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 회장, 韓 반일감정 알고 있다더니…행동은 정반대

[비즈]by 뉴스1

야나이 회장 저서 '성공은 하루 만에 잊어라'에서 밝혀

잊을 만하면 '욱일기 논란', 韓소비자 불만 한꺼번에 터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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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나이 다다시 유니클로 본사 패스트 리테일링 회장(홈페이지 캡처)© 뉴스1

"한국에는 아직 '반일감정'이 남아 있어 우리가 단독으로 사업에 나선다고 해서 매장을 확장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의 유력자본과 손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소매업으로는 한국 1위인 롯데와 손을 잡게 되었다."


일본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를 창립한 야나이 다다시 회장의 말입니다. 그는 한국에도 번역·출간된 자신의 저서 '성공은 하루 만에 잊어라'에서 지난 2005년 9월 유니클로의 한국 진출 당시를 떠올리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야나이 회장은 최근 한국 소비자들의 불매 운동으로 거센 논란이 되고 있는 유니클로의 본사 '패스트 리테일링' 수장입니다.


결론적으로 그는 한국인들의 '반일 감정'을 알고 있던 셈입니다. 야나이 회장의 '반일 감정'이라는 표현이 과연 적절한지 더 따질 필요는 있겠지만 이 글의 주제와 큰 관련이 없으므로 일단 넘어가도록 합니다.


어찌 됐든 '반일 감정'을 고려해 우회적인 진출 전략을 마련할 만큼 한국은 그에게 매우 중요한 시장이었습니다. 실제로 자신의 저서에서 "한국에서 유니클로의 인지도를 높이고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며 뿌듯해 합니다. 매출 기준으로 한국은 일본, 중국에 이은 유니클로의 3위 시장입니다.


그렇다면 한국 소비자에 대한 배려는 어땠을까요? 그동안 유니클로가 휩쌓인 각종 논란을 떠올리면 '배려심이 높았다'고 평하긴 어렵습니다. 유니클로 불매운동이 단순히 '한일 갈등'에서 비롯된 것인지, 유니클로가 자초한 부분은 없는지 이쯤에서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일본군이 얼마나 나쁜짓 했는지 말씀하셨다"면서…유니클로는 '미화논란'

지난해 4월 유니클로는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인 욱일기 이미지가 포함된 광고를 국내에서 버젓이 유통했습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확산한 이 광고 이미지를 보면 화보 속 여자아이가 욱일기가 그려진 종이비행기를 손에 들고 있습니다. 한국에선 당연히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질 수밖에 없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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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유니클로 카카오톡 플러스 친구에 욱일기 이미지가 포함된 광고가 게재됐다© 뉴스1

욱일기는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일본의 국기(國旗)였습니다. 일본군은 욱일기를 걸고 위안부와 생체실험을 비롯한 각종 범죄를 저질렀지요. 일본 전쟁의 직접적인 피해국 시민인 한국인에게 욱일기는 잊고 싶은 상처를 다시 떠올리게 만드는 상징물입니다.


유니클로의 '욱일기' 논란은 이것만이 아닙니다. 지난 2010년에는 욱일기를 연상케 하는 티셔츠를 판매해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2년 뒤인 2012년에는 미국 뉴욕현대미술관 인근에 욱일기 이미지가 삽입된 홍보용 현수막을 내걸었지요. 이 때문에 한인 사회로부터 "전범(전쟁법을 어긴) 기업이냐"는 항의를 받았습니다.


야나이 회장은 이런 논란이 불거질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던 걸까요? 군국주의 시절 일본군의 만행을 전혀 몰랐던 걸까요? 다음 대목을 보시지요.


"아버지는 전쟁 중 일본군이 얼마나 나쁜 짓을 했는지, 현지인들을 얼마나 폭력적으로 지배했는지에 대해 시간이 날 때마다 이야기하셨다. (일본군이 당시 침략한 중국 만주에 살고 있던) 부친은 하고 싶지 않아도 상관의 명령에는 절대 복종해야 했다고 하셨다."


그는 부친의 전언을 토대로 일본군이 ‘얼마나 나쁜 짓’을 했는지 저서에서 언급하고 있습니다. 해당 부분만 놓고 보면 마치 일본군의 만행을 부끄러워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나 말과 행동이 다르다고 해야 할까요? 유니클로의 그간 행보를 기억하는 이들은 '과연 부끄러워 하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에서 이룬 성공, '하루 만에 잊어야' 할 상황에…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 보복 규제로 올해 '한국 소비자들의 유니클로 불매운동이 촉발됐다'고들 합니다.


절반만 맞는 분석입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유니클로의 각종 미화 논란에 불만이 누적된 한국 소비자들이 일본 보복 규제를 계기로 한꺼번에 폭발한 것입니다. 욱일기 논란이 있을 때마다 한국에선 유니클로 불매운동 조짐을 보였습니다. 이번에 그 움직임에 불이 붙어 대대적인 불매 운동으로 발전한 것이지요.


'한국의 불매운동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유니클로 임원의 발언은 그만큼 '한국 소비자에 대한 배려와 이해가 부족했음을 그대로 보여주는 겁니다. 유니클로가 그간의 논란에서 자유로울 만큼 신중하게 영업 활동을 했다면 불매운동은 이토록 거세게 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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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구성원들이 18일 세종시 어진동 유니클로 매장 앞에서 일본정권의 경제보복에 항의하며 일본 기업 제품 불매운동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2019.7.18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불매운동이 시작한 지 한달이 지났습니다. 국내 유니클로 매장 안은 눈에 띄게 한산해졌습니다. 그나마 있는 고객 대부분은 외국인입니다. 한국인 소비자들은 여전히 발길을 돌리고 있으며, 국내 택배 노동자들까지 유니클로 제품 배송 거부를 선언했습니다.


유니클로는 불매운동 여파로 매출이 30%가량 급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야나이 회장의 책 제목처럼 됐습니다. 유니클로는 한국에서 이룬 성공을 '하루 만에 잊어야'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 = ​mrlee@news1.kr

2019.08.01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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