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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젊은이들 '노오력~신화'를 버리다

by뉴스1

일주일에 이틀만 노동, '현재'만 살아도 행복한 삶 소개 책들

젊은이들 '노오력~신화'를 버리다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욜로' '슬로라이프' '탕진잼'….

 

최근 '빨리빨리'를 외치며 일상을 쥐어짜는 삶을 버리는 대신 '현재의 행복'을 중시하면서, 생활에 지장없는 선에서 작은 비용이라도 탕진하면서라도 재미를 느끼려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과거의 고도 경제성장기가 끝나고 경제 성장이 침체되면서 명문대 진학, 취업이나 결혼 등은 젊은이들에게 달성하기 어려운 과업이 되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이중 하나라도 실패하면 날아오는 것은 '노력이 부족하다'고 채찍질이다. 노력을 넘어 온힘을 쥐어짜서 '노오력'해 좋은 학교를 나오거나 좋은 곳에 취직한 이들 역시 영혼까지 매일 '탈탈' 털리는 직장인의 삶과 마주할 뿐이다.

 

최근 출간된 책 '나는 일주일에 이틀만 일하기로 했다'(원더박스), '하루 벌어 살아도 괜찮아'(더난), '회사는 다닐 만하니?'(유노북스), '회사인간, 회사를 떠나다'(스리체어스) 등은 '노력 신화'에 피로감을 느낀 이들이 택한 제3의 삶의 방식을 보여준다. 회사의 발전을 자신의 발전과 동일시해온 소위 '회사인간'이기를 거부하고 '밥벌이'를 위한 굴욕적 삶이 아닌, 물질적으로 없어도 행복한 삶을 제시한다.

 

'나는 일주일에 이틀만 일하기로 했다'는 돈벌이에 집착하지 않고 유유자적한 삶의 방식을 택한 서른두 살 일본 청년 오하라 헨리의 이야기다. 일본의 빈곤층 수입에도 못 미치는 연 수입 900만 원으로 변두리지만 도쿄에서 쾌적한 삶을 꾸려가고 있는 그의 일상을 담았다. 일주일에 이틀만 간병인으로 일해 번 돈으로 '주 5일 휴무제'로 사는 저자는 어떻게 하면 날마다 즐겁게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추구하였다. 그리고 그 종착역은 ‘칩거’라는 라이프스타일이다.

 

저자는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 외에는 사회와의 관계를 최소한으로 유지하고, 되도록 마음 내키는 대로 살면서 세상에서 말하는 성공과는 정반대의 삶을 산다. 난방없이 지내고 길가 여기저기 핀 들풀도 식용으로 채취하면서도 홍차와 수제 스콘을 즐긴다. 그러면서 불행하기는커녕 날마다 흥미진진하다고 말한다. 중요한 것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하기 실은 일만 하다가 죽지 않는 것'이라는 것이다.

 

책 '하루 벌어 살아도 괜찮아'는 '개인과 사회의 모든 비참함은 노동을 향한 열정에서 나온다'는 색다른 관점에서 시작한다. 문화인류학자인 저자 오가와 사야카는 예술작품은 커녕 도구도 거의 만들지 않고 음식을 저장하지도 않으며, 과거나 미래 같은 추상적인 개념이 없이 오직 현실만 살아가는 아마존의 수렵채집민 피다한 족을 소개한다.

 

또 인구 66%가 일정한 직업이 없지만 행복한 삶을 누리는 탄자니아 도시민들의 삶도 소개한다. 3년간 저자가 직접 헌옷 행상을 하며 탄자니아 도시민들은 관찰한 바에 따르면 이들 도시민들은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직업을 바꾸고, 실패하더라도 다른 사람의 벌이로 먹고살며, 최소한의 노력으로 생계를 꾸려간다. 이들의 유연하고 역동적인 삶의 방식을 소개하며 근면한 노동과 성과주의를 칭찬해온 근대 이후 노동관과 자본주의적 가치관에 일침을 가한다.

 

책 '회사는 다닐 만하니?'는 재미있는 삽화와 더불어 직장인들의 비애와 웃픈 에피소드를 담았다. 대만 출신 일러스트레이터 페이샤오마가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직장 탈출 욕구와 동료로부터의 분노를 창작욕으로 승화시켜 직장살이의 짙은 애환을 한 컷 한 컷 정성스레 담아냈다. 저자가 한국에서 회사 생활을 해 본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격하게 공감되는 농도 짙은 ‘회사 생활 밀착형 에세이’다.

 

'회사인간, 회사를 떠나다'는 일본의 고도 성장기에 등장한 표현 ‘회사인간’을 빌려, 한국의 고도성장기인 1980년대에 직장 생활을 하면서 자기 자신과 회사, 나아가 국가를 동일시했던 이들의 은퇴 이후를 보여준다. 사회가 이들에게 부여했던 '권위'가 사라졌지만 현실을 파악하지 못해 이들은 일부 '꼰대'의 모습을 보인다. 회사에 길들여져 있다가는 은퇴 이후도 암울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는 이 책의 메시지 역시 '노오력 신화'를 버리고 자신만의 삶을 찾아야 할 이유를 보여주고 있다.

 

권영미 기자 ungaung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