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세대 놓쳤던 기업들이 Z세대 잡는 법

[비즈]by 머니투데이

베이비부머처럼 밀레니얼세대 공략하다 실패한 기업들

밀레니얼세대 건너뛰고 동생 Z세대 공략으로 직행

밀레니얼세대 문법이 Z세대에 안 통해서 오히려 기회!

 

미국에서 가장 풍요로운 세대였던 베이비부머, 그리고 그 동생세대인 X세대. 밀레니얼세대와 Z세대는 각각 이들의 자녀세대를 말한다.


나고 자란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생각과 취향은 물론 돈 쓰는 방식도 다 다르다. 밀레니얼세대는 베이비부머와 달리 건강한 먹거리를 찾고 술, 담배는 멀리한다. 소유보다 경험을 중시하기 때문에 옷, 가방 사는 것보다 여행, 스포츠에 더 많은 돈을 쓴다. 브랜드는 남 따라 하기보다 개인 취향을 따른다. 선호하는 브랜드만 콕 집어 온라인으로 구입하길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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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베이비부머에게 하던 방식으로 밀레니얼세대에게 물건 팔다 낭패 본 회사들이 많다. 맥스웰하우스 커피, 하인즈 케첩으로 유명한 크래프트하인즈가 대표적이다. 전통적인 가공식품에만 매달리다 건강한 유기농을 선호하는 밀레니얼세대 입맛을 잡는데 실패했다. 2018년 4분기 당기순손실만 126억8000만 달러(약 14조2000억원)에 달한다. 블룸버그는 "평생 맥스웰하우스를 마셔온 부모세대와 싱글오리진 커피를 마시며 맥스웰하우스는 생각도 해본 적 없는 밀레니얼세대 사이에는 메우지 못할 간극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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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트하인즈의 맥스웰하우스 커피/사진=boxed.com

그래서 밀레니얼세대를 잡는데 실패한 기업들은 최근 사운을 걸고 이들의 동생세대인 Z세대로 눈을 돌리고 있다.


흔히 밀레니얼세대와 Z세대를 묶어 디지털세대라 부르지만 이들은 베이비부머와 밀레니얼세대의 차이만큼 간극이 크다. Z세대는 TV대신 유튜브를 보며 자랐고 스마트폰 없는 세상은 경험해보지 못한 '디지털 네이티브'다. 셀럽보다 인플루언서와 또래친구의 추천이 더 중요하고 개성, 취향 뿐 아니라 브랜드의 사회·윤리적 가치까지 신경을 쓴다.


물론 Z세대가 이제 막 사회에 진출하고 있어 당장 주된 소비층은 아니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이 이렇게 생각하다가 밀레니얼세대를 놓쳤다. Z세대는 곧 현실화할 주 소비층이다. UN에 따르면 2019년 말이면 전 세계인구 중 Z세대 비중(32%)이 밀레니얼세대(31.5%)를 넘어선다. 기업들 입장에선 Z세대를 모르면 앞으로 어떤 위기가 닥칠지 모른다. 반대로 밀레니얼세대를 놓쳤던 기업은 Z세대를 통해 역전을 할 수도 있다. 밀레니얼세대를 놓치고 후회한 브랜드들이 Z세대를 잡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이유이다.

아메리칸익스프레스 : 실속위주 금융상품으로 재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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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익스프레스가 월마트와 함께 출시한 '블루버드' 카드/사진=아메리칸익스프레스

밀레니얼세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보며 자랐고 학자금 대출에 시달렸으며 취업절벽을 겪었다. 그래서 다른 세대보다 신용카드 거부감이 크다. 대신 카드 사용 때마다 통장에서 돈이 바로 빠져나가는 직불카드 선호도가 높다. 시장조사기관 아이트크룹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일주일에 최소 1회 신용카드를 쓴다'고 답한 밀레니얼세대는 46%로, X세대(52%), 베이비부머(48%)보다 낮다.


신용카드 회사들은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밀레니얼세대를 대상으로 한 금융전문사이트 '겟닷컴'은 이를 두고 "한때는 지갑에 '아멕스'가 있다는 것이 성공의 척도였지만 밀레니얼세대는 그런 명성엔 관심 없고 그저 무료혜택 많은 카드가 뭔지 찾기 바쁘다"며 "아멕스가 이 현상을 이해하지 못하니 밀레니얼세대와의 관계구축이 어려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밀레니얼세대를 보며 자란 Z세대는 돈에 더 현실적이다. 빚내는 것에 굉장히 민감하고 저축에 목숨을 건다. 그래서 이들이 신용카드보다 선불카드를 더 선호한다. 미리 돈 내놓고(충전) 돈 낸 만큼만 쓰는 것이다. 2017년 시장조사기관 라돈의 조사결과 밀레니얼세대의 선불카드 사용 비율이 39%인 반면 Z세대는 46%에 달했다. 전 연령대 평균은 13%에 불과하다.


그래서 아메리칸익스프레스(아멕스)는 2012년 월마트와 손잡고 직불카드와 선불카드 장점만 모은 '블루버드' 카드를 출시했다. 충전과 입출금 때 내는 수수료와 가입비, 최소 잔고유지 조건을 없앤 것이 특징이다. 앱에서 송금, 잔고 확인, 대금 결제 등도 가능하다. 수표를 카메라로 인식하면 자동 충전되는 기능도 넣었다. 블루버드 카드 출시 당시 로이터는 "월마트와 손잡으면 아멕스는 그동안 쌓아올린 고급 이미지에 치명상을 입을지도 모르지만 카드 사용자가 늘어나야 가맹점도 늘어난다는 것을 이해한 이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고 평가했다.

켈로그 : Z세대가 직접 만들게 한 시리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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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로그 '카시' 슈퍼푸드 시리얼/사진=켈로그

한때 시리얼은 아침식사의 대명사였지만 베이비부머들 얘기일 뿐. 밀레니얼세대는 샌드위치나 샐러드, 과일을 챙겨먹고 시리얼도 우유에 말아먹는 대신 바(bar)로 먹는다. 이 때문에 지금도 고전하고 있는 시리얼 회사 켈로그는 대대적인 시리얼 리모델링에 나섰다. 밀레니얼세대보다 더 어린 세대의 입맛을 타깃으로 했다.


액상과당 대신 고구마로 자연적인 단맛을 낸 제품을 출시하고 병아리콩, 렌틸콩 등 슈퍼푸드와 꿀, 사과, 베리류 등을 조합한 '슈퍼푸드 시리얼'도 내놨다. 이를 다시 한 입 크기 과자로 만든 '슈퍼푸드 바이츠'도 있다. 특히 슈퍼푸드 시리즈는 12~17세 청소년들과 함께 개발했다. 이들이 성분 조합과 맛을 고르고 시리얼 모양과 포장까지 결정하게 했다.


켈로그는 "우리는 청소년들의 입맛을 추측하는 대신 청소년들과 함께 제품을 만들었다"며 "이들은 발명가처럼 어른들이라면 상상하지 못했을 조합의 시리얼을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펩시, AB인베브 : 소리로 파는 콜라, 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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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MR을 이용한 2019년 슈퍼볼 광고. AB인베브(왼쪽), 펩시(오른쪽)/사진=유튜브 캡처

설탕덩어리 탄산음료, 탄수화물덩어리 맥주는 밀레니얼세대 취향이 아니다. 그렇다고 이 회사들이 콜라와 맥주를 안 팔 수는 없으니 Z세대를 잡기 위해 꺼내든 무기는 ASMR(자율감각 쾌락반응).


ASMR은 바스락거리는 소리나 속삭이는 목소리, 파도소리 등 뇌를 자극해 안정감을 주는 소리를 통칭한다. 유튜브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콘텐츠도 ASMR 영상이다. 유튜브 세대인 Z세대를 잡기 위해서는 맛이 아닌 소리로 팔아야 한다는 것이다.


맥주회사 AB인베브는 2019년 슈퍼볼 광고에서 맥주 마시는 모습을 넣지 않았다. 폭포를 배경으로 한 여성이 마이크 앞에서 맥주병을 손가락으로 두드리거나 책상에 굴려서 소리를 낸다. 한참을 속삭이다 맥주를 따는데 '칙' 하고 탄산이 배출되는 소리만 나고 영상이 끝난다.


10대들에게 인기 있는 여성래퍼 카디비가 출연한 펩시의 2019년 슈퍼볼 광고 제목은 'Okurrr'. 카디비가 혀를 굴리는 소리다. 그는 사람들에게 혀 굴리는 소리를 따라해 보게 하는데 가장 비슷한 소리가 빨대로 펩시콜라 들이키는 소리라는 게 광고의 내용이다. 카디비가 콜라 마시는 장면은 1초도 안 된다.


블룸버그는 "이제 Z세대를 대상으로 광고하기 위해서는 외치는 게 아니라 속삭여야 할 것"이라며 ASMR을 광고계의 새로운 트렌드로 꼽기도 했다.

리바이스 : Z세대 가치관에 귀 기울여 재기한 청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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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공법을 개선해 물 사용량을 96% 줄인 리바이스 '워터리스' 청바지/사진=리바이스

청바지 브랜드 리바이스는 통 넓은 디자인을 고수하다 밀레니얼세대에게 '엄마아빠 바지'로 불렸다. 칩 버그 리바이스 CEO조차 "나는 리바이스를 입고 자랐지만 올해 30, 34살 된 아들 두 명은 다른 모든 청바지는 입어도 리바이스는 안 입더라"고 털어놨을 정도이다.


그랬던 리바이스는 2018년 시장조사기관 Y브랜드가 13~36살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가장 진정성 있는 브랜드' 중 하나로 꼽혔다. Z세대들과 눈높이를 맞춰간 덕분이다. 성별, 인종, 성적취향에 따른 차별을 거부하고 환경과 윤리적인 가치에 공을 들였다.


우선 환경보호를 위해 '워터리스'(Waterless) 청바지를 개발했다. 청바지 한 벌 ‘워싱’하는데 드는 물이 30~60ℓ에 달하는데 제작 공법을 개선해 물 사용량을 96%까지 줄였다. 또 중고 제품을 수거해 신인 디자이너들에게 무상으로 제공한다. 디자이너들은 이를 개성 있게 수선해 리바이스 매장에서 판매하고 수익을 올린다. 독특한 디자인 덕분에 젊은 고객의 호응이 높다.


리바이스는 또 지난 3월에는 세계 최초 성 중립(gender-free) 편집매장인 뉴욕의 '플루이드 프로젝트'에 한정판을 출시하면서 미니 청 스커트를 입은 남성을 모델로 등장시켰다. 이 매장에서 판매되는 모든 제품은 남성용, 여성용 구분 없이 동일한 디자인이다.


칩 버그 CEO는 2018년 하버드 비즈니스리뷰와의 인터뷰에서 "리바이스는 2000년대 초반 한 세대의 소비자를 잃었지만 오늘날 우리의 고객은 그 어느 때보다 젊다"며 "우리는 확실히 고객들을 다시 불러 모으고 있다"고 강조했다. Z세대를 아는 기업이라 가능한 자신감이다.


배소진 기자 sojinb@mt.co.kr

2019.05.22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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