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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빈 방

by노트폴리오 매거진

3주 전, 생애 절반 이상을 함께한 반려견이 죽었다. 내 짧은 인생 동안 함께 한 날이 함께 하지 않은 날보다 많았기에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처음에는 죽음이 믿기지 않았고, 그만큼 아무렇지 않았다. 하지만 이내 죽음을 실감하기 시작했을 때 ‘오늘 하루를 어떻게 버티지’하는 두려움이 앞섰다. 친구였던 가족이 죽었지만 세상은 어제와 별반 다를 게 없었고, 어김없이 출근을 해야만 했다.

빈 방

"엄마가 해준 음식이 제일 맛있어요." 4반 정휘범

빈 방

"약속은 꼭 지켜야 한다고 생각해. 우리 약속 꼭 지킬게." 3반 박예슬

죽음을 받아들이는 일이 더 힘들었던 건, 일상생활에서 시시때로 ‘죽음’을 깨닫는 순간이 많았기 때문이다. 아침에 일어나 계단 아래 햇빛을 받고 있던 모습이, 출퇴근 때마다 우리끼리 하던 인사가, 나를 바라보던 따듯한 눈빛이, 더이상 없었다. 세상사 모든 만물이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게 지금일 줄은, 이렇게나 빨리일 줄은 몰랐다. 널부러진 밥그릇과 누워있던 돗자리, 유품이랄 것도 보잘것 없지만 가족 누구 하나 선뜻 치울 수가 없었다. 그것마저 정리하면 정말 죽음을 인정해야만 했고, 그대로 두자니 집에 오가는 일이 고역이었다. 16년 동안 나의 친구는 일상에 스며들어 나의 일부가 되었던 것이다.

빈 방

"나는 아이들이 너무 예뻐요. 유치원 선생님이 되어 아이들을 많이 사랑할거야." 2반 윤민지

빈 방

"규칙과 약속은 꼭 지키는 거야. 그리고 사람은 정직해야 해." 3반 유혜원

빈 방

"인생을 재미있게 살자. 좌절하지 말자. 열심히 잘살자" 8반 박선균

빈 방

"엄마, 난 부모님과 함께 살고 웃으며 지내니까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 9반 조은정

빈 방

"나는 친구가 힘들면, 늘 가까이에서 도와주고 용기를 주는 그런 친구가 될래요." 6반 이영만

그 아픔을 온전히 공감할 수 없겠지만, ‘빈 방’을 보는 가족들의 시선이 그러할까. <빈 방>은 말 그대로 주인 없는 방을 찍은 프로젝트다. 그러나 뼈 아픈 사실은 이 방의 주인이 ‘아이들’이라는 것, 그리고 그 아이들이 더이상 이 세상에 없다는 사실이다. 이미 눈치챘겠지만 방의 주인은 바로 세월호 아이들이다.

방이다. 벽에 나란한 사진들과 의자에 걸쳐진 옷으로 보아 남자의 방이다. 책꽂이에 책들은 그가 고등학생임을 가늠케 한다. 일본어를 공부하는 남학생이다. 피아노와 기타를 좋아하고 악보를 보며 연습도 하는 모양이다. 모자를 즐겨 쓴다. 2014년 4월 15일, 방의 주인이 문을 열고 나갔던 순간부터 지금까지 이 방은 부재하는 사람을 대신하여 그를 말하고 있다. 모든 것은 1년 째 그대로다. 비스듬하게 놓아 둔 컴퓨터의 키보드조차 비스듬한 채다. 다만 달라진 것은 방의 주인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인 단원고 2학년 4반 최성호 군. 방과 방 안의 사물들은 여전히 존재함으로써, 부재하는 이의 부재를 뚜렷이 증거한다. 출처: 류가헌 갤러리
빈 방

"책을 좋아해요. 가끔 직접 소설을 쓰는데 언젠가 완성된 작품을 만들거예요" 9반 정다빈

빈 방

"추운 겨울이 끝나면 지구는 아름다워져요. 봄으로 꽃단장을 했기 때문이지요" 8반 김제훈

빈 방

"엄마, 오래오래 죽을 때까지 같이 살자." 10반 김주희

평범할 것 없는 ‘빈 방’이 슬프게 다가오는 건, 방 안을 메운 사물들이 아이의 정체성을 말해주기 때문일 것이다. 물건을 통해 살아생전의 아이가 무엇을 좋아했고, 어떤 성격의 아이었는지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아이가 자라 어떤 어른으로 성장했을지 우리는 가늠해볼 수 있다. 물론, 단순히 빈 방만으로 아이 한 명 한 명의 모든 면모를 유추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떠난 아이들을 한 명 한 명 떠올려 보고 싶다. 정치적 이념을 떠나 아이들의 죽음을 애도하는 건, 인간의 가장 기본된 도리가 아닐까. 어느덧 세월호 4주기다. 오늘 하루만큼은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고 죽음을 애도할 수 있는 하루가 되길 바란다.

평생 동안 해야 할 일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슬픔에 대한 공감일 것이다. 타인의 슬픔에 대해 ‘이제는 지겹다’라고 말하는 것은 참혹한 짓이다. –신형철
빈 방

"최고의 모델이 될 거예요. 그래서 자기관리계획을 세우고 열심히 준비하고 있어요" 6반 권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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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사회를 음악에 담아 사람들에게 들려줄 거예요" 4반 강승묵

빈 방

"내가 최고의 요리사가 되어 엄마,아빠 호강시켜 드릴게." 6반 이태민

빈 방

"동물을 사랑하는 수의사가 되어도, 항상 사람들의 마음을 살피는 노래를 부를게요." 9반 이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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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마음을 따듯하게 해주는 좋은 가수가 될 거야." 5반 서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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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수학이 너무 좋아. 수학교수가 될까? 회계사는 어떨까? 은행원도 좋겠다." 7반 이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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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과 사람을 보호하고 안전을 지키는 경호원이 될 거예요." 5반 김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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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아이들이 참 좋아. 선생님이 되고 싶어." 3반 최윤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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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엔지니어가 될 거야. 구글아 기다려라~" 8반 김재영

빈 방

"엄마,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일해서 엄마 필요한 거 다 해드릴게요." 8반 홍승준, 모든 사진 출처: 416 기억저장소

글. 김해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