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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예 ]

정마담은 '이대 나온 여자'일까? 김혜수의 '타짜' 뒷이야기

by노컷뉴스

[제23회 BIFAN 현장] '매혹, 김혜수' 메가토크 with 김혜수, 최동훈 감독, 김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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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혜수가 본인 스스로 연기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됐던 작품이라고 꼽은 영화 '타짜'. 2006년 개봉했다. 왼쪽부터 정마담 역을 맡은 김혜수, 고니 역을 맡은 조승우 (사진=싸이더스 제공)

"나 이대 나온 여자야."


13년 전 추석 연휴에 개봉해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임에도 568만여 명에 달하는 관객을 모은 영화 '타짜'(감독 최동훈). 최동훈 감독의 대표작이자, 잘 만들어진 오락영화의 클래식으로 받아들여지는 '타짜'는 명대사가 많기로도 유명하다.


극중 도박의 꽃이나 판을 짜는 설계자로 나오는 정마담(김혜수 분)이, 급습한 단속반에게 내지르듯 하는 대사도 마찬가지다. 실제론 동국대 출신인데도, '타짜' 때문에 김혜수가 이화여대를 나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고 배우 본인이 말할 만큼 대사의 힘은 셌다.


28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청 2층 어울마당에서 제2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BIFAN) 배우 특별전 '매혹, 김혜수' 메가토크가 열렸다. 특별전 상영작 10편 중 한 편으로 선정된 '타짜' 상영 후 진행된 이 행사에는 배우 김혜수와 최동훈 감독, 김혜리 '씨네21' 기자가 참석했다.


'타짜'는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다. 화투판을 배경으로 하지만 단순히 도박 이야기를 다루는 작품이 아니라, 고니(조승우 분), 평경장(백윤식 분), 정마담, 고광렬(유해진 분), 아귀(김윤석 분), 짝귀(주진모 분) 등 다양한 인물의 '욕망'에 관해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이날 메가토크에서는 김혜수에게도, 최 감독에게도, 관객들에게도 뜻깊은 작품 '타짜'와 관련한 재미있는 뒷이야기가 나왔다. 정말 정마담은 이대를 나왔는지에서부터, 최 감독과 김혜수에게 '타짜'는 어떤 작품인지 등을 다채로운 이야기를 정리해 봤다.

#1. 원작과 달라진 정마담, 내레이션을 넣은 이유

최동훈 감독 : 처음에 원작을 제의받았을 때 제일 어려웠던 인물은 아귀랑 정마담이었다. 원작에서는 50~60년대 배경이었기 때문에, 그 시대에 걸맞은, 정말 시골에서 다방 마담을 겸하면서 도박판을 운영하는 사람이었다. 저는 (정마담이) 조금 더 모던하게 보이길 바랐고, 시간도 94~95년으로 옮겨오길 바랐다. 정마담을 어떻게 잘 써야 하는지 전혀 모르고 있다가, 경기영상위원회에 일이 있어서 갔다가 김혜수 씨를 처음 본 거다. 저는 그때 신인 감독이어서, '오!' 했다. (일동 웃음) 아름답다, 그런 것도 있었지만 되게 멋있었다. (김혜수 씨를 보고) 저런 모습이 정마담인 것 같아, 싶었고 그렇게 영화를 만들면 영화는 어떻게 되는 걸까 싶었다. 근데 다 쓰고 나니까 영화에 (정마담이) 조금밖에 안 나오는 거다. 실제로 36분 흘러야만 나온다. 이렇게 써서 주면 안 할 것 같더라. (일동 웃음)


김혜수 : 조금 나와도 임팩트 있게 보이는 캐릭터를 좋아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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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훈 감독은 원작을 영화화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캐릭터 중 하나가 정마담이었다고 밝혔다. (사진=싸이더스 제공)

최동훈 감독 : 아, 이건 누구에게 줘도 안 한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분량이) 많아 보이게 할까. (일동 웃음) 그러다가 내레이션을 넣자고 했다. 영화의 전체 구조에서, 정마담이 묻고 정마담이 회상하는 거다. '실제로 고니를 죽음의 길로 가까이 몰아넣은 건 정마담이었다!' 되게 신났다. 내레이션을 넣으면 극을 지배하는 것처럼 느껴지더라. 김혜수 씨가 시나리오를 보고 안 하면 어떡하지, 했다. 안 할 수도 있으니까. 두 가지 타임 이야기가 진행되고, 아무리 성심성의껏 읽어도 여배우 입장에서 '도박은…' 하는 선입관이 있을까 봐 걱정했다. 근데 혜수 씨가 이건 도박에 대한 얘기가 아닌 것 같다고 해서 되게 기뻤다. 드디어 나도 김혜수 씨와 작업한 영화감독이 되는구나! (일동 웃음)


김혜수 : 원래 내레이션은 제 목소리가 보이스 오버가 되는 거다. 감독님이 예고 없이 촬영 후반에 '우리 내레이션도 찍죠?' 했던 것 같다. 전 감독님을 너무 믿고 너무너무 좋아했다. 이 감독은 천재 같고 너무 (촬영 현장이) 신났다. 영화를 보고 너무 놀란 게 (캐릭터의) 분량이 중요하지 않았다. 아, 더 놀라운 건… 감독님, 아귀가 아홉 씬 나오지 않나? 김윤석 씨가 5일 찍었고 아홉 씬 정도 나온다. 이게 뭐냐면 영화 속에서 잘 구축된 캐릭터의 힘이라는 거다. 보는 입장에선 씬 수가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어떠한 캐릭터로 잔상에 남느냐인데. 영화 전면에 정마담 모습이 삽입되는 걸 보니까 저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 정마담이 이런 여자였구나!' 훨씬 더 입체적으로, 존재하지 않지만 존재하는 느낌? 굉장히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됐다.


최동훈 감독 : 그 내레이션을 찍은 건 세트를 만들어야 했다. 어느 병원에 일종의 영안실 옆에 있는 의자 같은 데였다. 계속 제작비 생각을 하는 거다. 만들 돈이 있을까. (일동 웃음) 두 면만 싸이더스('타짜' 제작사) 사무실에 스테인리스로 해 가지고 그냥 아주 간략하게 꽃만 갖다 놓고 찍은 거다. 근데 저게 없으면 이 영화가 성립이 안 된다. 목소리만 나오는 건 힘이 안 실린다. 찍다 보면 다 안다, 아무리 바보라도.

#2. 정 마담은 진짜 이대를 나왔을까?

김혜수 : 아직도 많은 분이 제가 이대 나온 줄 안다, 어르신들은. (일동 폭소) 네, 저는 동국대다. (정마담은) 굉장히 세속적인 욕망으로 가득한 여자라고 생각한다. 그 유혹에 이끌려서 이 판에 오게 됐고 발 떼고 싶었을 때는 어쩔 수 없는 거다. 삶의 수단과 받아들이는 방식이 마치 도박판처럼 되어버렸고 후회하기에는 너무 늦었고. 저는 사실은 이렇게 세속적인 욕망의 캐릭터였기 때문에 "나 이대 나온 여자야!"라는 대사가 우리나라 사람들이 드러내지 않지만 품고 있는 학벌에 대한 욕망을 차용하는 대사라고 생각했다.


전화번호부에서 김혜수가 아니라 정마담으로 검색했다는 그 언니가 지금 지인들이랑 모임 중인데 내기가 생겼다고 했다. "정마담은 이대를 나온 거야, 안 나온 거야?"라고. 저는 "안 나왔지~ 정마담의 세속적인 허영을 대변하는 대사야. 그래서 마음으로는 움찔하면서도 그 대사 열광한 거 아냐? 감독님한테 확인하고 전화해 줄게" 했다. 전 '이대를 나온 거예요, 안 나온 거예요?' 물어본 적이 없다. "정마담 이대 나왔어요? 안 나왔어요?" 하니 막 웃더라. 감독님이 '이대를 들어가긴 했죠'라고 얘기하시는 게 너무 충격이었다. (일동 폭소) 이 캐릭터를 반영하는 대사고, (이대를 안 나왔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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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마담의 "나 이대 나온 여자야"는 '타짜'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대사이기도 하다. (사진=싸이더스 제공)

이 포인트에서 그런 것들이 생기는 거다. 이런 게 너무나 큰 묘미다. 근데 정마담이 실제 이대에 들어가서 졸업을 했는지 안 했는지는 알 수 없다는 얘길 하셨다. 실제 이대를 들어갔던 여자, 어느 정도 지적인 욕망 충족시킬 능력이 있었던 사람. 그가 시골 도박판을 주무르는 여자가 됐다. 도박판 장악한다고 해서 삶에 기쁨이 있었을까? 이러면 '평경장이 나를 이 삶으로 이끌었어'라는 대사 톤이 달라지는 거다.


그 당시에는 '이런 거야. 이런 거겠지? 난 이걸 반드시 표현해야지' 했지만 저도 모르게 깊게 들어가지 못한 면도 있던 것 같다. 감독님이 그때 그런 얘기도 마지막으로 했다. "근데 혜수씨, 정마담이 이대에 들어갔는지 아닌지는 사실 중요하지 않아요"라고. 근데 그게 제가 캐릭터에 대해서 잘못 해석한 걸 부끄러워하지 말라고 들리는 게 아니라 '이게 영화고 네가 받아들이고 해석한 캐릭터가 결국은 정마담이야'라고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감독님, 그것도 고마웠다. 그 당시에 너무 충격이었다. (일동 폭소) 정마담이 이대에 들어갔다고?…


최동훈 감독 : (그 대사 때문에) 이대 나오신 분들에게 정말 죄송한데… (일동 웃음) '나, 하버드 나온 사람이야'라고 할걸.


김혜수 : 지금까지도 학벌, 학연 이슈들이 있지 않나. 그리고 이 자리에서 할 아름다운 얘기가 아닙니다만, 저도 대학원 졸업논문 문제가 크게 이슈가 됐고 저도 그 당시엔 그런 부분에 대해서 그렇게까지 도덕적인 기준을 적용하지 않고 넘어갔던 것들이 사실은 엄청나게 큰 잘못인 것이지 않나. 그러니까 이게 저는 ('나 이대 나온 여자야'가) 어찌 보면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우리의 허를 깊이 찌르는 그런 대사인 것 같다.

#3. 정마담은 왜 평경장을 죽였을까?

최동훈 감독 : 이게 잘 안 써지는 거다. 왜 죽였는지가. (일동 폭소) 둘의 관계를 갑자기 구구절절 얘기한다면 그건 아마 (이) 드라마가 취해야 될 게 아니어서 설명을 아주 간단히 하길 바랐다. '어쩌면 평경장이 정마담에 대한 아주 사적인 야욕이 있거나, 이용해먹기 위해서 원래 가지고 있던 돈을 따서 고니와 똑같은 방식으로 (정마담도 이 판에) 들어왔겠지'라고 생각했다. 제가 혜수 씨한테 얘기를 했다. (평경장 죽인) 이유를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그러니까 혜수 씨가 전혀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너구리(조상건 분) 아저씨가 '왜?'라고 하면 '내가 이런 것까지 너한테 설명해야 하니?'라는 느낌이 든다면 사람들이 추측하는 재미가 있을 거라고 봤다.


김혜수 : 저는 그랬던 것 같다. "평경장 때문에 내가 이 길에 들어섰어", 이게 저한테는 되게 중요하고 핵심이 됐던 단서, 굉장히 힘 있는 말이었던 것 같다. 제가 생각했던 정마담은 세속적인 욕망이 굉장히 강하고, 거칠고 잔혹한 남성들의 돈의 세계에서 전면에서 또는 뒤에서 능수능란하게 모든 것을 주무르는 여자다. 이 여자가 원하는 것, 세속적인 욕망인데, (평경장을 죽인 건) 이것도 고니에 대한 마음인가? 고니를 너무 사랑해서, 이 지경까지 오게 한 평경장에 대한 마음인가? 그런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선뜻 마음이 동하지 않는, 억지 같은 느낌이 있었다. '평경장 때문에 내 인생이 이렇게 망가졌어, 내 인생이 조졌어' (일동 웃음) 어떤 한 방 같은 느낌이 있었던 것 같다. 그걸 굳이 설명하지 않는 것이 더 정마담을 드러내지 않지만, 제가 사실 그 부분에 대해서도 확신 없이 한 게 아니기 때문에, 우리 영화에선 그 태도가 훨씬 더 맞는다고 생각했다. 설명적이고 이런 건 우리 영화에 안 맞는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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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평경장 역 백윤식, 정마담 역 김혜수, 고니 역 조승우, 빨찌산 역 김경익 (사진=싸이더스 제공)

#4. 고니를 향한 정마담의 마음

김혜수 : 고니를 갖고 싶은 건… 우리가 사실은 어떤 같은 물(도박판)에서 놀고 있지만 고니는 본질적으로 다른 사람이라는 걸 간파하고 있었다고 본다. 그 사람 본질의 순수성을 느꼈겠지. 저는 정마담이라는 캐릭터가 그 거친 세계에서 너무나 능수능란하고 유연한 여자인데도 불구하고 자기 진심을 드러내는 데는 너무나 취약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게 정마담을 인간적으로 연민할 수 있는 포인트였다고 본다. 정마담에게 고니는 지금의 내가 아닌 그 이전에 순수했던 나의 어떤 거다. 지금은 거친 이 바닥에서 그들이 얘기하는 타짜, 프로의 생활을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그 본질을 버리지 않는, 잃지 않는 그런 사람이다. 나는 돌아갈 수 없는. '저 남자 갖고 싶다' 하는 게 단지 남성으로서의 저 남자는 아니었던 것 같다.

#5. 김혜수와 최동훈 감독에게 '타짜'란

최동훈 감독 : 저는 아직도 '타짜'를 못 벗어나고 있는 것 같다. "암살이 대표작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할 때 사람들이 "와~" 이러고 "타짜 너무 잘 봤어요" 이러니까. (일동 웃음) 지금 보니까 거칠기도 하고 30대 딱 저의 성격이 잘 드러나는 것 같아서 '나는 저런 인간이었구나' 그런 걸 보게 돼서 너무 기뻤다. 이 영화 찍고 결혼했기 때문에 제 총각 시절의 마지막인 것 같기도 하다. 이 영화 덕분에 결혼할 수 있게 됐다는 그런 고마운 영화이기도 하다.


김혜수 : 네, 저는 사실은 '타짜'라는 영화, 작품을 규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왜 그런지 잘 모르겠다. 오늘 알았다. 12년 만에 스크린으로 '타짜'를 보면서 저는 이 영화를 뛰어넘을 수 없다는 감정에서, 뛰어넘고 싶지 않아졌다. 그게 굉장히 정직한 감정인 것 같다. 굳이 이유를 대라면 너무나 많은 이유를 댈 수 있을 정도로, '타짜'가 없다면 제가 이 자리에서 영화에 대해서 여러분과 얘기할 수 있는 배우일 수 있을까 생각하면 잘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의 장르이기도 하고, 영화를 보고 나서 감독님한테 잠깐 얘기했었는데 심장이 막 뛴다. 저는 이런 게 너무 좋은 것 같다. 저한테는 이런 게 영화다. 그걸 다시 한번 이렇게 환기해줘서 약간 또 흥분되는 느낌? 제가 출연하지 않아도 아마 그렇게 느꼈을 수 있다. 근데 그런 영화에 제가 출연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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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쪽부터 '타짜'를 연출한 최동훈 감독, 아래 사진에서 왼쪽은 아귀 역을 맡은 김윤석, 오른쪽은 정마담 역을 맡은 김혜수 (사진=싸이더스, ㈜케이퍼필름 제공)

음… 배우로서 제 일을 제가 제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도 굉장히 큰 영향을 미쳤고, 제가 제 영화라는 일을 진짜로 사랑할 수 있게 해 줬던 작품이기도 하다. 영화라는 게 협업인데 그걸 분명히 저도 머릿속으론 알고 있었는데 진짜 협업이 뭔지, 나 혼자가 아니라 우리가 같이 해낸다는 걸 매 순간 체득했던 작품 같다. 다시 한번 가슴이 뛰면서 흥분이 되더라.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자리를 여러분과 함께한 것도 감격스럽다.


특별전이라는 걸 준비하면서 '나의 지나온 시간들을 되짚어봐야지, 이런 기회가 참 감사하다'는 생각을 했지만 어제 개막식, 오늘은 하루가 지난 날인데 굉장히 강력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그리고 BIFAN에서 어찌 보면 제 특별전의 그 어떤 작품보다 장르적인 쾌감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고, 캐릭터 면면이 거부할 수 없는 매혹이 있는 게 너무 좋다. (영화를) 조용하게 봐야 되는데 어… 자꾸 그런 얘기를 했다. "감독님, 저런 대사를 어떻게 썼죠?" (일동 웃음)


김혜리 기자 : 이번 특별전을 위해서 본인이 작품 10편을 골라줬는데 '타짜'(2006) 이전의 작품은 '첫사랑'(1993)밖에 없었던 것 같다.


김혜수 : 아, 그런가? 그걸 의식하고 하진 않았다. 실제 '타짜'를 기점으로 제 작품의 어떤 다양성은 구별될 정도로 뚜렷한 차이를 느낄 수가 있다. 그 '타짜'를 촬영하고 개봉해서 여러분과 함께 만난 그 시간, 제가 미리 알 순 없었지만 저에게는 어떤, 그 운명적인 기점이었다는 생각도 든다. 실제 제 연배 되시는 분들은 잘 아실 텐데, 늘 배우로서 작품에 대해, 내가 나의 틀을 벗어날 수 있는 것, 무언가 자극을 받고 어떤 새로운 시도나 도전해 볼 수 있는 열망이 늘 있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게 주어지는 제안들은 굉장히 단편적이었던 것 같다. 아주 단조로운 캐릭터들, 단조로운 형태의 작품들이 계속 동어 반복되는 느낌, 그 부분에 대해서 스스로 많이 지치고 자괴감 같은 느낌도 있었던 것 같다. 나를 평가하고 나와 함께 일을 해야 될 내 주변에 있는 동료들, 혹은 관련자들, 어찌 보면 영화의 내부자들,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나에게 기대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제가 명백히 느낄 수 있는 거다. 실제 나와 함께 일하는 영화인들이 내게 기대하는 것들이 정말 이렇게 단조로운 거구나. 그렇다면 나의 가능성은 고작 이것뿐인가. 어려서 했던 고민이고, 당연히 했던 고민이긴 한데, 배우로서 콤플렉스를 짧지 않은 기간 지속적으로 느껴왔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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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청 2층 어울마당에서 제2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배우 특별전 '매혹, 김혜수' 메가토크가 열렸다. 왼쪽부터 최동훈 감독, 배우 김혜수, 김혜리 '씨네21' 기자 (사진=김수정 기자)

근데 '타짜'라는 작품을 프러포즈 받고 책을 읽었을 때 어… 사실 뭐라 그럴까. 저는 도박을 전혀 몰랐다. 실제 여기서 평경장 역으로 출연하신 백윤식 선생님 빼고 아무도 화투를 하는 사람이 없었다. 조승우 씨 같은 경우는 손에 물집이 잡힐 정도로 연습을 하셨다. 그걸 전혀 모르고 시나리오를 봤는데도 너무 잘 읽히는 거다. 이건 그냥 화투 얘긴 아닌 것 같아, 도박 얘기하자는 건 아닌 것 같다고, 그렇게 시작을 했다.


아, 사실 제가 정마담을 연기할 때 '내가 저렇게까지 알고 한 건 아닌데, 다 알고 한 게 아니었는데' 하는 게 있다. 어떤 부분에서는 내가 안다고 느꼈는데 다시 보니 거기까지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속의 정마담은 다시 봐도 놀라운 게 있다. 제가 연기를 잘했다는 게 아니라 영화 속에서 캐릭터의 기능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타짜'라는 작품은 알고 있음에도 굉장히 뭔가를 새롭게 깨닫게 해 준 느낌이다. 아니면 나만의 무언가를 진짜 느끼게 된 그런 경험을 너무 많이 했다. 저하고 너무나 가까운 지인이 영화를 보고 나서 전화번호를 정마담으로 찾고 있었다더라. 혜수가 아니라 (일동 웃음) 그분은 저랑 지금은 30년 가까운 우정이 있는데 저는 그 어떤 것보다 그게 가장 큰 찬사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 제가 배우로서 캐릭터로 얻을 수 있는 성취감을 최초로 느꼈던 지점인 것 같다. (최동훈 감독이 제게) 돌파구가 될 수 있는 어찌 보면 엄청난 찬스를 주신 거고 그게 배우로서 대내외적으로 저에게 터닝포인트가 됐던 건 명백한 것 같다.


CBS노컷뉴스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