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대형마트 패싱…10년 만에 빛 본 정지선의 뚝심

[비즈]by 머니투데이

[머니투데이 장시복 기자, 정혜윤 기자, 이재은 기자] [편집자주] 롯데그룹이 3~5년내 200여개 백화점, 마트, 슈퍼 등을 정리키로 했다. '오프라인 유통의 몰락'이라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업계 3위 현대백화점그룹은 이런 위기의 시절에 오히려 백화점, 면세점, 아울렛사업을 키우고 있다. 한섬·한화L&C 등 알짜기업도 계속 사들이고 있다. 위기에 더욱 빛을 발하는 현대백그룹의 경영스타일을 분석해본다.


[위기에 빛나는 '넘버3' 현대백의 돌다리경영] (종합)


대형마트사업 안한 정지선…"다 계획이 있었구나“

10년전 검토한 뒤 접어..."대기업은 '동네' 안들어가" 非유통 확장 차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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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사업 운(運)일까, 오너 경영자 특유의 인사이트였을까."


대형마트가 최근 급격한 '추락'의 길을 걷으면서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의 '선택'을 두고 재계에서 나오는 궁금증이다.


현대백화점은 대한민국 '유통 빅3 '가운데 유일하게 대형마트 사업을 벌이지 않았다. 때문에 3사 중 규모 면에선 '넘버3'로 불린다. 해외 사업도 일부 홈쇼핑만 운영할 뿐, 오프라인 매장은 내지 않았다.


요즘 롯데쇼핑이 대형마트·슈퍼마켓 등 오프라인 점포 30%를 구조조정하고, 이마트가 적자를 기록하며 위기에 빠진 것과 비교하면 현대백화점의 표정은 느긋하다.


"10년 전엔 왜 마트 사업도 하지 않고 혼자 요지부동이냐고 오히려 밖에서 더 난리였죠." 한 현대백화점그룹 고위 임원의 회고다. 롯데와 신세계가 대형마트 출점 경쟁 레이스를 펼칠 때, 현대백화점은 그 트랙에서 다소 비켜나 묵묵히 가던 길을 갔다.


사실 정 회장이라고 고민이 없던 건 아니다. 실제 현대백화점은 '외부 수혈'이 거의 없기로 유명하지만 2007년 이마트 출신 이사를 전격 영입해 '할인점사업부'를 신설하고 검토에 나섰다.


그러나 1년여 만에 이 사업부를 없애고 계획을 접었다. 당시에도 회사 측은 "대형마트가 너무 가격 경쟁 중심이다보니 향후 수익성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며 "이미 포화 상태여서 후발 주자로 늦게 들어가는 건 의미가 없다고 판단 내렸다"고 밝혔다. 10년이 지난 지금, 정 회장의 예측은 그대로 맞아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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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이 대형 매장으로 승부하지, 동네 골목상권까지 끼어들지 않는다"는 선대부터의 경영 철학을 이어받아, 기업형 슈퍼마켓(SSM) 사업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생필품 위주의 e커머스 공격도 상대적으로 덜 받는 편이다.


아울렛과 면세점 사업도 먼저 나서지 않고 돌다리를 두드리듯 철저히 타산을 따져 본 뒤 '돈이 되는' 입지에만 콕 집어 입점하는 전략이다. 현대백화점은 겉으로 보기엔 '원조 강남' 압구정의 터줏대감으로 화려한 명품 전시장 이미지이지만, 경영에 있어서는 철저히 짠돌이 방식으로 내실을 다진다. 외부에선 "답답하다'고 평할 정도다. 하지만 경쟁사 움직임에 부화뇌동하지 않고 철저히 안전성 등 자신만의 원칙을 바탕으로 뚜벅뚜벅 자신만의 길을 가는 돌다리 경영은 오히려 위기에 공세전략을 취할 수 있는 토대가 됐다.


2003년 총괄 부회장에 오르며 사실상 그룹을 이끌기 시작한 정 회장은 총 8400억원의 부채를 갚아 40대 그룹 중 가장 낮은 부채 비율(45%)을 만들었다. 이후 50%대 부채비율의 탄탄한 재무구조와 풍부한 자금력으로 '레드 오션' 동종 업계 대신 '비(非)유통' 사업 사냥에 나서는 승부수를 걸었다.


전통 유통 사업을 강화하기 보단, 유통을 기반으로 리빙·인테리어(리바트)와 패션(한섬) 사업 포트폴리오를 지속 확장해 나가는 전략으로 경쟁 유통 대기업과 차별성을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정 회장이 마치 먹잇감을 노려보는 맹수처럼 보수적이면서도 일단 시작하면 공격적으로 돌진하는 경영 스타일"이라며 "최근의 결과를 보면 다 계획이 있던 셈"이라고 했다.


장시복 기자


오프라인 더 늘리겠다"는 현대百…또 반대 전략 택했다

내년까지 백화점 1개·아울렛 3개·면세점 1개 추가 오픈 계획


롯데·신세계 등 대형 유통 기업들이 오프라인 채널 구조조정에 나서는 가운데, 현대백화점그룹은 반대 전략을 택했다. 그룹 신성장동력으로 백화점·면세점·아울렛 등 오프라인 채널을 키워가고 있다. 특히 면세점은 현재 전체 그룹 실적을 깎아 먹는 존재가 됐지만, 전폭적인 투자를 이어간다. 규모의 경제를 통해 수익성을 강화할 수 있다는 확신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면세사업 적자지만…미래 성장 가능성 보고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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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현대백화점그룹에 따르면 내년까지 현대백화점은 백화점 1개, 아울렛 3개, 면세점 1개를 추가 오픈한다. 이로써 백화점은 총 16개, 아울렛은 8개, 면세점은 2개로 확대된다.


먼저 이달 20일 동대문 면세점이 문을 연다. 서울 강남에 있는 1호 면세점인 무역센터점에 이은 2호점이다. 동대문점은 서울 동대문 두타몰 6~13층을 모두 사용할 예정으로, 입점 브랜드만 330여개에 달한다. 현대백화점그룹은 강남과 강북 면세점 운영을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규모의 경제를 통해 면세 사업을 안정화할 계획이다.


면세 사업은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의 숙원 사업이면서, 그룹 신성장동력 중 하나로 꼽힌다. 2016년 시내면세점 특허를 처음 따낸 뒤, 2018년 11월 정식으로 면세점(강남 무역센터점)을 오픈했다. 면세점 초기 투자 비용으로 적자는 커지는 상황이지만 면제 사업의 미래 성장 가능성을 보고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두타면세점 입점을 결정하고 이달 말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 면세점 입찰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면세점은 지난해만 영업적자 74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적자폭이 323억원 커졌다. 하지만 최근까지 현대백화점은 동대문 면세점 사업 운영을 위한 자금으로 면세점에 2000억원(보통주 400만주)을 출자하는 등 2017년부터 총 4400억여원의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이같은 면세점 투자에도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실적에서 선전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매출 2조1989억원, 영업이익 292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8% 늘고, 영업이익은 18% 줄었다. 하지만 면세점 투자부분을 고려하면 지난해 영업이익이 30~67% 경쟁사들에 비해서는 매우 선전했다는 평가다. 오프라인 유통의 위기 상황에 역으로 나홀로 오프라인 채널 확대에 나설 수 있는 배경이다.


◆내년까지 프리미엄 아울렛 3개·서울 최대 백화점 여의도점 출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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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아울렛은 내년까지 3개 점포가 문을 연다. 올해 6월엔 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11월 남양주점, 2021년엔 동탄점이 오픈한다. 2014년 아울렛 사업에 뛰어든 현대백화점그룹은 백화점 운영 노하우를 활용해 공격적으로 아울렛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현재 1조 2000억원의 아울렛 사업 매출은 출점이 완료되는 2021년 2조원대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백화점은 여전히 그룹의 중요 버팀목이다. 내년 1월에는 서울 최대 백화점인 여의도점 문을 연다. 최근 서울권에 백화점이 신규 출점한 경우는 여의도 현대백화점이 유일하다. 정 회장이 각별한 관심을 쏟은 곳이기도 하다.


여의도점은 지하 7층~지상 9층 규모로 영업면적만 8만9100㎡(약 2만7000평)에 달한다. 오피스 상권인 여의도가 '유통무덤'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현대백화점은 해외 유명 쇼핑몰의 '보이드(건물 내 오픈된 공간)'·자연 채광 등을 활용해 새로운 쇼핑 경험을 제공하는 명소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박종렬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백화점 3사 중 유일하게 지속적인 신규 출점을 통한 성장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며 "올해 면세점 부문의 영업적자가 축소되는 가운데 백화점 부문의 영업이익이 견조한 추세를 이어가면서 전년대비 호전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혜윤 기자


남들 마트 키울 때, 현대百은 완전 다른 기업 샀다

2012년 한섬·리바트 인수 후 패션·리빙 그룹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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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한 개꼴로 사들인다.'


롯데·신세계가 대형마트를 키워나갈 때 현대백화점그룹은 기존 사업과 시너지가 나는 다른 사업분야 기업을 M&A(인수합병)함으로써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2010년 현대백화점그룹 창립 39주년을 맞아 열린 'PASSION(열정) 비전 2020' 선포식에서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대규모 M&A 등을 통해 그룹과 시너지 창출이 가능한 사업을 적극 발굴하고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현실이 됐다. 현대백화점그룹은 2012년 이후 거의 매년 한두건의 M&A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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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2012년을 기점으로 패션과 리빙은 그룹의 중심축이 됐다. 현대백화점그룹은 2012년 패션 전문기업 한섬(4200억원)을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패션 사업을 확장했다.


한섬은 현재 현대백화점그룹 내 알짜 효자계열사로 통한다. 지난해 한섬 연결기준 매출액은 1조 2599억원으로 인수 당시보다 3배가량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16.7% 늘어난 1064억원을 기록했다. 한섬을 국내 패션 신화 1위를 이끌었던 김형종 한섬 대표이사 사장을 올해 인사때 현대백화점 대표이사 사장으로 이동시킨 것도 이 같은 역량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 한섬과 2017년 3000억원에 인수한 SK네트웍스 패션부문의 2개 회사인 한섬글로벌, 현대G&F를 흡수합병하면서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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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그룹은 국내 최대 '토탈 리빙·인테리어 기업' 입지도 다져가는 중이다. 리빙분야는 그룹에서 애정을 쏟는 사업 중 하나다.


현대백화점그룹은 2012년 가구업체 리바트(현 현대리바트)를 500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현대리바트는 2017년 프리미엄 홈퍼니싱 기업 '윌리엄스소노마'와 독점 판매계약을 맺었고 현대 H&S도 흡수합병했다. 여기에 2018년 종합 건자재 업체 한화L&C(현 현대 L&C)를 인수하면서 총 매출 2조원이 넘는 리빙·인테리어 기업으로 거듭났다.


다만 현대리바트는 인수 당시보다 몸집을 2배 이상 키우긴 했지만 가구업계 경쟁심화에 따른 최근 부진한 실적은 고민거리다. 지난해 현대리바트 매출액은 전년대비 8.4% 줄어든 1조 2376억원,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50.9% 줄어든 236억원을 기록했다.


현대L&C 역시 마찬가지다. 현대L&C는 지난해 매출액 1조 938억원, 영업이익은 154억원을 기록했는데 기대했던 실적에는 못미친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대홈쇼핑은 지난해 4분기 종속기업 현대L&C 영업권 손상차손이 448억원 발생했다고 밝혔다. 현대 L&C 인수 후 예상보다 실적이 낮아 448억원을 손상 차손으로 인식하면서 현대홈쇼핑 당기순이익이 감소했다.


이외에도 현대백화점그룹은 2013년에는 경북지역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를 466억원에, 씨엔에스푸드를 150억원에 사들였다. 2015년에 정수기 등 가전 렌털(대여) 사업을 하는 현대렌털케어를 설립했고 같은해 중장비 제조업체 에버다임(940억원)을 인수하는 등 사업 영역을 전방위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백화점·홈쇼핑 등 그룹 내 유통 계열사의 온·오프라인 유통망 등도 적극 활용해 리빙·인테리어 분야 경쟁력을 높이고 그룹 내 시너지를 극대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혜윤 기자


"현대家 DNA 심었다" 35세에 회장 된 정지선, 외부 평가는

1985년 압구정서 사세키워...정지선-정교선, 현대家 DNA 유통업에 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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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사진제공=현대백화점

"현대가(家)의 DNA가 그대로 유통업에도 녹아 들어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의 경영 리더십을 두고 재계에서 나오는 대체적 평가다. 보수적이면서도 내실있고, 일단 시작하면 저돌적으로 밀고 나가는 경영 스타일을 두고서다.


정 회장은 은둔형 경영자로 통한다. 하지만 필요한 현장이면 의전 수행 없이 수시로 찾는 것으로 유명하다. 두 살 터울의 사촌 형인 정의선 현대차그룹과 수석부회장과 각자 맡은 분야는 다르지만 비슷한 성향이라 더 친한 사이로 알려져있다.


정 회장은 톡톡튀고 트렌디한 유통업종에 중후장대 산업 위주로 시작했던 '현대'(Hyundai) 경영 리더십을 조화롭게 접목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원래 현대백화점그룹은 1971년 금강개발산업이란 이름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초기 현대건설과 현대차 등 당시 현대그룹 계열사에 식품·잡화 등을 공급해왔다. 본격적으로 사세를 키운 건 1985년 서울 압구정동에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을 오픈한 이후 부터다.


압구정동은 '원조 강남'의 상징이자 현대아파트 대단지 숲에 둘러싸인 서울의 '현대 본거지'였다. 1980~90년대 롯데와 신세계백화점 본점이 강북 4대문 안에 둥지를 튼 반면, 강남의 쇼핑가는 압구정 본점과 삼성동 무역센터점의 현대백화점이 주도한 형국이었다. 현대백화점은 명품 트렌드를 주도하며 시대를 앞서나갔다.


2000년대 들어서도 현대백화점그룹은 타 유통 대기업과 다르게 대형마트·슈퍼마켓 등 골목 상권 사업에 뛰어들지 않았다. '고객을 풍요롭게 세상을 풍요롭게'라는 그룹 미션처럼 고 정주영 현대 창업주와 그의 삼남 정몽근 명예회장 때부터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중시해왔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1999년 계열 분리한 이후 독자적으로 성장해 오며 재계 순위 21위(순이익 17위)에 올랐다. 아울렛·면세점 사업을 확정하고 패션·리빙 등 비(非)유통으로 외연을 넓혔고, 내년 1월에는 여의도 파크원에 서울 최대 규모 백화점 개점도 앞두고 있다.


정 회장이 재계 3세 중 가장 어린 나이인 35세(2007년)에 그룹 회장에 올랐고, 동생 정교선 부회장과 똘똘 뭉쳐 '형제 경영'을 펼치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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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그룹 정지선 회장(사진 왼쪽)과 정교선 부회장. /사진제공=현대백화점그룹

당초 정 회장이 백화점을 중심으로 한 유통 부문을, 정 부회장이 현대그린푸드를 위시한 현대홈쇼핑 등 기타 유통 부문을 주력으로 역할 분담을 할 것이란 관측이 높았다. 하지만 지난해 정 부회장이 현대백화점의 사내이사로 올라 경영에 함께 참여하면서 형제간 공동 협심 경영으로 무게추가 옮겨가는 모양새다.


두 형제는 제사 등 범현대가 집안 행사에서도 함께 적극 참여하는 모습도 보여왔다. 2015년 판교점 개점을 기점으로 'THE HYUNDAI'(더 현대)라는 브랜드명을 쓰면서 아이덴티티를 부각시키고 있기도 하다.


현재 압구정 현대아파트 단지 내 상가(금강쇼핑센터)에 위치한 본사가 오는 4월 삼성동 신사옥으로 옮길 예정이다. 이에 삼성동 인근에 들어설 현대차그룹의 신사옥 GBC(글로벌비즈니스센터) 상업시설에도 현대백화점 계열이 입점할 지 관심이 모아진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지 않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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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현대건설이 올해 역대 최대 총사업비 7조원 규모의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에서 시공사로 선정될 경우, 단지 내 백화점 입점을 계획 중이다.


장시복 기자


아파트 상가에 '2조 기업' 본사…좁아도 40년 자리지킨 이유


현대百, '명당' 압구정 현대아파트내 상가 본사…4월 삼성동 신사옥 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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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현직 대기업 오너·톱스타가 가장 많이 사는 아파트로 유명하지만, 단지 상가 내에 대기업 본사가 있는 걸로도 유명하다.


현대백화점 본사다. 현대아파트 단지 내 금강쇼핑센터는 1976년 압구정 현대아파트 설립과 동시에 세워졌는데, 현대백화점은 1980년 금강쇼핑센터에 자리를 잡은 이후 줄곧 이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현재 금강쇼핑센터의 2~4층을 현대백화점 그룹이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으며 현대백화점 본사 직원 450여명은 모두 이곳에서 근무한다. 정지선 회장도 이곳으로 출근 중이고, 연초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이동호 전 부회장도 이곳에서 일했다.


그동안 몇백명의 직원이 이곳에서 일하기엔 공간이 워낙 좁고, 낙후됐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더군다나 현대백화점이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2조1990억원, 영업이익 2922억원을 기록하는 등 4층 상가건물이 그룹의 위상과 맞지 않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그럼에도 현대백화점이 40여년간 이 자리를 지켜온 건 풍수적 이유 때문이다. '금강쇼핑센터'가 위치한 압구정은 풍수지리학적으로 '돈이 모이는 곳'으로 여겨진다.


압구정동은 한강이 활처럼 흐르며 감는 지형으로, 재물운이 빠져나가지 않는 입지다. 특히 풍수에서 아파트 단지는 한강이 단지를 둥글게 감싸 안은 채 금성수(金星水)로 흐르는 곳을 명당으로 여기고, 반대로 단지를 등진 채 반궁수(反弓水)로 흐르는 곳은 명당이 아닌 것으로 치는데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동에서 서쪽으로 흐르는 한강의 물길 중 '금성수'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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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현대백화점은 논현로를 사이에 두고 있는 압구정 본점 정문의 기둥에도 명당임을 알리는 현판을 붙여뒀다.


현판에는 "압구정을 감싸고 흐르는 한강의 모양이 미인의 눈썹 모양 혹은 용이 물을 굽어보는 형상을 이룬다. 압구정 중심의 현대백화점 자리는 재운의 상징인 배꽃으로 유명해 행복한 기운이 더욱 가득하다"는 글이 적혀 있다.


사주·풍수지리 전문가 도모씨는 "물이 쭉 흘러나와 치는 곳을 나쁜 곳으로 보고, 물이 휘감아 도는 자리를 좋은 자리로 보는데, 압구정은 후자에 속한다"며 "현대가(家) 역시 풍수 전문가를 통해 압구정 자리가 좋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포기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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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 본사. 압구정 현대아파트 단지 내 상가인 금강쇼핑센터에 위치해 있다. /사진제공=뉴스1

실제 현대백화점 직원들 사이에서도 옮기면 안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 섞인 이야기가 오가기도 했다. 현대백화점 직원 최모씨는 "직원들이 신사옥으로 옮기는 걸 학수고대하긴 했지만, 막상 이전이 결정된 뒤에는 '옮겨도 될까'하는 우려가 나왔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오는 4월 '압구정 시대'를 접고 삼성동 테헤란로 신사옥으로 이전한다. 신사옥은 KT&G 대치타워 옆에 위치하고 지하 6층~지상 14층으로 구성돼있어 현대백화점 그룹의 위상에 걸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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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삼성동 일대에는 현대백화점 신사옥 외에도 현대산업개발, 현대자동차 신사옥(글로벌 비즈니스센터, GBC) 등 현대가 기업들이 모여있어 '삼성동 현대 타운'이 형성된다. 현대백화점이 떠난 금강쇼핑센터는 계열사인 현대리바트가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워낙 오래돼서 어차피 재건축을 해야했기에, 어차피 옮길 것이면 미리 옮기자는 판단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아무래도 업무 환경이 더 좋아지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이재은 기자


장시복 기자 sibokism@, 정혜윤 기자 hyeyoon12@, 이재은 기자 jennylee11@mt.co.kr



2020.02.25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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