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학 오면 집 한 채 준다"…아산초 '오해와 진실'

[이슈]by 머니투데이

 [전남 화순 아산초등, 신입생 무상 주택 임대 알려지며 큰 관심…"학교 사라지면 지역 황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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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학 오면 집을 준다'는 파격 정책으로 유명해진 전남 화순의 아산초등학교. / 사진 = 김경순 아산초 교장 제공

"여긴 무상 주택 제공하는 전남 화순 아산초등학교가 아니라 충남 아산초등학교 인데요."


전학 오는 신입생들에게 주택을 무상으로 임대하겠다는 전남 화순의 아산초등학교 취재를 위해 전화를 한다는 게 그만 충남 아산초등학교에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학교 관계자는 자신들이 아니라 전남 화순에 있는 초등학교라고 하면서 이런 전화가 많이 걸려 온다고 귀띔했다. 이름만 보고 학교를 착각한 학부모들의 전화가 적지 않다는 얘기다. '주택 무상 임대'로 전국구가 돼 버린 전남 화순 아산초등학교에 대한 관심이 어느정도 인지 보여주는 사례다.


18일 전남도교육청에 따르면 전남 화순군에 위치한 아산초등학교는 줄어드는 학생 수를 확충하기 위해 전학생 가정을 위한 주택을 착공해 12월 중에 완공할 예정이다. 2가구를 신축해 그 중 1가구에 다둥이 가정이 입주하기로 결정됐으며, 나머지 1가구는 다음 주부터 여러 기준을 고려해 순차적으로 입주할 계획이다.


'주택 제공' 한방으로 전국 각지에서 문의 전화가 쏟아지는 등 시쳇말로 '떴지만', 아산초의 이번 정책에 대해 좋은 평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부 누리꾼들은 "자리 보전하려는 교장의 꼼수" "시골 분교에 3억 원이나 되는 혈세를 쓰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난하고 있다. 올해 신입생이 2명에 불과한데다가 전교생이 27명인 소규모 학교는 세금만 낭비할 뿐, 굳이 유지하려 하기보다는 차라리 통폐합하는 게 낫단 주장이다. 화제의 중심이 된 아산초등학교 김경순 교장(60)은 머니투데이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이런 비판에 대해 고개를 가로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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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관수업 중인 전남 화순의 아산초등학교 학생들. / 사진 = 화순 아산초등학교 홈페이지

김 교장은 "소규모 학교는 차라리 통폐합을 하지, 왜 국민 혈세를 낭비하느냐"는 비판은 올바른 지적이 아니라고 했다. 김 교장은 "학교가 사라지면 지역 구심점이 사라진다"면서 "지역 구심점이 사라지면 젊은 사람이 들어오지 않게 되고, 지역이 황폐화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 교장은 "어르신들도 점차 나이가 드시고 지역 구심점(학교)도 없어지면 면사무소·우체국 등 기본적으로 있어야 할 기관이 사라지고 결국 일자리 감소로 귀결된다"면서 "사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공익을 위한 정책으로, (개인의) 자리 보전을 위해 내놓은 정책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실제로 이촌향도(離村向都·시골 인구가 도시로 이동하는 현상)가 심화되면서 시골 인구는 점차 고령화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아예 도시 자체가 없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 이상호 연구위원의 2018년 8월 <한국의 지방소멸 2018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228개 시·군·구 중 인구 감소로 사라질 우려가 있는 지역은 전체의 39%인 89곳이다. 특히 통계청의 2017년 조사에서는 전남(21.8%),경북(19.0%),강원(18.2%)등의 지역에서 고령인구 비율이 높아 이 같은 현상은 심화될 전망이다. '학교가 살아야 지역이 산다'는 김 교장의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 배경이다.


김 교장은 '전학생 주택 무료 제공'이 이목을 끌기 위한 단기계획에 그치지 않도록, 장기적인 학생 유치를 위한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단기적인 보여주기식 정책'이라는 비판에 김 교장은 "전라도의 여러 학교를 돌아다니면서 주거 환경 때문에 시골로 오고 싶어도 올 수 없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면서 "도시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시골의 열악한 주거 환경을 개선하면 장기적으로 학생 감소와 인구 고령화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정책을 놓고 "광고만 파격적이고 2명밖에 혜택을 못 보는 빛 좋은 개살구"라는 비판에 대해서도 김 교장의 생각은 달랐다. 김 교장은 "원래 준공 계획은 4가구였으나 (예산 문제로) 단층 2가구만 준공하게 됐다. 하지만 단층 위에 2층을 준공하기 위해 기초공사를 진행 중"이라면서 "예산이 확보가 되고 반응이 좋으면 내년에는 2층을 추가로 지을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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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공 중인 주택. 내년도 2층이 올라갈 수도 있어 기초 공사를 진행 중이다. / 사진 = 김경순 아산초 교장 제공

김 교장은 온라인 커뮤니티서 제기된 '시골은 텃세가 심해 가 봤자다'는 냉소적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김 교장은 "한 가족도 생각이 다르듯이 귀촌한 분들과 시골에 원래 사시던 분들은 생각이 다를 수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시골이 텃세가 심하다는 것은 일부 적응하지 못하신 분들의 일반화다. 화순군의 지역 주민들은 귀촌하시는 분들을 환영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화 문의가 폭발적으로 쇄도하고 있는데, 열악한 주거환경·사교육에 지친 분들이 전원생활을 꿈꾸며 전화하신 게 아니겠나"면서 "국가에서 만일 예산이 된다면 집 없는 서민들에게 농촌·어촌에도 임대 주택을 지어 혜택을 주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중장기적인 발전 계획을 만들어 도시에만 아파트를 공급하지 말고, 시골에도 전원주택을 많이 공급하면 저출산율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이번 김 교장의 아이디어는 갈수록 늘어나는 시골 학교들의 폐교와 증가하는 빈집을 해결하기 위한 나름의 해결법이다. 지방교육재정알리미에 따르면 2019년 3월 기준 전국의 폐교된 학교 숫자는 3803곳으로, 전남은 824곳이고 경북은 725곳, 강원도 458곳이나 된다. 같은 기간 서울에서 폐교한 학교는 단 1곳에 지나지 않는 것과 대조적이다. 또 2018년 통계청의 인구주택 총조사에서도 전국의 빈집은 1995년 36만 호의 세 배에 가까운 112만 호로 드러났는데, 2050년엔 전체 주택의 10%인 302만 호까지 빈 집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김 교장은 "외국에서도 문의 전화가 오고, 경기도에서도 바쁜 시간을 쪼개 직접 방문해 주셨다"고 감사의 뜻을 밝혔다. 이어 김 교장은 "아산초 근처는 화순 읍내까지도 멀지 않고, 광주광역시도 40~50분 정도 소요돼 출퇴근이 어렵지 않다"면서 "경기도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데 1시간 이상이 소요되는 것을 감안하면 충분히 고려해 볼 만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오진영 인턴 jahiyoun23@mt.co.kr

2019.11.19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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