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어’로 만든 햄버거를 먹어 봤습니다

[테크]by 머니투데이

기존 햄버거 패티와 식감·맛에서 큰 차이 못느껴…

고기 맛 나는 ‘대체육’ 시장 유명 투자자들 몰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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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어 햄버거 패티를 만드는 공정/자료=HN노바텍

“오! 감쪽같네요.”(기자)


“여기에 햄버거 소스를 치면 기존 패티와 절대 분간할 수 없습니다.”(김양희 HN노바텍 대표)


11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한양대 에리카창업보육센터 4층 대회의실. 지글지글 고기 굽는 고소한 냄새가 코를 사로잡았다. 푸드테크 스타트업(신생벤처기업) HN노바텍 김양희 대표는 ‘광어’로 만든 햄버거 패티가 노릇하게 구워졌다며 기자에게 직접 맛보길 권했다. 겉보기엔 일반 패스트푸드업체가 공급받는 육류 패티와 별반 달라 보이지 않았다.


기자는 △시판중인 일반 햄버거 패티 △광어연육과 다시마에서 추출한 햄(고기의 단백질 성분) 유사 분자를 넣은 패티 △생선연육과 햄유사분자, 곤충분말 등을 넣은 패티 등 총 3종류를 비교 시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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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판중인 일반 햄버거 패티, 광어연육과 다시마에서 추출한 헴(고기의 단백질 성분) 유사 분자를 넣은 패티, 생선연육과 햄유사분자, 곤충분말 등을 넣은 패티 등 총 3종류를 비교 시식하기 전의 모습/사진=류준영 기자

요리 전 광어 패티는 겉은 반질반질했고, 촉촉했다. 대형 후라이팬에 올려 약 120도 불에 약 1분간 익히자 금방 먹음직하게 구워졌다. 강희철 HN노바텍 기술이사는 “일반 패스트푸드업체에선 패티 한장 굽는 데 대략 5분은 걸린다”며 “덜 익은 패티로 인한 소비자들의 불만뿐만 아니라 최근 햄버거병(용혈성요독증후군) 우려 등에서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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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어연육과 다시마에서 추출한 헴(고기의 단백질 성분) 유사 분자를 넣은 패티 굽기 전의 모습/사진=류준영 기자

앞뒤로 재빨리 구워낸 광어 패티를 한입 베어 물었다. 일반 햄버거 패티의 식감이 다소 퍽퍽하다면, 광어연육 패티는 질기지 않고 고기 특유의 씹는 맛을 잘 살려냈다.


기존 햄버거를 먹다보면 패티 군데군데 있는 질긴 부위가 씹혀 식감과 풍미를 떨어뜨리는 데 광어연육 패티는 너무 무르지 않으면서 고깃결이 전반적으로 균질했다. 거친 맛이 나지 않았다. 목넘김 뒷맛에서 찝찌름한 맛이 입안에 잠시 맴돈 게 흠이다. 단백질 함량을 높이기 위해 곤충분말을 추가한 패티는 특유의 쓴맛이 오래 남았다. 강 기술이사는 “햄버거 양념소스를 뿌리면 비린 맛이 느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1세대 대체육류 ‘콩’의 실패…‘수산물 패티’ 가격·영양 모두 월등

‘국민 횟감’으로 칭송받던 광어가 이질적인 패스트푸드 식재료로 변신을 꾀한다. HN노보텍이 개발한 ‘광어로 만든 육류맛 햄버거용 패티’는 내년 중순 상용화를 앞뒀다. 이 업체는 광어뿐만 아니라 연안 일대 바닥이 드러나는 개펄 모래판에 사는 우럭과 다시마 등의 해조류를 활용한 햄버거 패티와 떡갈비, 스테이크용 고기 상품도 곧 선보일 예정이다.


앞서 국내에선 1세대 대체육으로 ‘콩’을 이용했다. 다이어트 식품 붐과 더불어 콩을 갈아 글루텐을 이용해 굳혀 만든 일명 ‘콩고기’가 식물성 육류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식감과 맛이 진짜 고기와 많이 달라 큰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강 이사는 “고기의 맛과 질감이 나도록 연육, 다시마 등의 수산물을 분자 단위로 쪼개 연구했다”며 “맛과 영양이 기존 콩고기보다 우수하다”고 말했다.


HN노바텍에 따르면 80g을 기준으로 광어패티의 열량(92.8Kcal)이 기존 육류패티(254Kcal)보다 약 3배 낮다. 포화지방 함량도 광어패티(0.36g)가 육류패티(4.5g)보다 12배 낮다. 단백질 함량은 광어패티(17.8g)가 육류패티(13g)보다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비만 인구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수산물을 활용한 육류대체식품은 지방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육류 소비의 대안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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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어 패티를 조리중인 김양희 HN노바텍 대표/사진=류준영 기자

가장 큰 매력은 가격이다. 강 기술이사는 “만약 패스트푸드업체가 쓰는 패티 하나당 납품가격이 500원이라고 치면, 광어 패티는 이보다 10분의 1 정도인 50원에 납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현재 햄버거 판매가를 낮출 수 있다는 얘기다.


광어값이 폭락한 것도 주된 이유다. 지난달 출하 가격은 1kg당 8400원 정도로 2년 전 값어치의 반토막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양식 광어의 공급 과잉이 일차적 원인이다. 또 슈퍼 푸드로 알려진 연어 소비가 늘고, 일본이 한국산 광어 검역을 강화하면서 수출길이 막힌 것도 광어값 하락을 부채질했다. 국내 양식 광어 생산량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제주도에선 긴급 예산을 투입해 중간 크기 광어 200톤(t)을 수매한 후 폐기하는 방식으로 공급량 조절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김 대표는 “대체육류는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양식업자들에게 새로운 시장 판로를 개척해 줄뿐만 아니라 친환경 식재료를 원하는 해외 소비자들을 겨냥한 육류 대체 식재료로 각광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판 커지는 대체육 시장…빌게이츠 등 큰손 ‘기꺼이 투자’

최근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여파로 중국에선 돼지고기 품귀 현상이 빚어지면서, 대체육류 시장이 때아닌 특수를 누린다. 닛케이아시안리뷰 등 외신은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꼽히는 선전에 위치한 채식주의식당 플래닛 그린이 지난 9월 대체육류 햄버거를 1만개 넘게 팔았다고 보도했다. 대체육을 활용한 일본식 라멘도 인기다.


대체육류 시장이 자리잡은 시장은 미국이다. 대표적 푸드테크로 임파서블푸드를 꼽을 수 있다. 패트릭 브라운 스탠퍼드대학 생화학교수가 2011년 창업한 이 회사는 뉴욕의 미슐랭 레스토랑에서 식물성 햄버거 패티로 만든 ‘임파서블버거’를 판매하면서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주인 빌게이츠와 리자청 홍콩 청쿵그룹 회장 등으로부터 1억800만 달러(약 1264억원)를 투자받았다. 현재 미국 전역 1000개가 넘는 레스토랑에 임파서블버거를 납품하고 있다. 임파서블푸드가 구글의 3억 달러(약 3511억원) 인수 제안을 거부한 것은 이 업계 유명 일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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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파서블버거/사진=임파서블푸드

2015년, 미국 미네소타대학 심장전문의 우마 발렌티 교수가 세운 멤피스미트는 배양육(동물 줄기세포를 배양해 만든 고기)으로 만든 미트볼을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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멤피스미트가 배양육(동물 줄기세포를 배양해 만든 고기)으로 만든 미트볼/사진=멤피스미트

대체육류가 집중적 관심을 받게 된 건 미국 식물고기 생산업체 ‘비욘드미트’가 지난 5월 미국 나스닥에 상장되면서다. 비욘드미트도 빌 게이츠와 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등 유명인이 투자했다는 사실만으로 톡톡한 홍보 효과를 거뒀다.


비욘드미트는 현재 대만, 싱가포르 등에서 이미 제품을 판매중이며 지난 3월부턴 국내 식품가공업체 동원에프앤비가 비욘드미트 제품을 수입·시판하고 있다.


패스트푸드 업계도 최근 대체육에 관심을 나타낸다. KFC는 지난 8월 비욘드미트가 만든 치킨너겟 및 윙의 시범 판매를 시작했다. 버거킹도 지난 3월부터 세인트루이스에서 임파서블푸드의 식물성 단백질 패티로 만든 ‘임파서블 와퍼’ 판매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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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욘드미트 햄버거/사진=비욘드미트

이 같은 푸드테크 스타트업에 빌 게이츠 등 전 세계 유명 투자자들이 몰리는 이유는 뭘까. 기존 육류산업이 환경오염 등으로 생산량이 한계점에 이르렀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오는 2050년에 세계 인구가 95억 명에 달하고, 이들이 소비할 육류가 연간 465만톤(t)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인간이 쇠고기 1㎏를 먹기 위해 소는 12~14㎏의 곡물을 소비해야 한다. 돼지는 6~7㎏, 닭은 2~3㎏이다. 네덜란드 소재의 비영리 기구인 물발자국네트워크에 의하면 소고기 1㎏을 먹기 위해선 1만5415리터(ℓ)의 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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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축을 사육하려면 방대한 토지 및 환경도 갖춰야 한다. 온실가스 20% 가량이 가축 사육으로 발생한다. 따라서 ‘축산이 필요 없는 고기’ 대체육은 동물 단백질 소비량이 증가하면서 생기는 지구 환경 파괴 문제를 대폭 줄일 해법으로 떠오른다. 임파서블푸드에 따르면 식물성 대체 육고기는 온실가스 배출량 87%, 물 소비량 75%를 감소시킨다.


미국시장조사기관인 얼라이드마켓 리서치는 오는 2025년 전 세계 고기 대체식 시장 규모가 75억 달러(약 8조7787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류준영 기자 joon@

2019.11.18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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