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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미니 환경미화원

by노트폴리오 매거진

역에서 내려 집까지 올라오는 길에는 쓰레기통이 없는데도 쓰레기로 가득한 길모퉁이가 하나 있다. 지금의 핸드폰 가게가 자리하기 전에는 피자집으로 쓰였던 그 가게는 음식을 취급하는 곳이라 하기엔 주변부가 쓰레기로 가득차 위생상 좋지 않아 보였다. 피잣집 주인은 나름대로 대안을 세워 ‘이곳은 쓰레기를 버리는 곳이 아니니 자기 집 앞에 쓰레기를 버리라’는 문구를 써 붙였고, 관할구청과 주민센터에도 신고를 한 모양이었다. 구청과 주민센터는 해당 민원을 받아드려 커다란 판넬을 설치하였다. 하지만 바람이 세게 부는 날에는 판넬이 쓰러지기 일쑤였고, 쓰레기를 버리지 말라던 문구의 효과도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몇 개월 후, 해결되지 않는 쓰레기 때문인지 피자집은 핸드폰 가게로 바뀌어있었다. 아주 야심차게 시작한 사업이었는지 핸드폰 가게 주인은 인근 상가 주인들과 협력하여 광고에 쓰이는 커다란 인쇄물을 프린트했다. 내용은 당연 “cctv 촬영중. 쓰레기를 버리지 마세요.”였고, 인쇄물이 젖을까 코팅까지 하는 철저함을 보였다. 처음에는 인쇄물의 큰 글씨만큼 호소력이 있어 보였지만 날이 갈수록 다시 골목 어귀가 쓰레기로 가득해졌다. 마치 ‘쓰레기를 버리지 마세요’라는 문구를 비웃듯 쓰레기는 그전보다 더 많이 버려져 있었다. 그때 처음으로 ‘사람들 참 지독하다’는 생각을 했다. 대체 쓰레기를 버리지 말라는 데도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들의 심리는 어디서 기저하는 것일까.

미니 환경미화원

이러한 현상을 목격하며 내린 결론은 사람들의 행동을 이끄는 기호가 마냥 쉽지 만은 않다는 점이었다. 문자만큼 명확하고 직관적인 매체가 있을까 싶으면서도 문자로 해결할 수 없는 메시지의 한계를 느꼈달까. 그러면서 몇 년 전, 홍대입구에 설치했던 “미니 환경 미화원” 스티커가 떠올랐다. 해당 캠페인은 유동인구가 많은 홍대입구 곳곳에 미니사이즈의 환경미화원 스티커를 붙여 쓰레기를 경감시킨 일이다. 이러한 일을 벌인 이유는 유동인구만큼이나 사람들이 역 근처에 버리는 쓰레기가 많아서 였다.

서울 마포구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인근 버스정류장에 서 있는 시민들 사이로 연두색 작업복을 입은 ‘환경미화원’ 스티커가 손가락을 쭉 뻗고 있다. 시선을 조금 내려보니, “이 곳은 쓰레기통이 아닙니다.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버려주세요”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쓰레기통 위치를 알려주는 ‘미니 환경미화원’ 안내 스티커는 지난 20일,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9번 출구와 합정역 2·3번 출구쪽 인근 6곳에 부착됐다. 이동 인구가 많아 쓰레기가 많이 버려지는 버스정류장이나 지하철 입·출구 난간, 배전함 등에 부착돼 시민들을 안내한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그 작은 스티커는 사람들의 행동에 변화를 일으켰다. 역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미니 환경미화원을 보고 쓰레기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때로는 명확한 문구보다 직관적인 이미지가 효율적인 메시지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였다. 이는 범죄발생율이 높은 골목길의 담장에 벽화를 그려 분위기를 전환하거나 초등학교 근처에 옐로카펫을 깔아 교통사고를 방지하고자 하는 흐름과 비슷하다.

초등학교 앞 교통사고 방지를 위한 <옐로 카펫>

디자인으로 범죄를 예방한 <염리동 소금길 프로젝트>

신기한 점은 해당 기사를 접한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골목어귀에 쌓인 쓰레기를 보고 “미니 환경미화원” 캠페인이 떠올랐다는 점이다. 나도 모르게 비상식적인 광경을 목격하는 중에도 단순히 ‘쓰레기를 버리지 마세요’라는 문자 이상의 호소력을 지닌 방안을 찾고 있던 것이다. 동시에 그 방안으로 ‘넛지 디자인’ 사례가 떠오른 이상, 관할 구청과 동사무소에 해당 캠페인을 레퍼런스로 한 민원을 제기해보려 한다. 좋은 디자인은 널리 알리는 게 이로울테니 말이다.

미니 환경미화원 캠페인, 마포구청x아이디엇(ideot)

글. 김해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