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지의 비극, 공유경제의 비극

[테크]by 김석기

공유지의 비극

마을에서 공동으로 소에게 풀을 먹일 수 있는 방목장(목초지)이 있다. 이곳은 마을 사람이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목초지라 목부(소 키우는 사람을 목부라 한다.)가 자신의 소들을 많이 끌고 나와 풀을 먹이면 자신에게 이익이 된다. 결국 경쟁적으로 방목장으로 소를 끌고 나오게 됨으로써 방목장 목초지는 곧 황페화 되어 아무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이를 ‘공유지의 비극 (The Tragedy of the Commons)’ 이라고 하는데, 역사적으로 ‘공유지의 비극’은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시작된 시점에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서 초지를 분할 소유하고 각자의 목초지에 울타리를 치게 것이 이른바 ‘인클로저 운동(enclosure movement)’이다.

 

신문이나 교육에서도 무책임한 이기주의를 비판하거나 공동체적 가치를 강조할 때 이 용어를 자주 사용한다. 하지만 원래 경제학에서 사용되는 ‘공유지의 비극’이란 용어는 그 의미가 다르다. 즉, 모든 이가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경우, 누구도 자발적으로 그 재화를 공급하려 하지 않으며, 또 공급에 따른 비용을 부담한다고 해도 획득한 혜택에 상응하는 비용까지는 부담하지 않는다는 걸 말한다.

 

생물학에서도 ‘공유지의 비극’을 말하는데, 생물학자 가렛 하딘이 1968년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제시한 것이 그것이다. 하딘은 일정한 마리의 소를 수용할 수 있는 규모의 목장에 더 많은 이익을 위해 한 마리의 소를 더 집어넣었을 때 목장 자체의 생태계가 파괴된다는 걸 경고하고자 ‘공유지의 비극’을 예로 들었던 것이다.

 

같은 ‘공유지의 비극’을 두고 분야에 따라 여러 가지 해석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우리가 가장 익숙하게 알고 있는 ‘공유지의 비극’은 ‘이기주의의 비판’에 활용되는 그것이다.

 

산업혁명 당시 목초지라는 땅을 객체로 했던 ‘공유’ 개념은 현재에 이르러 다른 객체들의 매개를 통해 ‘공유 경제’라는 개념으로 업그레이드 되었다. 땅에서 차(우버, 그랩), 집(Air BnB), 노동력 (Task Rabbit) 등 가지고 있는 자원을 모두 공유할 수 있는 시대가 IT기술을 기반으로 도래한 것이다.

 

‘공유경제(sharing Economy)’는 2008년 하버드 대학교의 로렌스 레식 교수가 주창하기 시작한 말로, 한번 생산된 제품을 여럿이 공유해 쓰는 협력소비를 기본으로 한 경제 방식을 말한다.  요약하면 물품을 소유의 대상이 아니라 서로 대여해 주고 차용해 쓰는 대상으로 인식하여 경제활동을 한다는 것이다. 이때 물품뿐만 아니라 생산설비나 서비스 등을 개인이 소유할 필요 없이 필요한 만큼 빌려 쓰고, 자신이 필요 없는 경우 다른 사람에게 빌려 주는 것과 같은 공유소비의 의미로 확장될 수 있다. 최근에는 경기침체와 환경오염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는 사회운동으로 확대돼 쓰이고 있다.

 

공유경제가 세상에 나온 지 불과 10년도 안되었기에 우버와 같은 공유경제 서비스는 논란의 대상이며, 좀더 안정적이라 보여지는 에어비앤비 역시 제도권과 세금문제 등의 갈등을 겪고 있다. 아직까지 공유경제는 현재 진행형이며 완성된 모델이 아니다.

공유경제의 비극

공유경제가 현재 진행형이기에 몇몇 성공 사례나 실패 사례만 판단하여 결론을 낼 수는 없다. 다만 항상 우리 귀에 들어오는 것은 성공 사례라는 점을 감안해, 이 글에서는 공유경제의 비극이 될 수 있는 사례를 소개하려고 한다.

공유지의 비극, 공유경제의 비극

오포바이시클(Ofo bicycle)은 현재 중국 최대 규모의 자전거 공유 서비스이다. 2014년 3명의 북경대 학생들이 창업해, 현재 중국 내 33개 도시에서 80만대가 넘는 자전거를 운영하고 있으며 약 1000만명의 등록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오포(Ofo)의 상징색인 노란색 프레임에 부착된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스캔∙결제한 후 자물쇠가 열리면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식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하루에 180만번의 거래가 이루어진다 하니, 30분에 1위안(170원) 꼴로 단순 계산해도 일 매출액이 3억 600만원에 달한다. 꽤 성공한 공유 서비스로 보인다. 심지어 텐센트로부터 1억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공유지의 비극, 공유경제의 비극

만일 자전거가 고장 나지 않고 분실∙도난 당하지도 않는다면. 이 서비스는 정말 대박 서비스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자전거는 지속적으로 유지∙보수가 필요한 제품이다. 80만대를 수리하고 유지하는데 드는 비용은 얼마나 될까?

 

아래의 사진들은 오포(Ofo)가 ‘공유경제의 비극’이 될 것이라 짐작하게 한다.

공유지의 비극, 공유경제의 비극

부품을 빼거나 고장 내서 버린 자전거, 다른 사람이 탈 수 없도록 체인으로 묶어놓은 자전거 등 수 많은 자전거에서 치명적인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

 

보통 잘 관리되고 있는 ATM 기기나 자동판매기 같은 기기들의 평균적인 고장률은 10%정도라고 한다. 항상 10%는 수리 중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고정된 위치에서 항상 관리 받고 있는 기계들의 고장률이 10%인데, 비록 종류는 다르지만 길에서 도로를 달리는 자전거의 고장률은 분명 10%를 넘어갈 것이다. 더구나 일부 부품이나 자전거 전체가 도난 되는 것까지 생각해본다면 아마도 80만대 중 최소 20~30%는 가동하지 못하는 자전거일 것이다.

 

오포(Ofo)가 어느 정도까지 버틸 수 있을 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공유경제의 비극’이라는 사례로 남게 되지 않을까 싶다. 공유지나 공유경제나 기본적인 수준이 되어야 가능한 거다.

2017.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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