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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독전' 보령 역 진서연 ①

'독전' 진서연 "보령, 모든 스태프의 애정 묻어난 결정체"

by노컷뉴스

'독전' 진서연 "보령, 모든 스태프

영화 '독전'의 보령 역을 맡은 배우 진서연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한남동 한 카페에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범죄 느와르 '독전'(감독 이해영)이 350만 관객(4일 기준)을 돌파했다. 올해 개봉한 한국영화 중 최고 흥행작이다. 개봉 후 줄곧 예매율 1위를 지키며 개봉 5일 만에 100만, 8일 만에 200만, 12일 만에 300만 관객을 모은 독전은 마약을 둘러싼 독한 사람들의 전쟁을 그린다.

 

성별도 나이도 이름도 정확히 알 수 없는 마약밀매 조직의 우두머리 이선생을 쫓는 '독전'은 개봉 전부터 어마어마한 캐스팅으로 이미 이목을 끌었다. '캐릭터 무비'라는 이해영 감독의 말이 손색없을 정도로 조진웅, 류준열, 김성령, 박해준, 故 김주혁, 차승원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뭉쳤기 때문이다.

 

이런 배우들 사이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한 이가 있다. 중국 마약상 진하림(김주혁 분)의 애인이라는 짤막한 설명만으로는 부족한,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고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으며, 어린아이 같은 구석도 있는 보령 역을 맡은 배우 진서연이 그 주인공이다. 고급 마약을 직접 선별해 흡입하는 장면에선 '정말 마약을 한 것 아니냐?'는 놀라움이, 아직 대중에게 생소한 얼굴을 보고는 '외국 배우 아니냐'는 반응이 뒤따랐다.

 

'독전'이 만들어 낸 최고의 '발견' 혹은 '재발견'으로 꼽히는 배우 진서연을 지난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오디션 때부터 현장을 압도하는 연기로 주변을 숨죽이게 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터였으나, 정작 진서연은 캐릭터 특성이 잘 살아난 대본대로 연기했을 뿐이라며 공을 돌렸다.

다음은 일문일답.

'독전'이 350만 관객을 돌파했다. 예상했나.

 

영화가 잘될 줄은 알았다. 소위 어벤져스 팀이라고 생각했다. 용필름 제작사에 이해영 감독님에 훌륭하신 배우님들까지. 그 와중에 제가 이상하게 날파리처럼 끼었고, 영화가 잘못되면 내 탓이다 생각했다. 그런데 보령 캐릭터를 관객분들이 엄청 사랑해주셨다. 저는 튀지 않고 묻힐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부각해주셔서 되게 놀랍다. 흥행까지 하고 나니까 너무너무 감사하다. 이런 건 생각지도 못 했다.

 

영화가 잘될 줄은 알았는데 본인이 주목받을 줄은 몰랐단 말인가.

 

네. 제가 (주목의 대상이)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웃음) 본인은 본인이 어떻게 연기하는지 잘 모르지 않나. 평가를 할 수도 없고. 대본을 그렇게 써 놓고, 제가 그렇게(대본대로) 연기할 때마다 관계자분들이 우려하셨다. '이거 너무 센 거 아냐?', '어허' 계속 이러시는 거다. (웃음) 걱정을 엄청 했다. 편집하기 직전까지 관계자분들이 엄청 고민을 하셨다고 들었다. 보령을 어디까지 편집해서 내야 할까에 대해서. 감독님이 보령 캐릭터에 엄청 애정이 있으셔서 하나도 편집 없이, 쓰신 그대로 나갔다.

 

영화 '반창꼬'(2012)에 같이 출연한 배우 한효주가 '이런 배우도 있다'면서 추천해 줘 '독전'에 합류했다고 들었다. 자세한 이야기가 듣고 싶다.

 

이해영 감독님이나 (용필름) 임승용 대표님, 효주 씨도 저한테 어떤 영화인지도 알려주지 않았다. 그냥 영화 오디션 볼래? 이래서 알았다고 했는데 대본을 받고 나서 만감이 교차했다. 이걸 화를 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웃음) 얘가 나를 어떻게 생각했길래 이런 캐릭터를 나한테 하라고 했나 싶어서. 본인은 했을까 하면서. 너무 세 가지고. (웃음)

 

오디션 보려면 캐릭터 공부를 해야 하지 않나. 그런데 시안 잡을 게 없는 거다. 앞뒤 없이 대본 두세 장만 있으니 레퍼런스도 없고. 그게 재밌었다. 감독님 말로는 (다른 오디션 참가자들이) 섹시한 여성 느낌으로 연기했다고 하는데, 대본 자체는 지금 (개봉판에) 나오는 대본처럼 쓰셨다. 포스 있고 위협감이 느껴지고, 가만있어도 소름끼치는 그런 느낌이 나게 쓰셔서 저는 느껴지는 대로 연기를 한 것뿐이다. 나중에 들으니 저만 그렇게 연기했다고 해서 좀 이해가 안 됐다.

'독전' 진서연 "보령, 모든 스태프

진서연은 보령(별명 방울이) 역을 맡아 중국 마약상 진하림 역의 故 김주혁과 호흡을 맞췄다. (사진=NEW 제공)

아무래도 그동안 한국 영화에서 잘 볼 수 없었던, 무척 강렬한 여성 캐릭터여서 그랬던 게 아닐까.

 

우리가 아는 박스 안에 들어있는 만큼, 그 틀 안에서 허용되는 매력적인 연기를 보여주셨을 거라고 본다. 근데 저는 그 틀을 다 깨려고 했다. 한국 영화든, 외화든 상하 관계로 되어 있는 악당의 여자친구 느낌을 원래도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재미없다고 생각했다. 동등한 입장에서 강력하게, 불꽃 튀는 케미가 돋는 게 훨씬 더 영화적으로도 재밌을 것 같고. 저는 그냥 대본대로 한 거다. 뭔가 지어내서 한 건 아니다.

 

'독전' 초중반에 가장 시선을 붙잡는 씬이 하림과 보령이 원호(조진웅 분)와 락(류준열 분)을 만나는 장면이 아닐까 싶다. 그런 중요한 씬을 맡은 만큼, 부담감도 있었을 것 같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연기했나.

 

너무나, 진짜로 기라성 같은 대배우님들이랑 계속 같이 붙는 거라서 부담감이 엄청 있었다. 내가 잘하려고 하거나, 잘하는 척을 하거나, (극중 보령처럼) 약에 취해 있는 애처럼 '척'을 하면 저 프로들한테는 다 걸릴 거라고 생각했다. 재미없어하실 거고. 현장에서 재미가 없으면 분명 관객도 재미없다고 한다. 저 사람들도 착각할 수밖에 없게 연기하려면, 나 스스로 진짜 완전 약쟁이라고 생각해야겠다 싶었다. 그래서 저는 촬영할 때나 안 할 때나 그냥 보령처럼 있었다. 하늘 같은 선배님들이어도, 제게는 그냥 극중 인물들이었다. 원호는 원호처럼, 락은 락처럼, 하림은 나의 남자친구처럼 얘기했다.

 

파트너인 故 김주혁과 함께 연기하는 장면이 가장 많았다. 연기하면서 어떤 이야기를 주로 나눴는지 궁금하다.

 

그전에는 김주혁 선배님이 되게 부드럽고 스윗하고 여자들이 좋아하는 느낌의 연기를 많이 하시지 않았나. 그전에는 밥 먹고 리딩할 때 김주혁 선배님께 제가 특별히 잘(살갑게)하지 않았다. 스윗하고 따뜻한 연기 잘하시는 분이라고만 생각했지. 근데 촬영 가기 전 집에서 IPTV로 '공조'를 보고 제가 완전 반해버린 거다. 악역이 너무 멋있었다. 김주혁 선배님에게서 처음 보는 얼굴이 너무 매력적이었다.

 

제가 원래 촬영장 가도 아무한테도 말 안 하고 조용히 가만히 있는 성격인데 '선배, 공조 봤는데 대박이던데요!'라고 했다. 미리 봤으면 미리 잘해드렸을 텐데. (웃음) 뒤늦게 봐서 지금부터 제가 잘할게요 했다. (웃음) '공조' 정도(의 악역 연기)를 생각했을 텐데 ('독전'에선) 완전히 다른 연기를 하셨다.

 

어떻게 연기하실지 궁금하긴 궁금한데, 제 바로 옆에서 리딩하시는데도 개미 목소리로 하니까 잘 들리지 않았다. (웃음) 도대체 슛 갈 때 어떻게 하실지 거의 백지상태였고 상상이 안 됐다. 다만 보령 캐릭터는 누구의 충격을 흡수해서 연기하는 건 아니어서, 저는 저 나름대로 준비했다. 어떻게 하시든 받아들이면 되지, 하고.

 

근데 완전 힘 빼고 하시는데도 상상 밖의 연기를 하셔서 너무 놀랐다. 현장에서도 진짜 무서웠다. 왜냐하면 갑자기 그런 연기가 나올지 몰랐으니까. (그동안) 안 보여주셨고. 아무도 예상을 못 했다. 근데 너무 좋았다. 그 연기가 완전히 현장을 압도해서 선배님께 '너무 좋은데요!'라고 할 수도 없을 정도로. 김주혁 선배님 감정 깨뜨릴까 봐 다들 입 벌리며 봤다.

'독전' 진서연 "보령, 모든 스태프

지난달 22일 개봉한 영화 '독전'은 현재 364만 명의 관객몰이를 하며 흥행 중이다. (사진=NEW 제공)

파트너의 연기를 극찬했지만, 이해영 감독에게 들으니 본인도 오디션 때부터 같이 대본 맞춰주는 연출부를 당황하게 하는 연기를 했다던데.

 

위압감, 두려움을 느끼는 마음도 있었을 거다. 호텔 씬은 락을 갖고 노는 씬이었다. 제게는 신나고 재밌는 놀이였다. 저는 너무 재밌고 신나는데 보는 사람들은 소름 끼치고 위협감이 느껴지는. 감독님이 원래도 눈이 동그란데 더 동그랗게 뜨고 '에~' 이러시길래 '아, 나한테 반했나 보다' 했다. (웃음) 근데 너무 무섭고 소름 끼친다, 저런 연기는 처음 본다고 말씀하셔서 '아, 내가 상당히 착각했구나' 싶었다. (일동 폭소) 저를 보고 첫눈에 반해서 아아~ 이러시는 줄 알았는데. (웃음)

 

다른 인터뷰를 보니 극중에서 보령이 흡입하는 마약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관련 논문과 보도를 찾아봤다고 들었다. 실감 나는 연기를 위해 실제 마약 흡입 시 나타나는 증상까지 알아봤다고. 원래 캐릭터 분석을 이렇게 철저하고 세밀하게 하는 편인가.

 

네. (그동안은) 대부분 감독님들이나 같이 하시는 분들이나 그걸 좀, 헤아려주지는 않으셨다. 그렇게까지 히스토리 설정 안 해도 돼, 너무 깊이 가니까 안 맞아, 이런 식? 리스펙(respect)을 안 해 줬다고 해야 되나? 쫄면 먹을 때, 짜장면 먹을 때 느낌이 다른데 어떻게 그냥 '면을 먹을 때'를 표현하라고 하나. 그래도 나는 내가 하는 이유가 정확해야 했다. 안 그러면 연기가 안 돼서. 세밀하거나 철저하게 만든 제 이야기에 이렇게까지 귀 기울여주는 감독님과 파트너를 만난 적은 처음인 것 같다.

 

저희 감독님은 제가 굉장히 귀찮게 할 정도로 조사한 것에 대해 얘기하고 피드백 추가하면서도 한 번도 귀찮아하지 않으셨다. 더 팁을 주셨다. '좋은데', '이건 조금 빼서 해 보자' 등 준비하는 기간에도 되게 리스펙해 주셔서. 보령 캐릭터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엄청나게 쌓인 거다. 내가 준비하고 있는 길이 맞구나 하는 확신을 주신 거다. 점점 실제와 가깝게 접근해나갔던 것 같다. 상상이 아니라, 이런 조직의 보스 여자친구 느낌이 아니라.

 

실제 그런 약을 10년 넘게 한 사람의 증상까지 디테일하게 파악하고 이런 사람들의 삶이 어떤지에 대해서도 계속 이야기했다. 보령 캐릭터에 확신이 생길수록 촬영장에 가서 움직이는 데에 생각하고 고민하지 않았다. 이미 나는, 나의 애티튜드는 보령이었기 때문에. 현장에서 불편하거나 그런 맘이 안 들더라.

 

보령의 성격이나 태도 말고도 살리고 싶었던 부분이 있다면.

 

앙상블을 이루는 공동 작업은 팀워크가 좋아야 결과가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가 아무리 보령이 주근깨, 기미가 있었으면 좋겠고 옷이 이랬으면 좋겠다고 해도 담당자들이 '뭐래?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하는데' 하고 의견 조합 안 되면 지금의 보령과 하림이 나오지 않았을 거다. 이러면 어떨까, 하면 무조건 '한 번 해 보죠'라고 했다. 해 보고 이상하거나 아니면 다시 바꾸자는 식인 거다.

 

지금도 되게 감사한 게 저희 의상팀이 옷 컨펌을 가장 많이 했다고 한다. 저희 분장팀도 그렇고. 주근깨를 했다가 쌩얼(민낯)로 했다가 가발도 4개씩 준비했다가 커트했다가 엄청난 고민을 하시고. 그 많은 선택 속에 나온 게 보령이다. 모든 스태프들의 애정이 묻어난 결정체인 거다. 만들어 주신 캐릭터에 저는 연기만 잘하면 됐는데, 현장에서 유리그릇 다루듯이 (조심스럽게) 해 주셔서 모든 게 다 어벤져스 팀처럼 잘 맞았던 것 같다.

'독전' 진서연 "보령, 모든 스태프

배우 진서연 (사진=황진환 기자)

작품을 위해 다이어트도 혹독하게 했다고 들었다. 이제 잘 먹고 다니나.

 

아주 악에 받쳐서 먹고 있다. (웃음) 6㎏ 뺐는데 실제로 보면 다 너무 징그럽다고 했다. 그만 빼, 이렇게까지 할 필요 없다고들 했다. 눈물이 핑 돌았던 일이 있다. 뭘 못 먹으면 단 게 엄청 당긴다. 어느 날 바나나가 하나 있더라. 트레이닝해 주신 관장님께 바나나 하나 먹으면 안 되냐고 했더니 1/10 딱 요만큼을 껍데기까지 잘라서 주는 거다. 눈물이 소리 없이 고였다. (웃음) 가만있으니까 그마저도 뺏으려고 해서 '아니야! 이거 먹을 거야!' 하면서 먹었다.

 

촬영 이틀 남겨놓고는 수분도 빼야 해서 물도 못 마셨다. 그러니까 약에 취한 연기가, 내가 뭘 해서 나온 게 아니라 극도의 예민함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웃음) 내가 봐도 말이 안 되니까. 그럼 목마른데 물 안 마시고 어떻게 하냐고 하니까 삼키지 말고 뱉으라는 거다. 단 게 너무 먹고 싶을 땐 아이스 초코를 이렇게 넣은 다음에 가글가글하고 뱉었다. 그런 예민함을, 조진웅 선배님이랑 붙는 씬에서 가발 뜯으면서 다 분출한 거다. (웃음) '내가 찢어 죽일 거야!' 이러면서. 선배님도 '얘가 이만큼이나 화낼 필요가 없는데?' 생각하시지 않았을까. 희생양이 되셨다. (웃음)

 

CBS노컷뉴스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