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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남는 건 사진뿐?"
포토존에 몸살앓는 가을축제·공원

by머니투데이

56만2000명 방문 서울 하늘공원 억새축제, '인증샷' 위한 핑크뮬리와 억새 훼손 곳곳 발견

"남는 건 사진뿐?" 포토존에 몸살앓

지난 19일 서울 마포구 하늘공원에서 열린 억새축제장을 방문한 관광객들이 탐방로를 따라 걷고 있다. /사진=황희정 기자

지난 18일 서울 마포구 하늘공원은 억새축제 마지막 날을 즐기려는 방문객들로 붐볐다. 19만8000㎡(6만평) 규모의 공원을 뒤덮은 억새들로 은빛 물결이 일렁일 때마다 가을 나들이객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최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인기를 끄는 핑크뮬리도 축제장 한쪽에 식재돼 방문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사진만 잘 나온다면" 짓밟히고 쓰러진 억새와 핑크뮬리

날이 맑은 덕분에 카메라에 담는 모든 순간이 '인생샷'이었다. 더 멋있는 사진을 남기려는 일부 방문객은 출입 경계선을 넘어 들어가 억새와 핑크뮬리를 짓밟기도 했다. 이로 인해 축제장 곳곳에선 쓰러진 억새와 핑크뮬리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키보다 높은 억새들 사이로 난 탐방로를 걷다보면 포토존을 만날 수 있다. 탐방로에서 억새밭 쪽으로 네모난 공간을 이룬 포토존은 예쁘게 사진을 찍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동선에 방해되지 않기 위해 일부러 마련됐다. 방문객들은 줄을 서 이곳에서 다양한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었다.

"남는 건 사진뿐?" 포토존에 몸살앓

한 커플이 경계선을 넘어 억새밭 사이로 들어가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황희정 기자

일부 방문객은 출입 경계선을 넘어 자신들만의 포토존을 만들기도 했다. 억새밭 사이로 들어가 주위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사진을 찍는 방문객도 볼 수 있었다. 사진이 잘 나오는 곳이면 경계선은 쉽게 넘는 듯했다.


핑크뮬리와 댑싸리가 조성된 구역은 억새밭보다 탐방로가 좁아 더 많은 주의가 요구됐다. 분홍빛 장관을 구경하려는 방문객이 몰리면서 사진을 먼저 찍겠다고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도 발견할 수 있었다. 안전한 축제 진행을 위해 관리자가 배치됐는데 경계선을 넘어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제지하기 위해 호루라기를 불며 뒤로 물러서 달라고 소리치는 모습을 더 자주 볼 수 있었다.

"남는 건 사진뿐?" 포토존에 몸살앓

핑크뮬리 구역의 출입을 제한하는 안내표지판(왼쪽)과 방문객의 발길에 짓밟힌 핑크뮬리 모습. /사진=황희정 기자

되풀이되는 훼손 사례 "어느 정도 통제 필요해"

22일 축제를 개최한 서울시 서울녹지사업소 관계자는 "총 56만2000명이 행사를 다녀갔다"며 "억새는 지난해에 비해 훼손이 덜하지만 핑크뮬리는 억새에 비해 많이 훼손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올해 처음 심은 핑크뮬리 구간은 시민의식을 테스트하기 위해 2개 구역으로 나눴다"며 "통제선을 명확히 구분한 곳은 상대적으로 훼손이 덜했으나 반대 구간은 많이 밟혀 어느 정도 통제가 필요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날 축제장에서 만난 한 방문객은 "사진을 찍기 위해 들어가지 말라는 곳까지 들어가는 건 보기에 좋지 않다"며 "그런 사진은 SNS에서도 멋있게만 보이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방문객은 "억새랑 핑크뮬리가 멋있긴 한데 짓밟히는 걸 보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렇게 밟히는 걸 보면 굳이 축제를 해야 하나 싶기도 하다"고 말했다.

"남는 건 사진뿐?" 포토존에 몸살앓

많은 관광객이 핑크뮬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상대적으로 관람 통제를 한 구역(가운데 경계선 위)과 통제를 덜한 구역의 핑크뮬리 훼손 차이가 극명하다. /사진=황희정 기자

사람들의 발길에 전국 곳곳에서 억새와 핑크뮬리가 몸살을 앓는다. 최근 울산 남구에 위치한 울산대공원에선 2000여㎡에 조성한 핑크뮬리 군락 일부가 훼손됐는데 일부 방문객이 핑크뮬리 군락 속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경계선을 넘어 들어가면서 꺾이고 짓밟힌 것으로 추정된다.


울산대공원 측은 핑크뮬리가 훼손된 구역은 복구하지 않고 경각심을 주기 위해 그 자리에 '낮은 시민의식이 남긴 흔적…부끄럽지 않나요'라는 문구가 적힌 팻말을 세웠다.


제주시는 새별오름이 탐방로를 벗어나거나 억새를 꺾는 등 일부 방문객의 일탈행위로 훼손되자 '탐방로 외 출입 금지'라는 안내문을 설치했다.


황희정 기자 hhj2609@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