 위해 생각을 나누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기준 기자 standard@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