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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쩐(錢) 레이더

장사로 돈 벌고 싶다면…
"상권 말고 사람 분석하세요"

by머니투데이

[편집자주] 돈이 모이는 곳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 필적학에서는 부자들의 글씨체에 공통점이 있다고 말하고, 풍수지리학은 복을 부르는 인테리어에 대해 논합니다. 이 외에도 "이런 사람이 돈 벌더라" "돈 이렇게 벌었습니다" 등 '돈 버는 일'에 관한 얘기는 무궁무진하게 쏟아집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건 '내가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돈을 버느냐'이겠지만요

 

'한국형 장사의 신' 저자 김유진이 말하는 '돈 버는 창업'

"장사로 돈 벌고 싶다고요? 망할 가능성이 훨씬 높아요."

15년간 외식업체 컨설팅을 도맡아온 '외식업 매니저'가 내뱉은 한마디. 어설프게 장사 시작했다간 망하기 쉽단다. 이렇게 하면 장사로 '대박' 낼 수 있다는 장밋빛 미래만 제시할 것 같았던 그는 왜 '망할 걱정'을 시킬까.

장사로 돈 벌고 싶다면… "상권 말고

가게 앞까지 길게 줄을 늘어 선 서울시내 한 식당(왼쪽)과 손님들의 발길이 끊긴 시장 /사진=머니투데이DB, 게티이미지뱅크

내수 침체와 인건비 상승 등으로 식당창업은 자영업자의 무덤으로 불린 지 오래다. 그럼에도 장사에 대한 관심은 아직 식지 않았다. 외식업 박람회는 '예비 창업자'들로 여전히 북적이고, 창업 관련 도서는 대형 서점의 좋은 위치에 자리잡고 있다.

 

지난달 25일 오후 4시쯤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신한은행 본점 한 강의실에서

'한국형 장사의 신' 저자 김유진 대표를 만났다. 신한SOHO사관학교 전략고문을 맡고 있는 김 대표는 '대박집'에 목마른 30여명의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장사 전략을 코칭 중이었다. 20~5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사장님들은 김 대표가 알려주는 전략을 놓치기 싫은 듯 스마트폰으로 강의 내용을 담고, 열심히 필기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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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에서 30여명의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강의하는 김유진 대표. /사진=이상봉 기자

강의가 끝난 뒤 장사로 성공하는 법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자 김 대표는 "식당이 3년 안에 폐업하는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아느냐"고 되물었다. 식당 창업 후 3년 이내 폐업률은 무려 85%. 10곳 중 8.5곳이 문을 닫고, 나머지 1.5 곳도 '닫지 못해' 근근이 버티는 곳이 더 많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김 대표는 "장사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닐뿐더러 장사로 성공하는 건 더 어려운 일이다"라면서 "망할 준비 없이 무턱대고 덤벼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실패와 멀어지는 창업 준비 노하우

장사로 돈 벌고 싶다면… "상권 말고

서울 중구 상권 전경./사진=머니투데이 DB

실패 가능성을 알면서도 장사에 뛰어들고 싶은 게 예비 창업자의 마음이다. 김유진 대표는 창업 전 반드시 해야 할 일로 △타깃 설정 △투자비 줄이기 △맛집 연구를 꼽았다.

 

 

타깃 설정: '상권 분석' 대신 '타깃'을 잡자.

상권보다 중요한 건 사람이기 때문. 흔히 '오피스 상권' '주택 상권' 등이라는 표현을 쓴다. 하지만 명동 오피스 다르고 테헤란 오피스 다르고, 서울 강남 주택 상권 다르고 제주 주택 상권 또 다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타깃이다.

 

가령 '연봉 2000만~3000만원의 소득수준을 가진 직장인에게 푸짐한 음식을 팔고 싶다'처럼 구체적 타깃을 정하는 것이다. 타깃을 정하면 메뉴 선정에 도움이 되고, 그런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을 찾아가면 저절로 적합 상권을 찾을 수 있다.

 

투자비 줄이기: 폼 잡지 말고 작게 시작하라. 

초반은 장사 근육을 키우는 기간이다. 장사가 안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때문에 창업 비용은 적을수록 좋다. 망하더라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적은 투자비용'만 들이라는 얘기다.

 

홍대, 이태원, 강남 등 중심상권에 무턱대고 들어갔다간 큰 실패를 맛보기 쉽다. 투자비가 많이드는 것은 물론, 초보 창업자가 중심상권에서 경쟁하기엔 쟁쟁한 '선수'들이 너무 많다.

 

맛집 연구: 음식 장사를 하기로 했으면 같은 메뉴를 파는 전국 맛집 50~100곳은 다녀오자.

흔히 말하는 벤치마킹 과정이다. 맛집에서는 그집의 '장점'을 찾는 게 창업 성공의 지름길이다.

 

벤치마킹을 하기 위해 찾아간 맛집이 '허름한 식당'일 수도 있다. 이때 아마추어는 "이렇게 지저분한 곳이 어떻게 맛집이야"라고 단점을 늘어놓고 "우리 가게가 훨씬 낫네"라는 자만심을 느낀다. 하지만 프로는 "이집은 소금이 다르네"라며 "소금에 고춧가루를 넣으니까 보기 좋다"며 배울 점을 찾는다.

 

김 대표는 창업 필패 사유로 '적성'을 꼽기도 했다. "장사에 실패하는 가장 큰 원인은 장사에 적성이 맞지 않는 것"이라면서 "접객, 요리, 식자재 구입 등 식당 운영에 필요한 일 중 하나라도 적성에 맞지 않는다면 음식 장사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메뉴 선정과 맛은 어떻게?

창업 아이템에도 유행이 있다. 벌집 아이스크림, 생과일주스, 짬뽕, 카스테라 등이 대표적이다. 가게 앞에 길게 늘어선 줄을 보면서 예비 창업자들은 "차리기만 하면 대박난다"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이에 대해 김유진 대표는 "유행하는 아이템은 과감히 피하라"고 말한다. 이름까지 비슷한 가게들이 우후죽순 생겼다가 줄줄이 문을 닫는 모습은 이미 익숙하다.

 

김 대표는 "고객들이 좋아하는 '음식의 맛'을 연구하면 창업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고 말한다. 그가 추천하는 '음식의 맛'은 불경기에는 '단짠'(달고 짠 음식), 정치적 혼란기에는 '매운음식'이다.

 

열량이 높은 '단짠'은 불경기에 적합하다. 김 대표는 "불경기에는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 뇌 에너지 소모가 많아진다"면서 "우리 몸은 빠르게 에너지로 전환되는 '단짠'을 찾는다"고 말했다.

장사로 돈 벌고 싶다면… "상권 말고

불경기에 인기가 높은 '단짠' 음식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통각을 자극하는 '매운 음식'은 정치적 혼란기 같은 대립 상황에서 인기가 높다. 김 대표는 "매운 맛이 통각을 자극해 엔도르핀을 돌게 한다"면서 "연인과 싸운 뒤에 매운 떡볶이를 먹는 사람들이 대표적인 예"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식당을 찾는 고객들이 음식을 '더욱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비법도 공개했다. 식당 전체에 시트러스(Citrus: 감귤류) 향을 풍기는 것이다. 상큼한 향은 침샘을 자극해 군침이 돌기 때문이다. 그는 "영업 개시 30분 전에 오렌지나 귤 껍질을 구우면 가게 전체에 상큼한 향이 가득 찬다"면서 팁을 알려주기도 했다.

 

김 대표는 "장사를 할 땐 음식에 대한 지식은 물론 경제·정치적 흐름, 심리학, 신체 특성 등까지 두루 알면 좋다"면서 "배경지식을 쌓는 건 고객의 만족을 극대화하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김자아 기자 kimself@mt.co.kr, 이상봉 기자 assio28@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