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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명품브랜드의 진보와 후퇴, 구찌 vs 셀린느

by노트폴리오 매거진

명품브랜드의 진보와 후퇴, 구찌 vs

Alessandro Michele

각종 화려한 곤충과 패턴, 꽃, 야생식물 등, 평소엔 도통 관심이 없던 구찌(Gucci)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건 알렉산드로 미켈레(Alessandro Michele)가 수석디자이너로 임명되면서 부터였다. 그간 왠지 모르게 ‘구찌’하면 ‘호날두(Ronaldo)’가 가장 먼저 떠올랐기에 여러모로 그의 행보는 파격적으로 느껴졌다. 한때 유행했던, 제품 전면에 명품로고가 박힌 제품들은 로고리스 유행에 따라 그 의미가 퇴색되어갔다. 어쩐지 촌스럽고 반복되는 로고무늬가 지겨울 때쯤, 구찌는 파격적인 인사를 통해 무명이던 그를 수석디자이너로 임명하여 새로운 시도를 꾀했다. 결론적으로 이런 파격적인 시도는 대중들에게 먹혔고 구찌는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명품브랜드가 되었다.

명품브랜드의 진보와 후퇴, 구찌 vs
명품브랜드의 진보와 후퇴, 구찌 vs
명품브랜드의 진보와 후퇴, 구찌 v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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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브랜드의 진보와 후퇴, 구찌 v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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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브랜드의 진보와 후퇴, 구찌 vs
명품브랜드의 진보와 후퇴, 구찌 vs
명품브랜드의 진보와 후퇴, 구찌 vs

Gucci

이러한 시도는 그간 기성세대의 전유물처럼 느껴지던 구찌를 젊은 세대의 선호 명품 중 하나로 인식시키며 구찌 특유의 정체성을 재확립했다. 무엇보다 알렉산드로는 기존의 여성복과 남성복의 경계를 없애면서 여성복에만 사용하던 악세사리를 남성복에 차용하기도 하는 젠더리스 룩(genderless look)을 선보여 신선하고도 힙한 패션을 제시했다. 실제로, 모델 역시 남/녀 구분이 힘들고 드레스 외의 제품들은 어떤 성(性)이 착용해도 관계없는 룩을 선보인 것이다. 이는 소비자로 하여금 다양한 선택권을 제시했고, 구찌 역시 대중들에게 성(性)에 구애받지 않는 다양한 디자인을 선보일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하나로 규정되지 않아요. 그 누구나 남성과 여성 사이에 있죠. 전 남성적이거나 여성적인 것 이전에 ‘아름다움’을 선택합니다.” 알렉산드로 미켈레
명품브랜드의 진보와 후퇴, 구찌 vs

Alessandro Michele

이러한 영향력은 지속되어 구찌는 <2018 패션어워즈>에서 ‘올해의 브랜드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앞으로의 그의 행보와 컬렉션이 기대되는 것도 자유분방한 그의 사고와 상상력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명품 브랜드의 정체성이 수석디자이너에 의해 좌지우지됨을 알 수 있다. 실제로, 하향세에 접어들던 시기에 구찌 CEO로 임명된 마르코 비자리가 알렉산드로에게 1주일 만에 패션쇼를 준비할 수 있겠냐고 제안한 일화는 유명하다. 그때의 제안이 구찌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매 시즌을 기대하게 만드는 영향력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명품브랜드의 진보와 후퇴, 구찌 vs

Phoebe Philo

반면, 명품브랜드 셀린느(celine)의 행보는 기대치에 못 미치는 듯하다. 올 초, 셀린느를 지금의 자리까지 오르게 만든 수석디자이너 피비 파일로(Phoebe Philo)가 셀린느를 떠나고 에디 슬리먼(Hedi Slimane)이 왔기 때문이다. ‘셀린느’하면 떠오르는 간결함과 시크함, 클래식한 디자인에 ‘여성을 자유롭게 하는 옷’을 디자인한 피비 필로는 그간 견고한 팬층을 자랑했다. 그런 그녀가 셀린느를 떠나면서 새로운 디자이너로 전(前)디올옴므와 생로랑 디자이너였던 에디 슬리먼이 고용되었는데, 기대 반/우려 반이었던 그의 첫 컬렉션이 마무리되자 피비의 상품 가격이 폭등하는 기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명품브랜드의 진보와 후퇴, 구찌 vs
명품브랜드의 진보와 후퇴, 구찌 vs
명품브랜드의 진보와 후퇴, 구찌 vs
명품브랜드의 진보와 후퇴, 구찌 v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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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ebe Philo 2018SS collection

그간 워낙 브랜드의 정체성보다 자신만의 색을 구축하고 내세우는 행보를 보였던 에디 슬리먼이었기에 “70년된 브랜드를 망쳤다”, “RIP 셀린느”, “OLD 셀린느”라는 반응이 우세했다. 셀린느의 로고를 리디자인하며 인스타그램을 통해 ‘뉴 셀린느’를 예고했던 그였기에, 파격적인 행보를 기대하던 대중들이 여전히 80년대 룩을 벗어나지 못한 그의 행보에 더욱 실망했던 것이다. 혹자는 어떤 의미에서 자신만의 색을 꾸준히 내세우는 그가 대단하다는 반응이거나 또 아직은 섣부른 판단(=지켜봐야 한다)이라는 입장도 있다. 그러나 대체적인 사람들의 반응은, 과거의 셀린느가 선사하는 느낌과 이를 자아낸 피비를 그리워하는 눈치다. 피비가 ‘내가 입고 싶은 옷’을 떠올려 기존의 섹시하고 여성적인 옷보다 편안함을 강조한 클래식한 디자인을 선보였다면, 에디 슬리먼은 마치 과거로의 회귀를 주창하듯 뾰족한 구두와 마른 몸매의 디자인을 재차 선보였기 때문이다.

명품브랜드의 진보와 후퇴, 구찌 v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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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브랜드의 진보와 후퇴, 구찌 v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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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di Slimane 2018SS collection

이렇듯 수석디자이너에 따라 브랜드의 정체성이 달라지기에 명품브랜드의 디자이너는 역할 수행이 중요하다. 구찌가 여성과 남성의 경계를 허무는 젠더리스를 선보여 찬사를 얻어 한걸음 나아갔다면, 셀린느는 과거로의 회귀를 선택한 것 같다. 앞으로 두 디자이너의 행보가 어떨지 궁금해진다.

 

글. 김해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