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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한국의 모지스 할머니,
김두엽 작가

by노트폴리오 매거진

순천 할머니들의 서울나들이 전시 <그려보니 솔찬히 좋구만>展

평생동안 글자를 모르던 할머니들이 비로소 글을 알게되어 쓴 글과 시를 보면, 어쩐지 마음이 뭉클해진다. 이럴때면 세상에 나온지 얼마되지 않은 어린아이와 노인의 '순수'에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직 세상을 미처 경험하지 못한 아이와 산전수전을 다 겪은 할머니들의 '순수성'은 어디서 기저할까. 이상하게도 두 사람이 그린 그림을 보면, 복잡하고 시끄러운 세상에서 한발치 물러나 깨끗함을 마주하는 느낌이 든다. 우연찮게 김두엽 할머니의 그림을 접했을 때도 이러한 감상이 느껴졌다.

과일과 꽃이 있는 정물 (Acrylic on paper, 32×24, 2019), 김두엽

공원 (Acrylic on paper, 32×24, 2019), 김두엽

시골길 (Acrylic on paper, 32×24, 2019), 김두엽

고향 (Acrylic on canvas, 35.5×22, 2018), 김두엽

세 여인 (Acrylic on paper, 32×24, 2019), 김두엽

춤추는 여자들 (Acrylic on paper, 32×24, 2019), 김두엽

그림을 그리는 많고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김두엽 할머니의 그림이 더욱 특별한 건 그림에 특별한 형식이 없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때로 붓이아닌 굵은 손가락 두마디에 물감을 묻혀 그림을 완성시키도 한다. 이렇듯 러프하고 인위적이지 않은 그녀의 스타일은 할머니가 바라보는 일상을 어김없이 반영하는 듯 하다. 할머니의 나이는 올해로 92살, 적지 않은 나이로 50살의 화가 아들과 함께 주저없이 그림을 그리며 자신만의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현재 작가로 활동하는 할머니의 아들은 "내 그림보다 어머니 그림이 더 잘팔린다"고 으레 농담을 건네기도 한다. 적지 않은 나이에 '그림'에 빠져든 할머니를 보면, 새로운 일을 시도하는데 나이보다 용기가 더 중요함을 알 수있다. 동시에 할머니의 용기와 이를 지속할 수 있는 할머니의 행복이 문득 부러워진다.

김두엽 작가(어머님)와 이현영(아들) 작가

이와 동시에 김두엽 할머니에서 모지스 할머니가 보인다. 따듯한 그림과 자신만의 스타일, 90세가 넘는 나이에 새로운 분야를 시도하여 인정을 받는 모습 역시 서로를 닮아있다. 무심코 그렸던 사과 하나가 김두엽 할머니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었듯, 앞으로 그녀의 그림이 더더욱 풍성해지길 기원한다.

광양 봉강 89세 김두엽 할머니가 4년 전, 무심히 그린 사과 한 개는 그녀에게 화가의 길을 열어주었다. 2012년 가을 어느날, 심심해서 그린 사과 한 개 였다. 저녁에 들어와 그 그림을 본 아들은 보통 솜씨가 아니라며 칭찬을 한다.'사과 하나 갖고 이렇게 칭찬을 해주나' 기분이 좋아진 85세 어머니는 이튿날 초등학교 앞 문구점에 가서 스케치북 두 권을 산다.

 

이웃집에 놀러도 안 가고 책상도 없이 마룻바닥에 엎드려 그리고 또 그린다. 아들은 어머니가 그린 그림에 "잘 그리네, 잘 그리네" 감탄과 칭찬을 더한다.어머니는 스케치북을 사고 또 산다. 멀리 사는 자식들도 스케치북이며 그림도구를 보내준다.

 

1928년 일제강점기 일본에서 태어나 1945년 광복을 맞아 18세에 외가가 있는 옥룡으로 오기까지 일본땅에 사는 동안 기모노를 손수지어 입을 정도로 솜씨가 좋던 김두엽할머니 였다. 21살 광양 봉강에 시집을 와 8남매를 낳아 길러냈고 훗날 여수, 서울에서 세탁소를 운영할 때도 눈썰미와 손맵씨가 있는 할머니의 수선솜씨는 칭찬이 자자했다.

 

아들 이현영이 봉강 석사리에 화실을 마실하면서 그곳에 새둥지를 튼 할머니는 1년이 넘도록 코앞에 있는 마을회관 조차 가보지 않았다.시간이 아까워서다. 그림을 그리실 때 가장 행복하다는 할머니는 스스로 "그림에 중독이 됐다" 하신다. 출처: 광양 블로그

Anna Mary Robertson Moses known as Grandma Moses 1946

75세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모제스 할머니

글. 김해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