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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크 ]

우리를 놀라게 한
'2016 올해의 오디오 10選'

by뉴스1

올해 리뷰를 위해 시청한 오디오가 제법 됩니다. 잠시 들어본 시청기기까지 포함하면 100종이 훨씬 넘습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직접 들어본 이들 스피커, 앰프, 소스기기 중에서 10기종을 골라봤습니다. 선정 기준은 이렇습니다. 첫째, 무엇보다 소리가 월등히 좋았고, 둘째, 새로운 기술적 디자인적 혁신이 들어갔으며, 셋째, 오디오 발전에 기여할 만한 덕목이 있을 것.

우리를 놀라게 한 '2016 올해의

윌슨 베네시 디스커버리 2 © News1

스피커① : 윌슨 베네시 ‘Discovery 2’

윌슨 베네시(Wilson Benesch)는 스피커 인클로저에 카본섬유를 아낌없이 투입하는 것으로 유명한 영국 제작사입니다. 1990년 뒤틀림과 공진을 막기위해 턴테이블에 세계 최초로 카본섬유를 사용한 것도 바로 윌슨 베네시입니다. 카본섬유는 잘 아시겠지만 알루미늄보다 가벼우면서도 철에 비해 탄성과 강도가 뛰어난 물질입니다. 그래서 낚시대 골프채 항공기 자동차 등에 많이 쓰이죠. ‘디스커버리2’ 역시 인클로저 측면과 하단 포트에 카본섬유를 쓴 2.5웨이 스탠드마운트 스피커입니다. 트위터, 미드레인지 유닛, 동일 우퍼 2개(아이소배릭 우퍼)로 이뤄져 ‘2.5웨이’이고, 한 몸체인 스탠드에 올려져서 ‘스탠드마운트’입니다. 보통의 스피커와 다른 점은 우퍼 2개가 바닥면에 있는데다 두 우퍼가 서로 마주보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더 낮고 풍성한 저역사운드를 내게 됩니다. 실제로 ‘디스커버리2’가 재현하는 드넓은 사운드 스테이지와 투명한 레이어, 강력하고 쫄깃한 저역, 미세한 음들의 뉘앙스에 깜짝 놀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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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W ‘802 D3’ © News1

스피커② : B&W ‘802 D3’

영국 B&W의 ‘800 다이아몬드’ 시리즈는 전세계적으로 메가히트를 친 스피커입니다. 트위터에 다이아몬드를 썼다고 해서 ‘다이아몬드’를 붙였는데, 정작 더 유명한 것은 노란색 케블라를 다이아프램(콘지)에 쓴미드레인지 유닛이었죠. 특히 상위 2모델(800, 802)은 이 미드레인지 유닛이 공 모양의 인클로저에 담기고 그 위에 곤봉 모양의 트위터가 장착돼 시각적으로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음원을 있는 그대로 들려주는 ‘모니터적인’ 소리성향에 많은 애호가들이 열렬한 사랑을 보냈습니다. 이런 ‘800 다이아몬드’ 시리즈가 2015~2016년 거의 다른 제품이라고 봐도 좋을 만큼 새롭게 업그레이드된 것이 바로 ‘800 D3’ 시리즈입니다. 제가 들어본 것은 서열 2위 모델인 ‘802 D3’였는데, 무엇보다 미드레인지 유닛에 그동안 사용한 케블라를 버리고 새 재질인 ‘컨티넘’(Continuum)을 썼다는 게 가장 눈길을 끕니다. 재생주파수 대역이 무려 17Hz~28kHz에 달하는 ‘스펙’도 대단하지만, 어떤 음들이라도 일체의 착색 없이 술술 내어주는 솜씨가 소름끼칠 정도로 대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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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닉 ‘M-3000 mk2’ © News1

파워앰프① : 올닉 ‘M-3000 mk2’

올닉(Allnic)은 대한민국 오디오 제작사입니다. 진공관 앰프와 포노스테이지, 스피커, MC카트리지, 케이블까지 만드는 토탈 오디오 메이커인데, 무엇보다 출력트랜스에 니켈과 철의 합금인 ‘퍼멀로이’(Permalloy)를 써서 스피드와 광대역 특성을 얻어낸 기술력으로 유명합니다. 미국의 세계적인 오디오잡지 ‘스테레오파일’이 올닉의 조그만 진공관 앰프(T-1500)에 ‘A’ 클래스를 매겨 국내 팬들을 환호케 한 것은 유명한 일화입니다. ‘M-3000 mk2’는 이러한 올닉의 기술력이 그동안 성큼성큼 웅진해 빚어낸 결과물입니다. KT150이라는 진공관을 블럭당(이 제품은 좌우채널이 별도 섀시에 담긴 2덩이 모노블럭 앰프입니다) 4발씩 써서 무려 200W라는 대출력을 내는 ‘괴물’입니다. 사실 진공관으로 200W를 낸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반칙’이죠. 이 파워앰프에 다인오디오의 초대형 스피커 ‘에비던스 마스터’를 물려 들어봤는데, 그야말로 일순간에 스피커를 사라지게 하는 매직을 펼쳐보였습니다. ‘신사의 품격’과 ‘키다리아저씨의 여유’를 동시에 느끼게 해준 몇 안되는 파워앰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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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카스티 디자인 ‘M28’ © News1

파워앰프② : 브리카스티 디자인 ‘M28’

미국의 브리카스티 디자인(Bricasti Design)은 마드리갈 랩 시절 마크 레빈슨과 렉시콘의 핵심 기술진이 독립해 차린 회사입니다. 마드리갈 랩은 이후 하만 인터내셔널에 매각됐고, 하만은 올해 삼성전자가 9조원을 주고 인수해 큰 화제를 모았죠. 어쨌든 브리카스티는 디지털 신호를 (스피커를 실제 움직일 수 있게 해주는) 아날로그 신호로 바꿔주는 ‘DAC’으로 유명한 제작사인데, 모노블럭 파워앰프 ’M28’은 브리카스티가 처음으로 만든 파워앰프입니다. 흰색과 검은색 섀시의 조화, 흰색의 작은 버튼, 그리고 전체적으로 치밀한 만듦새 등이 영락없는 전성기 시절의 마크 레빈슨을 닮았습니다. 이 앰프를 올해의 오디오에 포함시킨 것은 ‘풀 밸런스 설계의 완성형 트랜지스터 앰프’이기 때문입니다. 즉, ‘노이즈’ 제거를 위해 입력신호부터 출력단까지 모든 음악신호를 정위상과 역위상으로 나눠 각각 증폭하는 구조입니다. 이를 위해 파워서플라이까지 채널당 2개씩 썼습니다. 출력은 8옴에 200W, 4옴과 2옴에 400W. 극한의 적막 속에서 미세한 음들까지 남김없이 긁어오는 전형적인 하이엔드 앰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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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리서치 ‘REF 6’ © News1

프리앰프① : 오디오 리서치 ‘REF 6’

파워앰프의 임무가 신호증폭과 스피커 구동이라면, 프리앰프는 이 파워앰프를 드라이빙하는 것은 물론 전체 사운드의 이미징과 스테이징, 그리고 정확한 음색과 다이내믹 레인지의 구현을 책임집니다. 그래서 오디오 공력이 높아질수록 프리앰프를 더 따지게 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1971년 설립된 미국의 오디오 리서치(Audio Research)는 바로 이 프리앰프, 그중에서도 진공관 프리앰프의 표준을 제시해온 제작사입니다. 남들 다 트랜지스터 앰프로 갈아탈 때 ‘진공관 앰프의 부흥’을 기치로 내걸고 출범한 오디오 리서치가 자신의 내공을 집약시킨 최신예 프리앰프가 바로 ‘REF 6’입니다. 물론 증폭부에도 진공관(6H30P. 채널당 3개씩 총 6개), 전원부 정전압 회로에도 진공관(6H30P, 6550C)을 투입했죠. 지난 2014년부터 채택된 일명 ‘쿠쿠자’ 스타일의 새 디자인도 개인적으로 마음에 듭니다. 이 앰프를 모노블럭 파워앰프에 물려 들어봤는데, 당시 제 청음노트에는 ‘괴물투수의 낙차 큰 커브를 바로 앞에서 목격한 느낌’, ’현들의 깊고 섬세한 배음과 잔향으로 인해 저절로 감도는 식욕’이라고 씌어있었습니다. 모델명 그대로 프리앰프의 ‘레퍼런스’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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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닉 ‘L-7000’ © News1

프리앰프② : 올닉 ‘L-7000’

혹시 300B라는 직열 3극관을 아십니까. [김편의 오디오파일] 첫회에서도 이 300B라는 진공관 이야기를 했었는데요, 무엇보다 투명하고 단정한 자태에서 뿜어나오는 청명한 고역이 일품인 진공관입니다. 그런데 300B는 이렇게 아름다운 ‘소리’와 함께 안정적인 ‘전기’를 만들어내려고 탄생한 진공관이기도 합니다. 1938년 오리지널 웨스턴 일렉트릭(WE) 300B가 탄생했을 때부터 이 진공관의 용도는 ‘극장 영사 및 음성 설비의 신호증폭과 정전압’이었습니다. 1969년 생산이 종료된 오리지널 WE300B가 1981년 화려하게 부활한 것도 미항공우주국(NASA) 내부설비의 정전압회로에 쓰기기 위해서였습니다. ‘L-7000’은 바로 이 300B를 정전압회로에 투입한 진공관 프리앰프입니다. 앰프에서 정전압이 중요한 것은 직류전기와 교류신호(음악신호)가 하나의 전선에 흐르기 때문인데, 직류전기가 불안정하면 이에 올라탄 음악신호마저 덩달아 출렁거리고 맙니다. 한마디로 ‘재앙’인 셈이죠. ‘L-7000’을 들으면서 사운드 스테이징과 정숙도, 다이내믹 레인지에 감탄한 것도 바로 이러한 정전압회로를 거의 결벽에 가까울 정도로 밀어부친 결과가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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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오디오 DAC ‘Firebird mk2’ © News1

소스기기 : 반오디오 DAC ‘Firebird mk2’

‘DAC’은 ‘Digital Analog Converter’, 즉 디지털 신호를 아날로그 신호로 변환시켜주는 장치인데 이는 디지털음원이 대세가 된 요즘 생각보다 더 많이 우리 가까이에 있습니다. 노트북에도 스마트폰에도 다 들어가있죠. 기술적인 얘기라 조금 난해하기 하지만, ’DAC’ 방식은 크게 ‘델타 시그마’ 방식과 ‘R-2R 래더’ 방식으로 나뉩니다. 1982년 CD가 처음 등장했을 당시만 해도 ‘R-2R 래더’ 방식이었는데 제조원가가 많이 들어 결국 1988년 등장한 ‘델타 시그마’ 방식으로 바통을 넘겨줬습니다. ‘델타 시그마’ 방식은 더욱이 해상력과 정숙도까지 높아 대세가 됐죠. 하지만 설계구조상 다이내믹 레인지가 제한되는 치명적 약점이 있어 지금도 미국의 MSB나 오디오노트 같은 하이엔드 DAC에서는 ‘R-2R 래더’ 방식을 고집합니다. 대한민국 제작사 반오디오(Bann Audio)가 올해 8월 내놓은 ‘파이어버드 mk2’는 바로 이 ‘R-2R 래더’ 방식을 채택한 국내 유일의 DAC입니다. 역시 손을 베일 듯한 해상력보다는 LP와도 같은 진한 아날로그 사운드로 승부를 걸더군요. 특히 첼로의 굵직하고 호방하면서도 쓸쓸한 음색의 구현과 바이올린의 하늘을 찌를 듯한 고역의 재생은 그야말로 압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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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비알레 ‘Gold Phantom’ © News1

올인원 : 드비알레 ‘Gold Phantom’

드비알레(Devialet)는 국내 포털 네이버가 투자해 화제를 모은 프랑스 오디오 제작사입니다. 최근 이들이 내놓은 올인원 오디오 ‘골드 팬텀’을 2대 동원해 스테레오로 들어봤는데, 한마디로 작은 몸체에서 클럽 사운드가 ‘빵빵’ 터져나왔습니다. 힙합이나 팝 뿐만이 아닙니다. 재즈나 클래식에서도 거의 하이엔드급의 오디오 소리를 들려줬습니다. ’유무선 네트워크 플레이어+DAC+앰프+4유닛 스피커’를 통합한 기능적 디자인도 놀라웠지만, 음압, 출력, 왜율, 노이즈, 주파수응답특성 등 온갖 오디오 스펙이 하이엔드급이라 지금까지 해온 수없는 오디오 바꿈질에 회의가 들 정도였습니다. 아니 어떻게 이 UFO를 닮은 작은 기기에서 나오는 저역이 인간의 가청영역대(20Hz)를 훨씬 지난 14Hz까지 떨어질 수 있는지 의아할 따름입니다. 흔히 저역 1Hz를 떨어뜨리기 위해서는 오디오 가격이 2배씩 올라가야 한다고 하죠. 더욱이 드비알레 관계자 얘기를 직접 들어보니 핵심 앰프회로는 불과 손톱 크기만한 칩에 담겼다고 합니다. 드비알레가 오디오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약간 두렵기까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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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닉 ‘Mu-7R XLR Cable’ © News1

케이블① : 올닉 ‘Mu-7R XLR Cable’

제 오디오 시스템에 물려봤다가 전체적인 음질변화에 깜짝 놀란 케이블입니다. 제 형편에는 너무 비싼 가격 때문에 구입은 못했지만 말입니다. 이 케이블은 소스기기와 앰프, 프리앰프와 파워앰프를 연결해주는 ‘인터커넥터’입니다. 흔히 밸런스 케이블이라 불리는 ‘XLR’ 케이블이죠. ‘Mu-7R XLR 케이블’의 가장 큰 특징은 편조쉴드(braided shield) 재질로 뮤메탈(Mu-metal)을 썼다는 겁니다. 케이블 피복을 벗겨보면 2심 신호선 위를 덮은 그물망이 보이는데 이게 바로 편조쉴드입니다. 그리고 뮤메탈은 전자기장 차폐에 탁월한 효과가 있어 해저케이블이나 MRI 방비, 전자현미경 등에 사용되고 있는 니켈 계열 합금입니다. 뮤메탈 쉴딩의 효과는 쉽게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일단 정숙도가 급상승했고, 무대가 두꺼워지고 내려앉았으며, 각 음들의 음영과 윤곽이 분명해지고 진해졌습니다. 이는 반대로 말하면 인터케이블 주위의 파워케이블이나 스피커케이블, 그리고 기기들 내부에서 나오는 전자기장 노이즈가 그만큼 강력하다는 얘기이겠죠. 노이즈가 줄면 정숙도가 높아지고, 이러면 음악신호의 뉘앙스와 디테일은 저절로 살아나는 법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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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노프 ‘Classic mk2 RCA Cable’ © News1

케이블② : 체르노프 ‘Classic mk2 RCA Cable’

러시아에서 건너온 체르노프(Tchernov) 케이블도 올닉 케이블만큼이나 제게 충격을 준 제품입니다. 악기의 표정과 디테일이 생생히 살아난 것은 물론 이미징과 포커싱이 분명해지고 사운드 스테이지까지 넓어지더군요. 케이블 하나 바꿨다고 이렇게 소리가 크게 바뀌었다고 하면 욕 얻어먹기 쉽지만, 마치 볼륨을 높인 것처럼 활력과 생동감이 도는데 어쩌겠습니까. 체르노프 케이블은 무엇보다 러시아 우랄 광산에서 채굴한 싱싱한 구리를 직접 정련한 선재를 썼다는 게 눈길을 끕니다. 또한 몇년 전부터 크게 유행한 ‘무산소동선’(OFC)이 아니라, 산소(O)와 은(Ag) 성분은 그대로 유지하되 실리콘(Si)과 인(P) 성분을 없앤 선재를 사용한 것도 주목할 만합니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실리콘과 인은 아무리 극소량만 함유돼 있어도 유황(S), 게르마늄(Ge) 등과 함께 선재 내에서 일종의 ‘반도체’ 역할을 함으로써 전류의 흐름을 방해한다고 합니다. 어쨌든 체르노프 케이블을 빼버리고 기존 케이블로 다시 들었을 때의 상실감과 허전함은 참으로 견디기 어려웠습니다.

 

(서울=뉴스1) 김편 오디오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