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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한미약품 '올리타 포기'가
남긴 3가지 교훈

by머니투데이

①속도전 ②포기도 전략 ③시장 견제자

한미약품 '올리타 포기'가 남긴 3가

올리타정/사진=머니투데이DB

한미약품이 내성표적 폐암신약으로 제약업계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올리타(성분명: 올무티닙) 개발을 포기했다.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경쟁약 타그리소의 시장에서 영향력이 워낙 강해 임상 3상 환자모집조차 어려울 거라는 현실인식이다. 어떻게든 환자를 모집하고 임상에 성공한다고 해도 문제다. 시장에 나와봐야 상황은 크게 달라질 게 없고 오히려 타그리소 벽은 더 높아져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

 

한미약품은 '전략적 포기'를 선택했다. 3조원대 글로벌 시장 공략의 꿈도 접었다. 그러나 올리타 개발 출발에서부터 포기까지 과정은 그 자체로 많은 시사점을 남겼다.

#신약개발은? ‘속도전’

올리타는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유전자 돌연변이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내성표적 폐암 치료제다. 쉽게 말해 폐암을 치료하기 위해 복용하는 표적항암제에 암세포가 내성이 생겨 더 이상 약효가 없을 때 먹는 약이다.

 

한미약품은 2004년 개발에 착수해 2008년 후보물질을 도출했다. 국내에서는 2016년 5월 임상2상 후 조건부 허가를 받고 시판됐다.

 

개발 자체는 한미약품이 빨랐다. 타그리소 개발사 아스트라제네카와는 반년 이상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임상 속도에서 뒤쳐지기 시작했다. 베링거인겔하임이 올리타 기술을 사들인 2015년 타그리소가 세상에 나왔다. 베링거인겔하임은 후발주자로서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해 1년만인 2016년 기술을 한미약품에 반납했다. 중국 판권을 사간 현지 제약사 자이랩의 판단도 비슷했다.

#글리벡 들러리 슈펙트의 길 거부

독자적 임상 3상을 준비하던 한미약품은 생각을 바꿨다. 세계 40여개국에서 타그리소 처방 데이터가 쌓여가는 데 더 이상의 시도는 의미가 없다고 봤다.

 

이런 일은 비일비재 하다. 치매 치료제만 보더라도 일라이릴리가 솔라네주맙 개발을 포기한 일(2016년 11월)이나 베루베세스타트 개발을 중단한 MSD(2017년 2월), 파비뉴주맙 임상을 중단한 화이자·존슨앤존슨(2012년 7월) 등이 좋은 예다. 기업 역량의 효율적 배분 차원에서 내린 결정이다.

 

 

한미약품 '올리타 포기'가 남긴 3가

송파구 방이동 한미약품 본사/사진제공=한미약품

 

반대로 경영적 판단을 흐려 고집스레 약을 개발했다가 시장으로부터 철저하게 외면 받은 사례도 있다. 일양약품의 슈펙트가 대표적이다. 만성골수병 백혈병 치료제로서 세계 네 번째, 아시아 첫 번째라는 타이틀에 집착한 결과물이다.

 

시장조사업체 아이큐비아(IMS)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노바티스의 글리벡이 460억원 처방이 이뤄지는 동안 슈펙트는 40억원에 그쳤다. 개발비가 거의 들지 않은 보령제약의 글리마(글리벡 제네릭) 처방액 14억원보다 겨우 26억원 더 많은 정도다.

 

일양약품은 미국이나 유럽에 터를 둔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수출을 성사시키지 못한 채 국내와 남미, 중국 등에 제품을 수출하는 정도에 만족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판도를 제대로 보지 못한 일양약품이 노바티스(글리벡)의 들러리로 전락한 선례를 한미약품은 과감하게 거부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국적사 횡포 차단

장벽이 높지만 시장 경쟁 효과 때문에라도 신약개발은 계속돼야 한다.

 

올리타는 한국에서 타그리소 약가를 억누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해 말 건강보험공단과 타그리소 약가 협상에서 홍역을 치렀다. 올리타가 워낙 싼 값에 보험급여가 책정되자 타그리소에 가격 압박 요인으로 작용했다.

 

보험공단은 타그리소 약가에 일정 처방 이상이 이뤄지면 보험재정에 금액을 환급하도록 하는 위험분담제를 적용했다. 백혈병 환자들을 볼모로 한국 시장 철수 카드로 정부를 굴복시킨 글리벡과는 다른 결과다.

 

업계는 올리타 개발 중단으로 아스트라제네카가 훗날 폐암 환자들을 볼모로 보험 약가 인상을 요구하고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업계 관계자는 “다국적사들의 횡포를 막기 위해서라도 국내 기업들의 활발한 신약개발이 이뤄져야 한다”며 “비록 올리타 개발이 중단됐지만 지금까지 과정은 상당한 교훈을 남겼다”고 설명했다.

 

김지산 기자 san@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