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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프 ] 패션 아이템 그 이상, 레깅스의 새로운 의미를 찾아서

레깅스 열풍, 올해도 계속됩니다

by노블레스

2019년 봄 미국 인디애나주 노트르담 대학교 신문에 여학생들이 레깅스를 입지 않았으면 한다는 한 엄마의 기고가 실리자 1000여 명의 학생이 ‘레깅스 시위’를 벌였다. 2017년에는 유나이티드 항공에서 레깅스 차림의 승객이 탑승을 거부당해 논란이되었다. 1970년대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미니스커트 논란처럼, 21세기에도 레깅스를 둘러싼 웃지 못할 해프닝이 일어나는 것이다. 하지만 ‘민망한 패션’이라는 일부 꼬리표와 여러 공방에도 레깅스 열풍은 해를 거듭할수록 거세지고 있다. 2018년 기준 국내 레깅스 시장 규모만 6950억 원에 이르며, 한국패션산업연구원은 레깅스를 중심으로 한 국내 애슬레저 시장이 2020년 3조 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2016년 1조5000억 원이던 규모가 불과 4년 사이 두 배로 성장한 것만 봐도 레깅스 열풍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레깅스의 인기 상승 요인으로는 애슬레저 룩의 강세를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는 단순히 패션 아이템이 아닌 레깅스의 특이점에 주목하고자 한다.

1 제품의 90% 이상을 심리스 기법으로 선보이는 아보카도. 캘리포니아에서 탄생한 브랜드로 밝고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한다. 2 할리우드 셀레브러티의 파파라치 룩에 자주 등장하는 프리미엄 요가 브랜드 알로 요가. 공식 SNS 계정에서는 제품뿐 아니라 전 세계 요가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3,4 세계적 레깅스 열풍의 시발점이 된 룰루레몬. 패셔너블하면서도 운동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레깅스를 선보인다.

레깅스는 수상 레저부터 요가, 등산까지 운동과 관련해 실용성과 기능성을 모두 갖춘 의상이다. 보통 운동할 때 입는 옷을 일상에서 익숙하게 입는다는 것은 그만큼 여가 시간에 꾸준히 자기 관리를 한다는 방증이다.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지고 자존감에 대한 이슈가 많아지면서 요가처럼 단순 피트니스 이상으로 정서적 의미를 지닌 운동을 하는 이가 눈에 띄게 늘어난 것도 레깅스 열풍에 한몫했을 것이다. 2018년 미국 블룸버그 통신에 실린 ‘How America Became a Nation of Yoga Pants(미국은 어떻게 요가 팬츠의 나라가 되었나)’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미국 요가 인구는 약 3600만 명이라고 한다. 같은 해 기준으로 요가와 관련한 지출 비용 역시 약 17조9600억 원이라고. 룰루레몬 코리아 브랜드 담당자의 말에 따르면, 이런 현상은 비단 미국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운동의 일상화는 한국을 비롯한 세계적 움직임이에요. 몇 년 전과 다른 점이라면 지금은 신체적 건강에 집중하는 ‘웰빙’이 아닌 몸과 마음, 경험까지 포함하는 ‘웰니스 라이프스타일’에 초점을 맞춘다는 거죠. 예쁜 몸매를 만들기 위한 트레이닝보다는 내면을 돌보는 요가, 몸의 움직임을 중심으로 하는 실용적(functional) 트레이닝, 몸의 균형을 잡아주는 필라테스 등 다양한 운동 스튜디오가 생기는 것만 봐도 사람들이 운동에 부여하는 의미를 짐작할 수 있어요.” 더해가는 인기 속에 레깅스의 진화도 계속되고 있다.

5 호주 출신 요기니이자 인플루언서 시아나 엘리스 어프(Sjana Elise Earp) 유튜브 중 알로 요가 하울. 그녀가 입은 모토 레깅스는 알로 요가의 시그너처 레깅스이기도 하다.

룰루레몬의 경우 ‘감각의 과학’이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제품을 디자인한다. 몸과 마음의 상호작용을 탐구해 제품을 착용한 이가 어떤 느낌을 받고 싶은지 연구하는 것. 아무것도 입지 않은 듯한 착용감의 심리스 레깅스는 운동을 즐기는 이에게 특히 사랑받고 있다. 또 다른 요가복 브랜드 아보카도는 제품의 90%를 심리스로 제작한다. “아보카도는 거의 모든 제품이 심리스입니다. 봉제선이 없어 압박이 적고, 니트 조직이라 다른 원단보다 탄성이 몇 배나 강하죠. 몸을 조이는 것이 아니라 감싸는 듯한 느낌이 특징입니다.” 청담동과 압구정로데오역 주변만 해도 레깅스 차림의 여성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레깅스 차림에 요가 매트를 걸친 모습이나 레깅스 위에 양말을 신고 걸음을 재촉하는 모습을 보면 삶을 즐기는 듯한 에너지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기보다는 자신에게 집중하고,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춘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향유하는 모습. 이것이 바로 레깅스의 진정한 의미가 아닐까.

에디터 이혜진(hjlee@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