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제목은 이렇게 지어졌다

[컬처]by 뉴스에이드
드라마 제목은 이렇게 지어졌다

드라마 제목만 들었는데도 '왠지 재밌을 것 같아!'라고 생각했다면 그것은 잘 지은 제목이다. 제목은 시청자가 제일 처음 알게 되는 드라마 정보이자 첫 방송 시청여부를 결정 짓는 요소다. 때문에 '제목 짓기'는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들이 공을 들이는 작업 중에 하나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대부분의 드라마 제목은 작가가 짓는다. 작가들 대부분은 가제를 정해놓고 시놉시스, 대본 집필을 시작한다. 기획 단계에 들어서면 작가를 비롯해 PD, 제작사, 방송사, 홍보사 등 소위 말해 드라마 '관계자'들이 모두 모인 회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제목을 확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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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이나 내부회의를 거칩니다. 작가와 PD가 제시한 제목이 큰 틀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 제목에서 출발해서 더 참신한, 더 좋은 제목을 찾아가는 과정이죠. 관계자들은 과거의 드라마와 중복되는 단어가 있는지, 해당 드라마의 타깃 시청자 연령대가 관심을 가질만한지 등을 검토해서 최종적으로 제목을 결정해요."(드라마 관계자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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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제목을 짓는 법칙 1 : 흔한 단어는 최대한 피해야 한다.

과거에는 '사랑', '질투' 등 익숙하고 간결한 제목으로 지은 드라마들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보다 구체적이고 생소한 단어들을 조합하는 것을 선호한다. 드라마의 성패가 4회 안에 판가름 나기 때문에 초반부에 확실히 관심을 끌 제목으로 짓고자 하는 것.

 

때문에 장문의 제목의 드라마들이 많이 등장하며, 캐릭터의 이름을 그대로 제목에 사용하기도 한다. tvN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 tvN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 SBS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 등은 10자 안팎의 제목을 사용했다. 또 MBC '역도요정 김복주', SBS '낭만닥터 김사부'는 캐릭터를 그대로 제목에 넣었다.

 

익숙한 단어를 쓴다면 '-'를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설명을 부연하는 것이다. 예로 SBS '리멤버-아들의 전쟁', '마을-아치아라의 비밀', KBS '마스터-국수의 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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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제목을 짓는 법칙 2 : 원작의 제목을 가져올 것.

리메이크 드라마는 대부분 원작의 제목을 그대로 가져오는 것을 선호한다. 일단 원작의 팬들을 흡수할 수 있으며 홍보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

"네임밸류라는 건 정말 얻기 힘든 거예요. 아무것도 없이 시작하는 드라마랑 홍보할 거리를 가진 드라마는 출발선부터 다르잖아요. 기사, 네티즌들의 반응을 떠올려보세요. 캐스팅되기 전부터 원작과의 싱크로율 비교, 가상 캐스팅 등 일단 기사거리가 넘쳐나잖아요? 이름을 안 쓸 이유가 없죠."(드라마 관계자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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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방송된 드라마 중에서는 tvN '치즈 인 더 트랩', JTBC '송곳', '이번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 KBS '우리 집에 사는 남자' 등이 있다.

 

SBS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의 경우에는 기획, 제작 단계에서는 원작 소설의 제목을 따와 '보보경심 려'라는 가제로 불렸다. 이 원작 제목을 유지하면서 '달의 연인'이라는 수식을 더해 보다 서정적인 느낌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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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제목을 짓는 법칙 3 : 킬링포인트를 부각할 것.

현재 방송 중인 드라마의 제목을 살펴 보자. SBS '푸른 바다의 전설'의 제목은 박지은 작가가 지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야담집인 어우야담을 모티브로 했다는 점, 전설 속의 인어가 주인공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제목이다. 제목과 배우들의 이미지가 잘 어우러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실 '푸른 바다의 전설'이라는 제목은 조금 무게감이 있어요. 그런데 주인공들이 밝고 트렌디한 이미지잖아요. 제목과 출연진 이미지가 합쳐지니까 신비로운 분위기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무거운 느낌을 덜었어요. JTBC '청춘시대'도 비슷한 느낌이에요. 제목은 좀 올드한데 배우들의 밝은 이미지가 더해지니까 싱그러운 느낌이 살잖아요."(드라마 관계자 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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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역도요정 김복주'의 제목도 양희승 작가가 지었다. '역도'와 '요정'의 조합이 신선한데 일부러 상반된 이미지의 단어를 조합했다.

"양희승 작가님이 오래전부터 구상한 소재예요. 여자 역도선수가 주인공인데 첫사랑을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자신을 여자로 자각하는 내용이잖아요. '역도'와 사랑스러운 느낌의 '요정'을 합쳐서 드라마의 주요 내용, 밝은 분위기를 드러냈죠."('역도요정 김복주' 관계자)

월화드라마 시청률 1위를 유지하고 있는 SBS '낭만닥터 김사부'는 어떨까.

"낭만, 닥터, 김사부라는 단어의 조합인데 드라마의 성격을 잘 드러내는 제목이에요. '닥터'로 의학 드라마임을 알리면서 '낭만'으로 휴머니즘을 강조하고, '김사부'로 중심인물의 캐릭터를 드러냈어요. 세 단어의 조합도 신선해서 잘 지은 제목이라고 평가합니다."(드라마 관계자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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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제목을 짓는 법칙 4 : 모든 경우의 수를 다 확인한다.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지은 제목이 의도와 다르게 읽힌다면, 웃음거리가 된다면 곤란하다. 그래서 드라마 제목이 다르게 해석될 모든 경우의 수까지 체크를 한다. 드라마 제목이 길어지는 추세이기에 줄임말 체크는 필수다.

"과거의 한 드라마는 줄이면 너무 상스러운 제목이 되는 거예요. 네티즌 모니터링을 했는데 첫 방송이 되기 전부터 '이 드라마는 줄임말이 뭐냐'면서 말이 많았죠. 그 때문에 홍보팀들이 고생 좀 많이 했을 거예요. 그럴 땐 보도자료마다 줄임말을 강조해서 보내는 방법을 써야 합니다. (웃음)"(드라마 관계자 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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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나올 수 있는 모든 줄임말을 다 체크해요. 이 과정이 중요한 이유는 마케팅 효과가 흩어지는 걸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이에요. 시청자마다, 기자들마다 다른 이름으로 부르면 안 되잖아요."(드라마 관계자 C)

또 드라마 제목이 정치적인 상황이나 사회적인 사건, 특정한 인물을 떠올리게 하지는 않는지 체크한다. 자칫하면 드라마 기사 댓글란에 드라마 내용은 온데간데 없고 비판과 일침만 가득한 상황이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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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제목에 대한 사소한 궁금증

이미 확정된 드라마의 제목이 바뀌기도 한다. 드라마 하나에 많은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인데, 이 역시 일종의 '파워 게임'이다. 편성 권한을 쥔 방송사나 힘이 있는 톱스타 주연배우 측의 요구로 바뀌는 경우도 있는 것.

"인물이 제목에 들어가면 다른 배우 쪽에서 제목을 바꿀 수 없냐고 어필하는 거죠. 투톱인데 제목 때문에 원톱 드라마처럼 보이면 안 되니까요. 실제로 그런 이유로 제목을 바꾸는 드라마도 있었어요."(드라마 관계자 E)

반면 제목을 바꾸고 싶어도 바꾸지 못하는 반대의 경우도 있다.

"과거 한 드라마는 정말 '가제'였을 뿐인데 캐스팅 하려고 대본을 돌리면서 그 제목 그대로 아예 입에 붙어버린 거예요. 내부적으로 제목을 바꾸자는 의견이 많았지만 대중에게까지 제목이 너무 많이 알려져서 그대로 썼어요."(드라마 관계자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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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이초롱
사진 = 각 드라마 포스터
윤효정 기자 eichi@news-ade.com

2016.12.22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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