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 My 베비메탈!

[컬처]by 김석기
Oh! My 베비메탈!

"베비메탈(BabyMetal) 나온대."

메탈리카 고척돔 공연을 같이 간 친구가 필자에게 한 말이다. 마흔을 넘어 쉰을 바라보는 친구의 목소리에서 묘한 흥분감이 느껴진다.

 

'베이비 메탈?'

 

아! 전에 친구가 필자에게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던 일본의 락그룹이란 것이 문득 떠올랐다.아이돌과 헤비메탈이 결합된 특이한 그룹이라고 했던…그 베비메탈이 메탈리카 고척돔 공연의 오프닝 밴드로 결정되었다는 것이다.

 

베비메탈에 대해 그다지 관심이 없던 필자에게는 메탈리카 공연 오프닝으로 나올 정도면 나름 괜찮은 신인 그룹이겠거니 하고 생각했는데 베비메탈 팬인 친구는 이게 보통 사건이 아니라고 한다. 메탈리카 공연 표를 팔기 시작 할 때는 그다지 큰 반향이 없었는데, 티켓 오픈후 베비메탈이 오프닝 밴드로 결정되자 메탈리카 공연 표가 급격하게 빨리 팔리기 시작했다.

 

실제로 7시 20분부터 7시 55분까지 35분간의 베비메탈 오프닝 공연이 끝나자 본 공연인 메탈리카를 안보고 공연장 밖으로 나가는 관객들이 꽤 있었다. 165,000원을 내고 단지 35분간의 베비메탈 오프닝 공연만을 보러온 것이다. Hul!

 

베비메탈이 락의 레전드인 메탈리카의 오프닝 밴드로 나온다는 것은 메탈리카로부터 실력을 인정을 받았다는 것이며, 확실히 일본에서 자신이 헤드라이너로서 수만 명의 팬들을 끌고 다니는 베비메탈 입장에서는 메탈리카 정도 되니까 오프닝 밴드로 서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쯤 되면 베비메탈이 어떤 그룹인지에 대해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대체 어떤 밴드이길래 내 친구와 음악을 좋아라 하는 여러 페친들이 이렇듯 흥분하는지에 대해서…

아이돌과 메탈의 결합 '베비 + 메탈' (Baby + Metal)

메탈리카(Metallica), 메가데스(Megadeth), 앤스랙스(Anthrax), 판테라(Pantera), 슬레이어(Slayer), 헬로윈(Helloween), 오지 오스본(Ozzy Osbourne) 같은 정통 메탈 그룹 뿐 아니라 심지어 메탈리카에게 팝송이라고 욕먹던 본조비(Bon Jovi) 같은 LA 메탈에 이르기까지 헤비메탈은 남자들이 하는 음악이었고, 여성 멤버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강렬하고 하드한 사운드를 내는 메탈은 여성적인 구석이 1도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메탈의 시대는 90년대 초반 저물었다. 너바나(Nirvana)의 극적인 성공 이후 얼터너티브 락(alternative rock)이 대세가 되는가 했는데 너바나 말고는 제대로 성공한 그룹이 없다 보니 락씬에서 너바나가 헤비메탈을 밀어내고서 정작 자신들은 해체된 꼴이 되었기 때문이다. 너바나 이후 메탈 그룹은 실질적으로 메탈리카 정도만 남았고, 메탈리카 외에 눈에 띄는 신생 메탈 그룹이 새로 출현하지 않은 채 거의 30년 가까이 시간이 지나갔다. 메탈은 80년대에 열광하던 팬들과 함께 락씬의 주무대(미국, 영국)에서 잊혀져 갔다. 이후 미국에서는 흑인음악이었던 힙합(Hip hop)이 주류 음악으로 떠오르며 지금까지 주도하고 있다 이미 90년대부터 힙합은 더 이상 마이너리티 흑인 음악이 아니었다. 흑인 뿐 아니라 백인이나 동양인, 세계인이 함께 듣는 음악으로 바뀐 것이다.

 

메탈은 주류 무대에서 퇴장한 후 유럽을 중심으로 데스 메탈(Death Metal)이라는 장르로 거듭난다. 기존의 메탈보다 더 강력한 사운드를 지향하여 큰 볼륨과 거칠고 무거운 연주, 투 베이스 드러밍 등 과도하게 과격한 퍼포먼스를 선보였고, 죽음∙고통∙파괴 등 가사 내용이 매우 염세적이고 무거운 소재 일색이다 보니 소수의 매니아들이 듣는 음악으로 포지셔닝 하게 된다.

 

베비메탈의 탄생은 이러한 메탈씬의 분위기와 일본 특유의 아이돌 문화가 결합되면서 탄생하였다. 일단 일본의 음악계는 80년대부터 아이돌 가수라고 말하는 10대 여성 중심의 그룹을 중심으로 음악 비즈니스가 굴러가던 곳이었고 거의 40년 가까이 이러한 구조가 유지되어왔다. 한국의 ‘걸 그룹’이라는 형태 역시 일본의 아이돌 그룹을 벤치마킹 하여 들여온 것이다. 물론 일본음악 시장은 한국과 다르게 아이돌 말고도 여러 형태의 음악이 공존한다. 재즈나 블루스, 보사노바, 인디밴드도 있으며 락이나 엔카도 나름 독자적인 팬 층과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다만 주류가 아이돌이라는 것 뿐이다.

 

그러다 보니 한 해에만 수백 개의 아이돌 그룹이 생겨났다 없어질 만큼 아이돌 가수계는 극도로 경쟁이 심하였고, 이러한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별의별 형태의 아이돌 그룹이 생겨났다. 서너 명의 그룹에서 수백 명의 그룹이 생겨나기도 했으며 마치 학교처럼 기수제와 ‘졸업’이라는 은퇴 제도도 만들어졌다. 이러한 여러 시도 중 베비 메탈의 경우 음악의 차별화를 통해 아이돌 시장에서 살아남으려 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선택이 바로 아이돌과 메탈의 결합이었다. 

베비메탈 (ベビーメタル, BABYMETAL)의 음악

세 명의 여성 멤버인 베비메탈은 주보컬인 수메탈(スゥメタル, 보컬), 모아메탈(モアメタル), 유이메탈(ユイメタル)로 구성되어있으며 다른 아이돌 그룹처럼 노래와 춤을 춘다. 사진에서처럼 여타의 아이돌 그룹처럼 나이도 어리고 귀엽다. 이들의 목소리와 창법은 우리가 알던 메탈과는 달리 일본 아이돌 노래의 멜로디에 더 가깝지만 이들의 노래를 뒷받침하고 있는 ‘카미 밴드’의 연주와 결합되어 베비메탈 특유의 음악을 만들어 냈다. 백문이불여일청! 일단 어떤 음악인지 들어보자.


이 뮤직 비디오에서 세 명 멤버의 목소리 말고 메이크업을 해 그룹 키스(Kiss)를 연상시키는 카미밴드의 연주에 귀를 기울여보자. 빠른 속주의 헤비한 기타 연주와 베이스∙드럼의 강력한 메탈을 구사한다. 귀가 시원해지고 가슴이 뻥 뚫리는 우리가 기다리던 바로 그 사운드다. 카미 밴드의 신들린듯한 연주와 나름 잘 어울리는 수메탈의 보컬, 그리고 뭔가 언발란스 해 보이면서도 잘 어우러지는 안무 등이 기묘한 긴장감을 만들어 내고 있다.

 

베비메탈은 일본에서만 인기가 있는 로컬 밴드가 아니다. 아래 영상은 영국 웸블리 공연 트레일러인데 객석을 꽉 채운 베비메탈 팬들이 열광하고 있다. 메탈리카에게 인정 받았듯이 베비메탈은 일본 국내용이 아닌 차세대 메탈 주자로서 전혀 손색이 없다. 

BABYMETAL - LIVE AT WEMBLEY Trailer

웬일인지 국내 서비스에서는 베비메탈의 노래를 들을 수 없고 애플뮤직이나 유튜브를 통해서나 찾을 수 있다. 베비메탈 곡을 몇 곡 더 감상하며 이 글을 줄인다.

BABYMETAL - メギツネ - MEGITSUNE (OFFICIAL)

APMAs 2016 Performance: BABYMETAL perform with ROB HALFORD of JUDAS PRIEST

BABYMETAL - Tamashii no Rufuran (SU-METAL)

2021.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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