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보람 따위 됐으니 야근수당이나 주세요」

[컬처]by 문학동네

오늘 하루도 최선을 다한 당신을 위한 응원 

 

사실 저는 스스로 이야기하기엔 민망하지만, 굉장히 열심히 일하는 편입니다. 그리고 다행인지 불행인지 일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좀더 솔직히, 그리고 과장되게 이야기하자면 일에 '감사'하기까지 합니다. 저는 일을 하면서, 제가 아주 조금이나마 성장했고, 지금도 성장했다고 믿거든요.  책임을 진다는 것, 무언가를 해낸다는 것의 의미를, 부끄럽지만 저는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나서야 배웠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배워가고 있습니다. 

 

이 책, 「아, 보람 따위 됐으니 야근수당이나 주세요」의 관점에서 보자면, 아마도 저는 '사축(회사의 가축)'일지도 모릅니다. 야근수당을 받지 못해도, 일을 통해 보람과 성취감을 느끼니까 괜찮다고 생각하니까요. 야근수당보다 훨씬 크고 값진 것을 얻고 있다고 믿으니까요.  그러니까 말하자면 저는 "야근수당 따위 됐으니 보람을 느낍시다"에 가까운 사람이라고 할까요. 


아니, 그런 생각을 갖고 있으면서 왜 이 책을 기획한 건데? 이렇게 물어보신다면, 바로 그 지점에서 이 책의 진정한 가치가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제목만 보자면, 이 책은 일은 일대로 시켜놓고 수당도 안 챙겨주는 회사에 대한 문제제기와 불합리한 노동현실에 대한 강력한 비판을 담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물론, 실제로 그렇기도 합니다. 이 책은 우리가 매일 노동현장에서 맞닥뜨리는 ‘비참함’에 관한 이야기이며,  일의 보람을 추종하는 광신도들 사이에서 나를 지켜내고 사축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과연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통렬한 문제 제기이기도 합니다.

지급해야 마땅할 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떼어먹는 것은 타인의 노동력을 훔치는 행위다. 서비스 야근을 강요하는 것은 회사가 사원을 상대로 저지르는 절도나 다름없다. 절도는 심각한 범죄다. 남의 소유물을 훔치면 당연히 경찰에 붙잡히지 않는가. 그런데 사람의 노동력을 훔치는 서비스 야근은 일반적인 절도와 달리 심각한 범죄로 여겨지지 않는다. “야근수당을 다 줬다가는 회사가 망한다”라며 대놓고 얼굴에 철판을 까는 경영자도 있다.  법을 지킨다고 회사가 망한다면 그런 회사는 그냥 망하면 된다. 법을 어기면서까지 회사를 연명시킨다고 해서 이 사회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저자는 우리가 직장생활을 하면서 막연히 느껴왔던 문제들, 불합리하지만 말하지 못한 현실들을 조목조목 짚어내며, 직장인이 당연히 요구해야 하고, 요구해야 마땅한 권리들에 대해 신랄한 어투와 유머러스한 일러스트를 통해 유쾌하게 비틀어 풍자합니다. 무엇보다 누구도, 어디서도 알려주지 않았던 노동자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개인 사정에 맞춰 유급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하거나 서비스 야근이나 의리 야근을 하지 않고 매일 정시에 퇴근하려는 사람에게 “사회인으로서의 상식이 없어”라고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다. 여기서 말하는 ‘사회인으로서의 상식’이란 대체 무엇일까? 나는 이 질문에 대해 납득할 수 있는 대답을 아직껏 들어보지 못했다.  결국 ‘사회인으로서의 상식’이라는 말은 특정 회사나 업계 내에서 암묵적으로 정한 규칙을 지칭하는 것에 불과하다. 이런 것을 ‘상식이라고 주장하다니, 좀 이상하지 않은가. ‘사회인으로서의 상식’이라는 단어를 들었다는 이유로 생각하기를 포기하지 말자.‘사회인으로서의 상식’이 어떤 내용인지 진지하게 따져보지 않고 듣자마자 사고를 정지한 채 순순히 받아들인다면, 자기 권리를 지키면서 제대로 일하는 날이 오기는 아직 멀었다. 

그런데 이게 전부가 아닙니다. 이 책은 단순히 직원의 입장에 서서, 회사가 모조리 잘못했으니 짱돌을 집어들고 일어나라~ 같은 주장을 하는 책은 아닙니다. 그보다는 다양성의 가치, 서로 다른 생각과 태도를 인정하고 포용할 수 있는 열린 문화에 대해 말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사람은 다 다릅니다. 일이 재미있어 죽겠는 사람도 있고, 눈곱만큼도 재미없지만 그저 살아가는 데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주어진 근무시간을 묵묵히 견뎌내는 사람도 있죠. 야근을 밥먹듯이 하면서도 강철체력을 유지하는 ‘워커홀릭형’ 사람이 있는가 하면,  주어진 근무시간에만 최대한 성실하게 일하고 적어도 저녁에는 마음 편히 좀 쉬고 싶은 사람도 있습니다. 이 책은 어느 한쪽이 옳거나 맞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 모두가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즉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이며, 자기 자신이 옳다고 믿는 가치관대로 일하고 살아갈 자유가 있다는 것이죠. 

본래 사람은 저마다 다르다. ‘모두와 똑같이’란 불가능하다. 일이 좋아서 매일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있다면, 일이 싫어서 최대한 편한 직장을 구해 매일 일찍 퇴근하고 싶은 사람도 있다. 둘 중 어느 쪽이 옳다고 주장하려는 것이 아니다. ‘이 세상에는 저마다 다양한 생각이 존재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말하고 싶을 뿐이다.

 

내 인생은 나 이외에 그 누구도 살아줄 수 없다. 내 행복은 나의 주관으로 판단하면 된다. 블랙 기업이나 좀비형 사축은 우리에게 ‘가치관’을 억지로 강요하려 할 것이다. 그런 타인의 가치관 따위는 무시하고 나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괴롭다’고 생각하면 그건 괴로운 것이다. 내가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면 그건 무의미한 것이다. 내가 ‘재미없다’고 생각하면 그건 재미없는 것이다. 내게 가치관을 강요하는 회사도 상사도 동료도 어차피 타인이다.  타인의 삶을 사는 행위는 인생의 최대 낭비다. 자신의 가치관에 솔직해지자. 좀더 나 자신을 위해 살자. 

저는 이 책의 진정한 가치가 바로 이 지점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양성이 존중받는 세상을 위한 외침 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일에 빠져 사는 워커홀릭도, 지금의 근무환경이 불합리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즉 회사라는 곳을 다니며 월급을 받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어볼 만한 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내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어떤 진실 혹은 사실들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테니까요. 무엇보다 굉장히 신랄하고 통렬한 메시지를 던지는 책임에도 불구하고, 결코 어렵거나 무겁지 않고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위트 넘치는 책이라는 점에서, 모든 분들께 강력 추천드립니다.  오늘도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일에, 자신의 삶에, 즉 자기 스스로에게 최선을 다한 당신을 위한 한 권의 유쾌한 응원가, 바로 「아, 보람 따위 됐으니 야근수당이나 주세요」가 될 거라고 믿습니다.

「아, 보람 따위 됐으니 야근수당이나

편집자 고아라

2016.06.21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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