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이 안탄다" 적자비행 LCC의 위기

[비즈]by 머니투데이

[편집자주] 국내 시장 진출 이후 지난 15년간 비약적 성장을 이뤄온 저비용항공사(LCC)가 흔들리고 있다. 올 들어 신규 사업자 확대와 과당 경쟁으로 수익성이 급감하고 있는데다 한일간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하반기 전망도 불투명해졌다. 벼랑 끝에 몰린 LCC 업계를 해부해봤다.

LCC 적자 공포…日보이콧에 하반기도 '암울'

[운항 15년 난기류 만난 LCC]

제주항공 5년만에 첫 적자-진에어 등도 줄줄이 손실..日하늘길 줄며 3~4분기도 심각

머니투데이

"저비용항공사(LCC)로 등록된 6개사가 경쟁적으로 비행기를 도입하고 있고 신규 LCC 설립 위해 많은 업체들이 기다리고 있다. 5년·10년 뒤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해 어떤 결단을 내려야 할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지난 2017년 6월 정홍근 티웨이항공 (4,940원 상승175 3.7%) 대표는 중·장기 비전 선포식에서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그의 기우는 불과 2년 2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LCC 업계 전체의 우려로 현실화됐다.


우선 신규 LCC 3곳이 올 3월 항공 면허를 취득하면서 LCC 사업자는 기존 6개에서 9개로 늘어났다. 지난 4~5년간 고속 성장을 거듭해왔던 국내 6개 LCC는 올해 2분기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일본 여행 보이콧이 7월 중순 이후 본격화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성수기인 3분기 실적 전망도 암울하다.


'어닝쇼크' LCC..2분기 줄줄이 적자


6개 LCC의 경우 올 2분기(4~6월)에 모두 적자를 냈다. 업계 맏형이자 국내 항공업계 3위인 제주항공 (23,950원 상승1100 4.8%)이 274억원 영업손실을 냈다. 2014년 2분기 이후 20분기 만이다. "적자 폭이 예상보다 컸다"는 게 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당초 증권가에서도 제주항공의 2분기 영업 손실을 68억원으로 예상했다.


업계 2위인 진에어 (14,150원 상승200 1.4%)도 26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신규 노선 취항과 신규 항공기 등록 등 국토교통부의 제재가 1년째 이어지고 있는 탓이다. 티웨이항공과 에어부산도 각각 258억원, 219억원의 적자를 냈다. 비상장사인 이스타항공, 에어서울도 모두 손실을 본 것으로 전해졌다.


LCC 업계는 실적 악화 배경에 대해 "항공기는 늘었는데 탑승객이 따라오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제주항공은 지난해 말 39대였던 항공기를 올 2분기 말까지 44대로 늘렸다. 하지만 수요는 그만큼 늘지 않았다. 1분기 90.4%였던 탑승률이 2분기 85.4%로 급락했다.


여기에 환율 상승까지 겹치면서 달러로 결제하는 항공유와 비행기 임대(리스) 비용 역시 대폭 늘었다. 공급과잉 현상이 심화하고 대외변수 악화가 실적 악화로 이어진 것이다. 류제현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신규 노선 공급이 늘었지만 탑승률 부진으로 국제·국내선 단가가 하락하면서 수익성이 급감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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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불매운동 본격화 하반기 더 '심각'…日·中 하늘길도 막혀

문제는 LCC를 둘러싼 경영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일 경제 갈등으로 인한 일본 여행 불매운동 장기화는 하반기 업황에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LCC 국제선 노선 중 일본 노선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40%에 달한다. 하지만 일본정부관광국(JNTO)이 발표한 방일 외국인 여행자 통계(추계치)에 따르면 7월 일본을 찾은 한국인은 1년 전보다 7.6%나 감소한 56만1700명에 그쳤다. 한국인의 감소폭은 전체 국가 중 가장 크다.


일본 대체 취항지인 중국 운항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중국 항공당국은 10월 10일까지 중국 전 노선에 대해 신규 취항 신청을 받지 않겠다고 지난달 갑작스럽게 통보했다. 원화 값 약세로 인해 내국인의 해외여행 부담마저 늘었다.


LCC 업계 고위관계자는 "일본·중국 노선 타격에 고환율 등 거시환경까지 나빠지며 3분기 실적 개선도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아직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못한 업계 상황이 '첩첩산중'에 놓였다"고 하소연했다.


기성훈 기자

성장판 닫혔나…공급 과잉에 '출혈경쟁' 가속화

[운항 15년 난기류 만난 LCC]

항공기 공급 과잉→노선포화→탑승률 하락→수익성 악화-신규 고객층 확보 및 새 노선 확보필요

머니투데이

"소음이 있지만 싼값에 만족합니다."


2005년 8월 31일 국내 최초의 저비용항공사(LCC) 한성항공(현 티웨이항공)의 ATR 72-200이 승객 46명을 태우고 청주공항을 이륙했다. ATR 72-200은 프로펠러와 제트엔진이 동시 장착된 터보프롭형 항공기다. 한성항공은 이 비행기 1대로 국내 LCC 시대를 열었다.


뒤이어 2005년 제주항공 (23,950원 상승1100 4.8%), 2007년 에어부산 (7,170원 상승220 3.2%)·이스타항공, 2008년 진에어 (14,150원 상승200 1.4%), 2015년 에어서울이 속속 출범했다. 하지만 6개사로 공고화된 안정체제는 올 들어 깨졌다. 지난 3월 정부가 플라이강원과 에어프레미아, 에어로케이 등 3개 업체를 신규 LCC로 허가하면서 총 9개사로 늘어난 것. LCC가 늘어난 만큼 갈수록 출혈 경쟁이 심해지면서 업계 전반에 '생존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몸집 키운 LCC…이용객은 '주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주도했던 국내 항공시장의 판도는 바뀐지 오래다. 이를 반영하듯 LCC의 시장점유율은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항공 이용객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6% 증가한 6156만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국제선 여행객은 4556만명이었는데 LCC들이 1410만명을 수송했다. LCC 분담률은 사상 처음으로 30%대를 넘어선 31%를 기록했다. 단거리부터 중장거리까지 선택의 폭이 넓어지자 LCC로 몰리는 분위기다.


분담률 상승은 LCC들이 비행기를 늘린 게 영향을 줬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6개 LCC의 국제선 공급 좌석 수는 1688만여 석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6% 증가했다. 반면 수익성은 나빠졌다. 같은 기간 탑승률은 83.6%로 3.1%포인트(p) 줄었다. LCC 공급이 확대된 만큼 수요가 따라주지 못했다는 의미다.


박소영 한국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수석연구원은 "여객 수요 성장세 둔화는 소득 및 가격 탄력성이 높은 LCC 수요에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2006년 LCC 전체 항공기는 5대에 불과했다. 여행 수요가 증가하면서 LCC들은 비행기를 경쟁적으로 도입했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LCC 항공기는 총 152대에 달한다. 아시아나항공은 총 85대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신규 LCC들의 항공기가 더 늘어난다는 점이다. 오는 2022년까지 플라이강원은 9대, 에어프레미아는 7대, 에어로케이는 6대의 항공기를 도입한다. 신규 3사가 취항할 노선을 살펴보면 기존 LCC들의 노선과 큰 차이가 없다. 업계가 포화 상태인 기존 단거리 노선의 경쟁 격화를 우려하는 이유다.

머니투데이

지방공항의 한계…장거리노선·새 서비스 제공


LCC들은 그간 지방 공항을 중심을 국제선을 공격적으로 늘렸다. 대형항공사(FSC)는 수익성을 이유로 지방 공항 취항을 꺼려왔기 때문이다. 인천과 김포의 슬롯(1시간 동안 비행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최대 편수)이 포화 상태에 이른 점도 고려했다.


실제로 LCC의 국제선 취항이 크게 늘어난 곳은 대구공항과 무안공항이다. 티웨이항공이 대구공항을, 제주항공이 무안공항을 거점공항으로 국제선을 대거 띄웠다. 한 LCC 노선전략 담당자는 "지방발 국제선 확대는 이미 검증된 노선들을 지방에서 취항해 수익성을 높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방공항 여객수요는 제한적이다. 대구공항의 올 1~7월 항공기 편당 평균 승객수는 145명으로 지난해 대비 11명이 줄었다. 무안공항도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무안공항의 항공기 편당 평균 승객수도 작년 대비 10명 감소했다. 기대치만큼 수요가 늘지 않으면서 지방발 국제선 노선들의 수익성도 나빠졌다.


승객이 줄자 항공권 가격 경쟁도 치열해졌다. 3만원대 국제선 편도 항공권이 나올 정도다. LCC 업계 고위관계자는 "비행거리가 짧은 LCC 항공기의 특성상 지방발 노선 확충은 불가피했다"면서도 "늘어난 노선 만큼 한 명의 고객이라도 더 태우기 위해 '출혈'까지 감수한 공격적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새로운 생존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기존 노선에서 벗어나 중·장거리 취항을 확대하고 차별화 된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는 게 시급하다는 진단이다. 박도휘 삼정KPMG 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신규 고객층을 확대하고 새 서비스에 기반한 사업 구축 노력이 요구된다"며 "부가서비스 확대, 거점공항 간의 연계상품 다양화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기성훈 기자

日·中보다 많아진 한국 LCC…과당 경쟁에 M&A까지

[운항 15년 난기류 만난 LCC]

치열한 경쟁에 시장 재편될 수도"


머니투데이

한국에서 비행기를 띄우는 저비용항공사(LCC) 숫자가 9개까지 늘어났다. 이에 인구가 많은 국가들보다 LCC 숫자가 많아져 업계 내 과당경쟁이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뒤따른다.


1일 193개 회원국이 가입해 있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홈페이지에 따르면 일본의 LCC 숫자는 8개, 중국(홍콩·마카오 등 제외)의 LCC 수는 6개로 나타났다. 이전까지는 한국의 LCC 수보다 같거나 많았지만 지난 3월 플라이강원·에어프레미아·에어로케이 등이 국토교통부로부터 항공운송 면허를 받으면서 순위가 뒤바뀌게 됐다.


자연스럽게 인구 숫자에 비해 LCC 수가 많다는 지적이 나왔다. 2017년 기준 5140만명이 사는 한국에 9개의 LCC가 운항하게 된데 반해 일본은 1억2000만명 수준의 인구가 살지만 LCC 수는 한국보다 적었다.


인구나 국토 면적이 한국보다 압도적으로 많거나 크고, 항공 이동이 발달한 미국의 LCC 수도 9개에 불과하다. 국토 면적이 미국보다 큰 캐나다의 LCC 수는 4개다. 유럽에 있는 독일의 LCC 수는 5개이고, 관광이 활발한 동남아시아의 태국 LCC 수도 6개다.


일각에선 단순히 국내 LCC 숫자가 많아지는 것보다 항공업계 내 과당경쟁으로 인한 구조조정을 예상한다. 실제로 ICAO 기록을 보면 미국에는 40여개 가까운 LCC가 있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30여개가 인수·합병(M&A)되거나 파산해 사라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추가적으로 LCC가 국내에 뜨게 돼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면 M&A도 빈번하게 발생할 것"이라며 "사업자들의 경쟁력이 약해지면 생존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LCC의 증가가 항공업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경쟁을 통해 서비스가 개선되고 항공료가 하락하면서 소비자들이 편익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LCC의 추가진입으로 사업자들은 고단하겠지만 시장경제 원리에 따라 서비스 품질이나 소비자 편익은 더 좋아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건희 기자

'붐비는 하늘길'에 치솟는 몸값..'조종사·정비사' 쟁탈전

[운항 15년 난기류 만난 LCC]

인력난 악화-숙련된 조종사·정비사 부족에 '인력 빼가기' 우려


"저비용항공사(LCC)가 많아지면서 조종사·정비사 몸값이 '금값'이 됐고 자연스럽게 이직률도 높아졌죠."


LCC들이 경쟁적으로 규모를 키우면서 조종사, 정비사 '인력난'이 업계의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기존 6개 LCC에 취항을 준비 중인 3개 신생 LCC까지 가세하면서 인력 확보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실제로 급증하는 수요에 비해 조종사와 정비사의 숫자는 부족하다. 지난해 6월 한국교통연구원이 발표한 '항공종사자 인력수급 전망 기초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조종사 필요 인력은 FSC(대형 항공사)는 2018년부터 2027년까지 기장은 연평균 약 129~136명, 부기장은 연평균 약 181~186명 신규 인력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LCC는 기장이 연평균 약 133~175명, 부기장은 연평균 약 171~212명 새 인력이 필요하다. 특히 각 6개 LCC별로 기장은 연평균 약 23~30명, 부기장은 약 29~36명이 필요한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국내에서 양성되는 항공 인력 숫자는 증가 수요를 감당하기 쉽지 않다. 매년 국내에서 양성되는 군 경력 조종사는 100여 명, 민간 조종사는 350여 명 수준이다. LCC 관계자는 "대형 항공사들은 경력 있는 외국인 조종사들을 채용할 수 있지만 LCC는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정비 인력도 마찬가지다. 국토교통부는 항공기 1대당 12명의 정비 인력을 갖추도록 항공사에 권고하고 있다. LCC 정비사 수는 지난 5월 기준으로 항공기 1대당 제주항공 (23,950원 상승1100 4.8%) 12.6명, 이스타항공 11.6명, 티웨이항공 (4,940원 상승175 3.7%) 11.6명, 에어부산 (7,170원 상승220 3.2%) 8.8명, 진에어 8명, 에어서울 3명, 에어인천(화물) 21명이다. 국토교통부 권고 기준인 1대당 12명을 충족하는 곳은 제주항공이 유일하다.


또다른 LCC 관계자는 "제대로 정비를 하려면 10년 이상의 현장 경험이 필요한 데 LCC는 경험이 풍부한 고급 정비사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성훈 기자


기성훈 기자 ki0301@mt.co.kr, 이건희 기자 kunheelee@mt.co.kr

2019.09.09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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