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경제 우등생 독일… 왜 흔들릴까

[비즈]by 머니투데이

무역전쟁 직격탄 '경기침체' 늪 빠진 독일…수출 의존이 불러온 화

 

세계경제 우등생 독일의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 가시화되고 있다. 독일의 주력 수출시장 중국이 침체한 탓이 크다. 트럼프 무역전쟁의 타깃 중국도 당장 연 6% 성장마저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 제조업과 수출기반으로 번영했던 독일과 중국의 침체가 한국에 주는 반면교사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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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을 대표하는 경제 강국 독일이 흔들리고 있다. 경제성장률이 꺾였고, 불황 조짐에 소비자는 지갑을 닫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으로 세계 경제가 침체하면서 독일이 강점을 가진 기계와 자동차 등의 수요가 줄어든 탓이다. 유럽 최대 경제국 독일의 침체는 프랑스, 스페인 등 유럽 전체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기침체' 늪 빠진 獨

독일 경제는 최근 몇 달간 충격을 받은 듯 흔들렸고, 전망도 암울했다. 독일 경제는 2분기 0.1% 축소됐다. 상반기 성장률도 0.4%로 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독일은 3분기에도 역성장이 예상된다. 2개 분기 연속 역성장을 기록하면 '기술적 경기침체'로 분류한다.


독일 시장조사회사 GfK에 따르면 독일의 소비심리는 2년 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독일 Ifo경제연구소가 발표하는 독일 기업경기지수는 이달 94.3으로 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독일 실업률은 여전히 39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지만, 공장 주문이 계속 줄어든다면 상황은 바뀔 수 있다고 미 온라인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전했다. 투자컨설팅회사 판테온매크로이코노믹스의 클로스 비스테센 유로존 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는 "IFO 조사 결과는 독일 경제가 침체기에 들어섰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말했다.


독일 경제의 성장 엔진 제조업도 위기다. 독일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지난달 43.5에 머물렀다. 지난해 같은 달보다 22% 낮은 수준이다. PMI는 기업 구매담당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해 현재 경기 상황을 판단하는 지표로, 50 미만은 '경기 위축'을 의미한다.


불황 조짐이 보이자 독일 소비자들은 잽싸게 지갑을 닫고 있다. 소비를 않는 것이다. 올해 2분기 독일 소비는 0.1% 증가에 그쳤다. 고용과 실질소득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례적인 현상이다. 반면 독일 저축률은 현재 10.5%로 미국의 8%를 크게 웃돌고 있다. 지갑에 돈은 충분히 있지만, 불안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소비자들이 돈을 안쓰고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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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1일(현지시간) 베를린 총리 관저에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기자회견장에 도착하고 있다./사진=뉴스1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는 "경제 활동이 3분기에도 약간 침체할 수 있다"면서 "내수가 계속 경제를 고립시키는 상황에서 고용시장은 이미 약해질 조짐을 보이고 있고, 서비스 업종의 기업신뢰도도 하락하고 있다"며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수출 의존이 불러온 禍

독일 경제는 다른 유럽 국가와 달리 제조업과 수출 의존도가 매우 높다. 독일 국내총생산(GDP)의 47%가 상품과 서비스 수출에서 발생하며, 제조업이 국가 경제의 5분의 1을 책임진다. 미국보다 4배나 높은 수치다. 바꿔 말하면 독일 경제가 세계 경제 흐름에 매우 민감하다는 얘기다. 다른 나라가 기계류나 자동차 같은 제품 주문을 줄이면 독일 경제도 위험해지는 것이다.


지난 6월 독일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8% 줄었다. 비(非)유로존 판매는 6% 이상 감소했다. 독일 최대 수출품목인 자동차 수출은 지난 2분기 13%나 급감했다. 특히 독일 자동차 수출의 27%를 차지하는 영국 시장이 브렉시트로 말미암은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수출이 얼어붙은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독일차들의 주된 수출판로이던 중국이 지난해 처음으로 자동차 판매 역성장(전년 대비 4.08%)을 기록한데 이어 무역전쟁 여파로 올해도 상황이 불투명한 것도 뼈아프다.


캐피날이코노믹스의 앤드루 케닝햄 유럽 담당 선임이코노미스트는 "만약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하는 '노딜(no deal) 브렉시트'가 지난해 GDP 2.5%가량을 차지한 영국으로의 독일 자동차 수출이 더욱 줄어들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올해 상반기 독일의 영국 수출은 10% 정도 줄었는데, 이 때문에 독일 경제성장률이 연율 기준 0.25%포인트 줄었다"고 전했다. 독일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1.5%였다.


유희석 기자 heesuk@mt.co.kr

2019.09.24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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