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카메라 꺼" 반말에 인종차별…낯뜨거운 대한민국 관문

[이슈]by 뉴스1

출입국 심사, 검색 과정서 무례·불쾌 민원 잇따라

색출돼도 단순교육 그쳐…기관간 책임 떠넘기기도

뉴스1

인천국제공항 © News1 허경 기자

(인천공항=뉴스1) 박정양 기자 = 지난달 23일 인천국제공항 자동입국심사대에서 30대 여성 A씨는 몹시 불쾌한 일을 겪었다. 공항 직원에게 반말은 물론 욕설까지 들어야 했다.


A씨가 인천공항 고객센터(CS)게시판에 올린 항의성 민원에 따르면, 제주항공편으로 태국방콕에서 인천공항에 도착한 A씨는 자동입국심사대 대기줄 인근에 서 있다가 난데없이 "야 카메라 꺼"라는 소리를 들었다. 이 여성은 친구 얼굴을 보여주려고 핸드폰 카메라를 켜던 찰라였다. 갑작스런 반말에 당황한 A씨는 "네?"라고 물었다. 그러자 이 직원은 "카메라 켰잖아. 카메라 끄라고"라고 다짜고짜 반발했다.


알고 보니 이 직원은 사진촬영이 금지된 구역에서 카메라를 킨 행동을 제지하려 했던 것이다. 이 여성은 사진촬영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이 직원은 더 나가 손짓으로 여성을 부르면서 "니가 카메라 켰잖아. 그냥 핸드폰을 하지마 씨X"이라고 욕설까지 했다. 너무 황당했던 이 여성은 게시판에 "이런 상황이 너무 어이없고 직원에게 갑질 당한 게 너무 화가 난다"며 "요즘 같은 시대에 갑질이라니 정신 똑바로 차리라고 교육하라"고 분개했다.


인천공항공사 측은 민원이 올라온 날 '직원 색출 후 조치'라는 개선방안과 함께 "해당업무의 책임과 권한은 법무부 소속 인천공항 출입국·외국인청'으로 이관됐다고 밝혔다. 취재결과 해당 직원은 법무부 소속 공무원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 직원에게는 어떤 조치도 취해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17일에는 인천공항 출국심사대에서 한 여직원의 인종차별적인 무례한 행동을 목격했다는 고발성 글이 올라왔다. B씨는 출국심사대에서 한 여직원이 인도·파키스탄계로 보이는 외국인들이 줄을 잘못 서자 짜증내는 말투로 "나라가고요. 나가라고요"라며 발로 이들 캐리어를 밀쳤다고 전했다. B씨는 "지난 4월에도 인천공항에 지인을 배웅하러 나왔다가 이 여직원이 유색계 외국인에게 무례하게 행동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며 "오늘 또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을 목격해 민원을 접수한다"고 적었다. 그는 "이런 행동들은 대한민국 국민을 정말 부끄럽게 만든다"며 "인천공항과 대한민국 이미지를 깎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인천공항 측은 "해당 직원을 대신해 사과드린다"면서도 "글만으로는 직원을 특정하기 어려워 직접적인 도움을 드리지 못해 양해를 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3월에는 '외국인이라고 무시는 태도 개선 바란다'는 민원이 올라왔다. 중국여권 소지자인 C씨는 외국인 입국심사대에서 중국여권을 보여주자 직원이 표정부터 굳어지더라며 "반발에 경멸하는 눈빛에 한숨까지 푹푹 내쉬면서 여권을 왜 던져주느냐며 막말까지 하더라"며 "나는 여권을 던지지 않았다. 한국이라는 나라가 '이런 나라인가' 다시 한번 실감했다. 서양인은 동경하고 동양인은 무시하는가"라고 적었다.


이 역시 인천공항 측은 "법무부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으로 즉시 이첩한다"며 "즉시 도움을 주지 못한 점 양해 바란다"고 했다.


이처럼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국내외 여행객들의 고객 민원들이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 출입국 심사 과정 뿐만 아니라 공항 검색대, 인천세관의 검색 과정에서도 아직까지 과거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못한 시절의 고압적이고 강압적인 문화가 남아 있다는 지적이 많다. 문제는 국내외 여행객들이 무례한 행동을 한다는 민원을 접수해도 어물쩍 그냥 넘어가거나 설령 색출되어도 사실상 교육수준에서 그쳐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는 점이다.


특히 공항에는 인천공항 소속 하청업체 직원 등 워낙 다양한 직원들이 근무를 하다 보니 기관간 책임 떠넘기도 빈번하다. 문제의 직원을 색출하는 과정에서 시간을 소비하다가 어영부영 넘어가는 경우도 많다.


A씨의 사례도 인천공항공사 측은 "출입국 심사의 경우 법무부 소속이라 해당 직원이 색출되어도 조치하기가 쉽지 않다"는 입장인 반면 법무부 소속 관계자는 "공사 측으로부터 법무부 소속 직원이라는 확인이 늦어 별도의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 기관이 다르다 보니 소통이 안된 경우"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손태규 단국대 교수는 "우리나라 공항이 과거에 비해서는 고압적인 태도가 많이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않을 때의 권위주의적 행태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는 게 사실"이라며 "인천공항이 이제는 세계적인 국제공항으로 위상이 높아진 만큼 직원들이 권위주의적이고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세계적인 공항이라는 명성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pjy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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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24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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