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살 버릇 여든까지… 조세형, 81세에도 못 버린 '도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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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사회 고위층 집만 털겠다"며 의적·대도로 칭송되던 조세형… "도벽은 질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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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대도(大盜)'로 불렸던 조세형씨 /News1 DB

1970∼1980년대 사회 고위층의 집을 털어 '대도', '의적' 등 별명을 얻은 조세형씨(81)가 이번에는 소액 현금을 절도하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조씨는 1938년생 81살으로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의 현신이다. 일각에선 조씨의 도벽이 질병과 유사한 상태였다고 지적한다.


지난 11일 서울 광진경찰서는 특수절도 혐의로 조씨를 구속했다. 지난 1일 오후 9시쯤 서울 광진구 한 다세대주택 창문을 뜯고 침입해 금품을 훔쳐 달아난 혐의다.


◇'대도'(大盜) 조세형, 사회고위층 집만 털다


조씨는 전북 전주에서 부모 없이 성장해 초등학생 때 친구들과 숟가락을 훔치는 것으로 범행을 시작했다. 조씨는 그가 30~40대이던 1970∼1980년대 본격적으로 범행에 뛰어들었다.


조씨는 당시 사회 고위층의 집만 골라턴다며 유명세를 얻었다. 부총리, 자동차·화장품 회사 사장, 병원장 등 고관과 재벌 총수 등이 그의 범행 대상이었다.


당시만 해도 부유층·고위층에 대한 반감이 상당했고, 또 그가 훔친 재물의 일부를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나눠주기도 했기에 그는 곧바로 '대도'라는 명칭을 얻었다.


조씨는 외국인의 집은 털지 않고, 가난한 사람의 돈은 훔치지 않으며 가난한 사람들에게 훔친 재물의 일부를 주겠다는 등의 원칙을 공개, 대도로서의 면모를 보여줬다.


이후 조씨는 수차례 경찰에 체포됐다가, 1983년 4월에 자신이 갇힌 법원 구치감에서 탈출하면서 긴 수감생활을 겪게됐다. 탈출 100시간만에 다시 체포된 조씨는 이후 청송교도소 독방에서 15년 수감생활을 했다.


◇1998년 출소, 신앙 생활


조씨는 1998년 11월26일 복역을 마치고 서울구치소에서 출소했다. 보호감호 7년을 더 살게 된 그가 석방시켜달라는 취지로 보호감호처분 재심을 청구했다가 한 차례 패소했지만, 이후 항소심에서 원심이 깨졌기 때문이다.


당시 서울고법 형사 3부는 판결문을 통해 "조씨가 이미 50대 중반에 이르러 과거와 같이 대담하고도 민첩함을 요하는 절도범행을 할 육체적 능력이 많이 퇴화됐으며 15년의 수감생활을 통해 몸이 쇠약해져 재범의 가능성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 또 그의 종교적 귀의는 진실되다"며 조씨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54세였던 조씨는 출소하며 가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는 신앙생활에 전념하겠다며 다시는 절도 행각을 벌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담안선교회의 인도로 90년부터 신앙을 갖게 됐다. 그동안 600여권의 신앙서적을 읽으면서 참자유를 깨달았다. 이제 육체적인 자유도 얻어 너무 기쁘다. 솔직히 신앙인으로서의 새 생활이 두렵지만, 주님의 뜻대로 살고 싶다"고 말했다. 또 "과거를 반성하고 있다. 잘못된 행동을 스스로 깨우치는 것으로 족하다. 대도나 의적 등은 이젠 나하고는 관계가 없는 수식어로, 앞으로 크리스찬 조세형으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후 그는 목사 안수를 받아 목사가 됐다. 선교단체를 설립해 봉사하고, 사업가 이은경씨와도 결혼하며 제대로된 생활을 이어가는 듯 했다.


◇도벽은 질병… 끊임없는 절도 행각, 덜미


하지만 그의 도벽은 끝나지 않았다. 조씨는 2001년 일본 도쿄 시부야에서 주택 3곳을 털다가 현지 경찰에 붙잡혔다. 2005년엔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서 한 치과의사의 집에 침입해 165만원 어치의 시계 등을 훔치다 적발됐다. 2010년 5월엔 장물 알선 혐의, 2013년엔 서울 강남의 고급 빌라에서 절도를 하다가 붙잡혔다.


이 같은 연이은 절도 행각에 그의 가정도 온전할 수 없었다. 사업가이던 이은경씨는 2011년 그와 법적으로 부부의 연을 정리하고 승려를 거쳐 무속인이 됐다.


그럼에도 조씨의 도둑질은 지속됐다. 그를 곁에서 지켜본 이들은 입을 모아 그의 도벽은 일종의 질병이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조씨의 연이은 절도 행각에 대해 '질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씨는 "일본에서 수감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남편이 '두 번 다시는 도둑질을 하지 않겠다'고 해 믿었다. 하지만 또 그런 일을 벌였다. 조씨는 '내 자신도 왜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 홀린듯이 남의 집 담을 넘었고, 정신이 들어보니 수갑이 채워져있었다'고 말했다"면서 "너무나 창피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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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대도(大盜)로 불렸던 조세형(당시 75·절도 10범)이 2013년 4월4일 오전 서울 서초경찰서 형사과에서 절도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조씨는 당시 서초구 서초동 한 고급 빌라 유리창을 깨고 침입 시가 3000~5000만원 상당의 고급시계와 금반지 등 귀금속 33점을 훔친 혐의를 받았다./사진=뉴시스

또 이씨는 "조씨를 잘 아는 목사님이 내게 말한 적 있다"면서 "'당신 남편의 도벽은 일종의 병이니 불쌍한 환자를 용서하라'고 말이다. 그 말이 가슴에 와닿았다"고 설명했다.


조씨를 수차례 변호했던 엄상익 변호사 역시 ''대도'의 도벽은 범죄 이전에 질병'이라는 글을 언론에 기고한 바 있다. 엄 변호사는 글에 조씨의 친구가 그에게 해준 이야기를 담았다.


글에 따르면 조씨의 친구는 엄 변호사에게 "조씨를 좋아하지만, 그의 도벽은 질병이다"라면서 "젊을 때 그와 인사동 한 여관 2층에 묵은 적이 있었다. 방에 예쁜 선풍기가 있었는데, 조씨는 그걸 훔치겠다고 했다. 그의 주머니엔 몇백만원이 있었는데도 말이다. 결국 조씨는 점퍼 안에 선풍기를 넣고 계단이 아니고 창문을 통해 내려갔다. 조씨에게 절도는 탐욕이 아닌 본능이었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조씨의 구속은 16번째다. 이번 사건 피해자가 잃어버렸다고 신고한 금액은 불과 몇만원이었다.


이재은 기자 jennylee1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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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2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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