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국수 면발이 왜 이렇게 굵어?"…회장님 지적에 조리사 해고

[이슈]by 뉴시스

레이크우드CC 실소유주, "면발이 굵다"…질책 직후 조리사 '권고사직'

"콩국수 면발이 왜 이렇게 굵어?"…

【양주=뉴시스】배성윤 기자 = 레이크우드 컨트리클럽(CC) 실소유주 L(68)씨가 골프장 그늘집(홀 시작 전이나 중간중간에 간단한 식사와 음료를 제공하는 곳)에서 제공되는 콩국수의 면발이 굵다고 관계자들을 질책한 이후, 그늘집에서 근무하던 조리원이 갑자기 그만두게 되면서 갑질 논란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레이크우드CC 클럽하우스 외경 모습. 2018.07.31. shinybae@newsis.com

유명 호텔 및 골프장 회장의 '콩국수 면발 갑질'로 골프장 조리사가 해고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 23일 레이크우드 컨트리클럽(CC) 조리원으로 일해오던 A(여·58)씨는 회사로부터 구체적인 설명도 듣지 못한 채 '더 이상 같이 일할 수 없게 됐다'는 통보와 함께 즉각 사직서를 제출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회사 측은 다만 A씨가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사직서를 제출하면 실업수당을 받을 수 있도록 '권고사직'으로 처리, 일종의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


레이크우드CC가 A씨에게 사직을 요구한 이유는 '회장님께 제공했던 콩국수의 면발' 때문.


A씨의 설명은 이렇다.


"지난 19일 오전 11시쯤 르 메르디앙 서울(옛 리츠칼튼 호텔) L(68) 회장(레이크우드CC 실소유주)이 그늘집에서 콩국수를 주문했다. 그 때 콩국수 면발이 문제가 됐었다."


레이크우드CC 주방에는 마침 콩국수에 쓰이는 중면(소면용 보다 굵기가 다소 굵은 것)이 떨어져 중면보다 굵은 면으로 콩국수를 만들었다.


A씨는 "회장님이 저를 불러 '국수 면발이 왜 이렇게 굵으냐'며 지적을 하시더군요. 그 때는 그냥 잔소리 한번 들었다고 여겼습니다."


그렇게 끝날 것 같았던 '콩국수 면발 질책'은 며칠 후 레이크우드CC가 식음료 용역계약을 맺고있는 신세계푸드 측에 공문을 보내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하면서 '권고사직'으로까지 이어졌다.


레이크우드CC는 신세계푸드에 클럽하우스 레스토랑과 그늘집 등 식음료에 대한 위탁 운영을 맡겼다. 신세계푸드는 이 가운데 조리 분야를 용역업체에 하청을 줬던 것.


A씨의 신분은 이 용역업체의 직원.

"콩국수 면발이 왜 이렇게 굵어?"…

【양주=뉴시스】배성윤 기자 = 레이크우드 컨트리클럽(CC) 실소유주 L(68)씨가 골프장 그늘집(홀 시작 전이나 중간중간에 간단한 식사와 음료를 제공하는 곳)에서 제공되는 콩국수의 면발이 굵다고 관계자들을 질책한 이후, 그늘집에서 근무하던 조리원이 갑자기 그만두게 되면서 갑질 논란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L씨가 콩국수 면발이 굵다고 지적한 그늘집. 2018.07.31. shinybae@newsis.com

레이크우드CC의 한 관계자는 "콩국수 면발과 관련된 회장님의 문제점 지적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영업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차원에서 신세계푸드에게 (적절한) 조치를 바란다는 공문을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세계푸드 측도 "A씨는 분명 잘못했고, 해고가 아니라 A씨 스스로 사직서를 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레이크우드CC 실소유주인 L회장은 뉴시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당시) 콩국수 면이 왜 바뀌었냐는 말을 했다"며 "(A씨 사직과 관련해) 우리 골프장 직원이 아니기 때문에 내가 (사직을 요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반면 레이크우드CC 종사자들은 이번 사안과 관련, "콩국수 면발 때문에 해고됐다는 이야기가 쫙 퍼져있다"며 "파리목숨도 아니고 이런 (해고) 행태가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혹시 모를 불이익을 우려하는 분위기였다.


느닷없는 해고를 당한 A씨는 '그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A씨는 "면 종류가 조금 다르다고 해고까지 할 수 있는 것이냐"며 "사직서를 받은 관계자들로부터 '위에서 시키는 일이라 어쩔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 집이 이사할 때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면서까지 열심히 근무했는데 이런 결과를 맞게 되니 너무 억울해서 밤잠조차 오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양주=뉴시스 배성윤 기자 =shinyba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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