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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우유 훔친 부자, 시민이 준 20만원 되돌려주러 뛰어나가..."

by노컷뉴스

마트 가보니..잘못 빌고있는 부자

"배가 고파 그랬다" 한 마디에...

훈방 이전에 국밥 한그릇 이라도

"법보다 사람이 먼저 아닐까요"

■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이재익(인천 중부경찰서 경위)

노컷뉴스

(사진=mbc 뉴스 캡쳐) 인천 중부경찰서 이재익 경위

지난 10일 인천의 한 마트에서요. 아버지와 아들이 식료품을 훔치다가 적발됐습니다. 훔친 물건은 우유 2팩, 사과 6알, 음료수였어요. 물건을 훔치다 잡힌 아버지는 “너무 배가 고파서 해서는 안 될 일을 했다” 하면서 자신의 죄를 뉘우쳤습니다. 담당 경찰은 이 부자를 훈방 조치하고 식당으로 데려갔습니다. 거기서 따뜻한 국밥을 대접했는데요.


이게 알려져서 언론과 인터뷰를 하게 된 자리에서 경찰관은 “요즘 세상에 밥 굶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하며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는데 이게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습니다. 오늘 화제의 인터뷰. 시민의 안타까운 사연에 뒤돌아 눈물을 흘리던 이 경찰관. 저희가 만나보고 싶어서 수소문을 해 봤습니다. 어렵게 섭외했어요. 안 나오시겠다는 분을 (웃음) 만나보시죠. 인천 중부경찰서 영종지구대 이재익 경위 연결돼 있습니다. 이 경위님, 안녕하세요?


◆ 이재익> 안녕하세요.


◇ 김현정> 뭐 대단한 일 한 것도 아닌데 전화 연결까지 합니까, 하면서 조금 쑥스러워하셨다고 들었어요.


◆ 이재익> 네.


◇ 김현정> 뭐가 그렇게 쑥스러우셨어요?


◆ 이재익> 주변에서 묵묵히 일하는 경찰관들 또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더 좋은 선행을 하는 경찰관들이 많습니다. 그분들한테 제가 죄송한 거죠. 쑥스럽고요.


◇ 김현정> 겸손하십니다. 뉴스에서 눈물 흘리는 모습을 가족들이 보고서 뭐라고 하시던가요?


◆ 이재익> 영상을 어머님이 보셨어요. 담담하고 의젓해야지 왜 눈물을 훔치는 모습을 보이냐라면서 조금 혼내시더라고요.


◇ 김현정> 이게 지금 무슨 얘기야. 처음 들으시는 분들도 계실지 몰라서 잠깐 사건 현장으로 좀 가보죠, 경위님. 그러니까 마트로부터 절도 신고를 받고 현장으로 달려가신 거예요?


◆ 이재익> 맞습니다.


◇ 김현정> 가보니까 상황이 어떻던가요?


◆ 이재익> 아버지와 아들이 울면서 피해자에게 잘못을 빌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 김현정> 아버지하고 아들하고 나이대가 어떻게 됐습니까?


◆ 이재익> 아버지는 30대 중반 그리고 아들은 10대 초반이었습니다.


◇ 김현정> 그래서 보니까 훔친 물건들이 우유, 사과 이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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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bc 뉴스 캡쳐)

◆ 이재익> 당시 마트 사장님이 피해품을 진술하셨는데요. 우유 등 약 1만 원 상당의 식료품을 피해품으로 진술해 주셨죠. 범행에 익숙한 사람들이었다면 그렇게 허술하게 안 했을 텐데요. CCTV 바로 밑에서 가방에 주섬주섬 담는 장면이 녹화가 됐고 직원이 그걸 발견한 거죠. 그래서 이제 잘못을 빌고 있는 그런 상황이었었습니다.


◇ 김현정> CCTV 바로 밑에서. 그러니까 그냥 현장에서 바로 잡힌 거네요?


◆ 이재익> 네, 맞습니다.


◇ 김현정> 행색이 어떻던가요, 그 부자는?


◆ 이재익> 초라했죠. 아버지는 지병이 있으셔가지고 땀을 많이 흘리고 몸을 떨고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 김현정> 왜 그랬냐 하고 물어보셨을 거 아니에요. 뭐라고 하던가요?


◆ 이재익> 배가 고파서 훔쳤다.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 김현정> 배가 고파서.


◆ 이재익> 배가 고파서 훔쳤다는 말은 저희들한테는 범행 동기에 해당이 되거든요. 저희가 가족 관계, 직업, 소득 이런 것들을 파악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 김현정> 그래서 파악을 해 보니?


◆ 이재익> 4인 가족인데 아버지는 6개월 전에 실직을 해서 지금까지 직장이 없는 상태였고요.


◇ 김현정> 6개월 전에 실직을 한 이유는 당뇨병 지병 때문인가요. 그냥 있어도 땀이 줄줄 날 정도라서?


◆ 이재익> 네. 당뇨병하고 갑상선증이 있답니다. 그래서 이제 힘든 일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던 거죠. 그래서 택시 기사를 그만두고.


◇ 김현정> 그 아이의 어머니는요.


◆ 이재익> 이혼을 했죠.


◇ 김현정> 그러면 아까 4인 가족이라고 하셨는데 2명은 누구예요?


◆ 이재익> 아들 둘. 그리고 모친. 그렇게 있습니다.


◇ 김현정> 아… 이 딱한 사정을 듣고 마트 측에서는 선처해 줘라 이야기를 했고 또 보니까 물건을 훔친 아버지 초범에다가 피해 금액도 한 1만 원 정도밖에 안 됐기 때문에 결국 훈방 조치를 결정하셨어요.


◆ 이재익>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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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정> 그냥 돌려보내지 않으시고 그 아버지와 아들을 국밥집으로 데리고 가신 거네요?


◆ 이재익> 네. 먼저 허기진 배를 달래주고 싶었고요. 법 이전에 사람이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고요.


◇ 김현정> 이 아버지와 아들 반응은 어떻던가요?


◆ 이재익> 거기에 대해서 특별한 말은 없었고요. 그냥 따라서 왔습니다. 그냥 편하게 드시라고 옆에서 지켜보고요. (제가) 고기 많이 드시라는 말 정도만 했던 걸로 기억을 합니다.


◇ 김현정> 아이가 잘 먹던가요?


◆ 이재익> 부담스러웠겠죠. 그렇지만 국밥은 비웠습니다.


◇ 김현정> 한 그릇 다 뚝딱 비우던가요?


◆ 이재익> 네.


◇ 김현정> 그런데 거기서 이 장면들이 끝이 나는 게 아닙니다. 그렇게 국밥집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한 시민이 국밥집으로 들어와서 20만 원이 든 봉투를 그 아버지에게 내밀었다는 거, 이게 무슨 얘기입니까?


◆ 이재익> 저도 그 당시 그분이 누구인지를 몰라서요. CCTV를 백업을 해서 다시 이렇게 쭉 확인을 해 봤습니다.


◇ 김현정> 뒤로 쭉쭉 돌아가 보니까?


◆ 이재익> 마트에서부터 저희가 사건 처리하는 일련의 과정을 다 지켜보셨더라고요.


◇ 김현정> 지나가다가 보신 목격자군요.


◆ 이재익> 처음에는 무슨 일일까 해서 아마 지켜보신 것 같고요, 추측을 하기에. (저희가) 국밥집으로 이동하는 것까지 확인을 하셨어요, 다. 그리고 이제 식사하고 있는 도중에 와서 20만 원이 들어 있는 봉투를 말없이 놓고 나가셨고. 없는 형편이라면 눈앞에 놓여 있는 현금 20만 원에 욕심을 낼 법도 하죠. 그런데 그 아들이 바로 쫓아가서 돌려주려고 했는데 (이 시민 분이) 그냥 말없이 뛰어가셨죠. 그 모습을 보면서 아들이 타고난 인성이 나쁘지 않구나, 좋은 애구나. 그 모습이 저한테는 많이 와닿았습니다.


◇ 김현정> 뒤에 따라서 막 달려갔는데 결국 시민을 못 만난 거예요, 그러면?


◆ 이재익> 네, 못 만난 걸로 알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분은 누구인지 아직 모르시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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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mbc 뉴스 캡쳐)

◆ 이재익> 찾기 위해서 그분을 마트 사장님한테도 확인을 해 봤는데 그날 물건을 구입한 내역이 없는 걸로 보이고 그분 인상착의와 비슷한 분을 아는 분이 안 계시더라고요. 제가 아직 신원을 확인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 김현정> 아직 살 만합니다, 우리 사회. 아직 정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국밥 먹고 시민이 준 그 선의의 봉투 전달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근처 주민센터로 함께 가셨어요. 아버지 일자리 좀 주선해 주시려고?


◆ 이재익> 네.


◇ 김현정> 잘 됐습니까?


◆ 이재익> 아버지한테 근로 의욕이 있는지 물어봤는데 아버지는 굉장히 강력하게 의사를 피력하셨죠.


◇ 김현정> 어디든 나를 받아주는 곳이 있으면 가서 일하고 싶다?


◆ 이재익> 네, 일을 하겠다. 그런 내용도 사회복지사분한테 말씀드리고 지금 현 이분의 건강 상태와 부합하는 일자리가 있는지. 그 상담을 하고 최대한 노력을 해 보겠다는 그런 확답을 듣고 왔죠.


◇ 김현정> 그러셨어요. 아이고, 잘하셨습니다. 그 아버지가 혹은 아들이 헤어지면서 뭐라고 말 남긴 건 없나요, 우리 경위님한테?


◆ 이재익> 가면서 고맙다는 말씀하셨죠.


◇ 김현정> 고맙다고.


◆ 이재익> 제가 아버지한테 신신당부한 게 하늘이 주신 기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머니 봉양하고 두 아들 양육하는 데 꼭 보탬이 되는 곳에 사용했으면 좋겠다. 신신당부를 했거든요. 이행이 되는지 제가 한번 지켜볼 생각입니다.


◇ 김현정> 그렇게 한번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드리고요. 오늘 귀한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 이재익> 네, 고맙습니다.


◇ 김현정> 지금 화제가 되고 있는 인천의 아버지와 아들을 도운 경찰. 인천 중부경찰서 영종지구대 이재익 경위였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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