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능은 남자한테만 있는게 아니다"...'부부의 세계' 김희애 짜릿한 역습

[연예]by 뉴시스

시청률 15% 돌파...2주연속 동시간대 전 채널 1위

막장 드라마 틀 벗었다 호평속 김희애 연기력 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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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 포스터 (사진=JTBC 제공) 2020.03.23.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 기세가 초반부터 심상치 않다. 지난달 27일 처음 방송된 후 단 2회만에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며 화제성 지수도 1위를 차지했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유료가입가구기준으로 1회 5%로 시작된 '부부의 세계'의 전국 시청률은 3월 28일 방송된 2회에서 두배(10%)로 뛰었다. 이날 지상파 포함 동 시간대 전 채널 시청률 1위 자리에 올랐다. 이 기세로 '부부의 세계'는 2주 연속 동 시간대 전 채널 1위 자리를 지켰다. 3일 방송된 3회 시청률은 11.9%를, 4일 4회 시청률 역시 자체 최고를 기록하며 15%를 돌파했다.


TV 화제성 분석기관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3월 31일 발표한 화제성 지수(3월 23~29일)에서 '부부의 세계'가 지상파, 종편, 케이블을 포함한 전체 드라마 부문 1위를 기록했다. 드라마와 비드라마를 합친 방송 종합 부문에서도 1위에 올랐다. 뉴스 기사 수와 댓글 수, 블로그와 인터넷 커뮤니티 댓글 수, 동영상 조회 수도 1위다. 극 중 주인공 '지선우'역을 연기한 탤런트 김희애가 1위, '이태오'역을 맡은 탤런트 박해준은 3위에 이름을 올렸다.


'부부의 세계' 제작진은 이를 치밀한 대본과 연출, 출연진의 연기력 덕으로 보고 있다. 제작진은 지난달 30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드라마의 성공 요인에 대해 "내려놓을 수 없는 대본과 치밀한 연출로 완성도 높은 드라마가 만들어지고 있다"며 "열정적인 촬영 현장만큼이나 드라마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고 전했다.


이어 "촬영 기간 내내 응축된 에너지가 방송되면서 시청자와 함께 폭발력을 갖게 될 것"이라며 "보는 내내 주인공 지선우에게 눈을 뗄 수 없으며, 모든 인물 각자의 깊은 사연이 오래 걸리지 않게 빨리 해소된다"고 말했다. "회를 거듭할수록 출연하는 모든 배우의 연기에 감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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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 포스터 (사진=JTBC 제공) 2020.02.19. photo@newsis.com

'불륜' 소재 웰메이드 드라마

'부부의 세계'는 영국 방송사 BBC의 인기드라마 '닥터 포스터'가 원작이다. 사랑이라고 믿었던 부부의 연이 배신으로 끊어지면서 소용돌이에 빠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김희애가 맡은 '지선우'는 자수성가한 가정의학과 전문의. 평온한 가정, 남편의 변함없는 사랑, 기대에 부응하는 아들, 지역사회에서 지위와 명성까지 가졌지만 행복에 균열이 시작된다. 극 중 지선우의 남편 '이태오'(박해준)때문이다. 감정적이고 즉흥적이고 유약함마저 로맨틱하지만, 찰나의 배신으로 늪에 빠진 인물을 보여준다.


'불륜'을 다루지만, 기존 불륜드라마와는 달리 막장 드라마 틀을 벗었다는 평이다. 첫 방송 후 내밀한 감정을 치밀하게 풀어내는 출연자들의 노련한 연기, 모완일 PD의 감각적이고 세련된 연출은 인간 본능과 본질을 꿰뚫는 밀도 높은 대본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부부의 세계'가 화제가 되고 있는 이유다. 한국엔테인먼트산업학회 편집위원이자 한국콘텐츠학회 편집위원인 권상집 동국대학교 교수는 "'부부의 세계'는 불륜을 다루지만 불륜 그 자체보다 인물들의 심리 묘사에 집중함으로써 이야기 전개에 관한 몰입도를 높여 초반에 안정적인 시청률을 확보했다"고 평했다.


그는 "진부한 불륜 전개가 아닌 다양한 인간 군상의 이면과 욕망을 드러내 시청자들이 인간 본능과 관계 본질을 집중적으로 생각하게 한 것이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고 막장드라마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도 출연진 연기력을 높이 평가했다. "이 작품이 인물 한명 한명의 세밀한 감정 표현에 중점을 두고 있어 아이돌 출신 연기자 등 연기력이 부족한 연기자가 출연하지 않았고 영화, 연극, 드라마에서 수년간 연기를 갈고 닦은 내공이 있는 배우들이 출연해 호연을 펼치고 있다"고 짚었다.


단, 연출에서 모 PD의 전작 JTBC 금토드라마 '미스티'(2018) 답습이 인기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권 교수는 "주인공의 복잡한 성격, 속내를 알 수 없는 미묘한 감정 변화, 예측 불허의 사건 등장, 극 전체에 흐르는 스릴러 요소 등이 '미스티'와 비슷하거나 동일하게 전개되는 점은 장점이면서 동시에 클리쉐처럼 느껴지는 단점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19세 이상 관람가 등급 편성도 시청률 상승세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총 16회 중 6회까지 19금 등급을 받았다. JTBC는 이는 '부부의 세계'를 현실적으로 그려내기 위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편성에 대해서는 심의 미정이며 19금 편성이 늘어날 수 있다.


JTBC 관계자는 "현재 자체 심의를 통해 등급을 정하고 있다"며 "7회 이후 분량 등급은 6일이나 7일에 정해질 예정"이라고 전했다.


19금 방송 편성은 시청자의 호기심을 사로잡지만,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장면만 나오면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기 일쑤다. 권 교수는 "유튜브, 영화, 인터넷 등 파격적 장면을 양산하는 매체가 무수히 많기에 종편에서 전면에 내세운 19금 드라마는 인간 본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선악의 이분법적 구도 없애기에 초점을 둬야 한다"며 "이 19금 드라마는 성인물이 아닌 성인이면 이해해야 하는 선악 구도 붕괴와 혼란스러운 인간상에 집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19금을 통해 지나치게 자극적인 소재, 대사, 이야기 전개를 양산하면 '부부의 세계'도 언제든 시청률 위기를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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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 캐릭터 포스터 (사진=JTBC 제공) 2020.03.17. photo@newsis.com

인기 원작 드라마가 득? 독?

첫 방송 후 원작 '닥터 포스터'를 방송한 BBC도 '부부의 세계'에 찬사를 보냈다.


BBC 스튜디오 프로듀서 찰스 해리슨은 2일 "매우 인상적이고 설득력 있는 작품"이라며 그 공(功)을 김희애에게 돌렸다. 해리슨은 김희애에 대해 "탁월한 연기로 자신의 세계가 거짓임을 서서히 깨닫는 한 여성의 모습을 아주 세심하게 그려내며, 최고 반전까지 이끌어갔다"며 "특히 냉담함과 따뜻함의 균형을 잡는 연기력이 압권"이라고 극찬했다.


'닥터 포스터'는 2015년 9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BBC가 시즌 1·2를 방송한 인기 드라마다. 시즌 1 평균 시청자 수는 951만 명을, 시즌 2 평균 시청자 수는 1020만 명을 기록했다. 시즌 1·2는 각각 2016년과 2018년에 열린 영국 방송 시상식 '내셔널 텔레비전 어워드'에서 올해의 드라마상을 받았다.


호평을 받은 원작인 만큼 결말과 이야기 전개 방식은 국내에도 이미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 KBS 1TV가 2016년 1월부터 2월까지 시즌 1을, 2017년 12월부터 2018년 1월까지 시즌 2를 방송한 바 있다. 당시 시즌 1·2의 전국 시청률은 1%대였다. 현재 시즌 1·2 모두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웨이브에서도 볼 수 있다.


결국 '부부의 세계'의 승패는 원작과의 차별화에 달렸다. 제작진은 결말이 원작과 같은지는 말을 아꼈다. 전문가들은 "리메이크작이기에 전체 중심 서사는 큰 틀에서 변하지 않더라도 천편일률적이지 않게 결말을 어떻게 가져갈지가 이 드라마의 성공 요소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4일 방송된 '부부의 세계'는 김희애의 도발적이고 치밀한 반격의 시작을 알렸다.


"“본능은 남자한테만 있는 게 아니다"라며 남편 친구이자 남사친인 손재혁(김영민)과 하룻밤을 보낸 김희애는 독기로 가득했다. 손재혁에게 “여자라고 바람피울 줄 몰라서 안 피우는 게 아니다. 다만 부부로서 신의 지키며 사는 게 맞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너도 이런 짓 그만해라”며 싸늘한 경고를 날린다.결혼과 사랑에 대한 각기 다른 선택을 보여주며 감정과 관계의 본질에 대해 끊임없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거짓과 배신에 맞서는 김희애의 차가운 복수전과 배신감과 절망, 슬픔과 불안까지 시시각각 변하는 지선우의 감정을 예리하게 조율한 김희애의 연기가 압권이다.


"내 아들, 내 집, 내 인생, 뭐가 됐든 내꺼 중에 그 어떤 것도 절대 손해 볼 수 없다. 이태오 그 자식만 내 인생에서 깨끗이 도려내겠다"


아들이 받았을 상처를 생각하면 피가 거꾸로 솟는 지선우의 차가운 복수는 이제 막 실체를 드러냈다. 지선우의 선택은 어느 목적지를 향해갈지 궁금증을 높인다.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2020.04.05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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