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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그가 사랑한 지베르니 그리고 수련

클로드 모네 (Claude Monet)

클로드 모네 (Claude Monet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

헐리웃에서 영화 대본 쥐어 짜내지 않고 여기서 소설이나 쓰며 살 수 있다면 베벌리힐스 집 같은 건 없어도 그만이야, 수영장이고 뭐고 다. 모네가 살던 이 곳이 차로 30분이라니! 우리가 여기 산다고 상상해봐.

영화계의 연금술사라고 불리는 우디 앨런(Woody Allen) 감독이 낭만의 도시 파리를 배경으로 만든 <미드나잇 인파리(Midnight In Paris)>의 첫 장면이다. 프랑스 예술이 가장 아름답다는 벨 에포크(Belle Époque, 아름다운)시대인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를 배경으로, 당대 문화와 예술의 황금기를 담은 로맨스 영화다. 남자 주인공인 길(오웬 윌슨)은 사랑하는 여자와 비오와 함께 파리를 걷는 것이 소원인 낭만적인 감성의 소유자다. 그리고 그가 영화 첫 장면에서부터 극찬한 곳, 지베르니는 파리에서 서쪽으로 70km떨어져 있으며 인상파의 창시자 ‘모네’가 작품 활동을 펼치던 마을이다.

클로드 모네 (Claude Monet

영화 '미드 나잇 인 파리'

영화 속에서 모네가 살았던 지베르니는 첫 장면에 이어 다시 등장한다. 이번에는 장소가 아니라 그림으로. 4명의 주연배우들이 서있는 저곳은 모네의 가장 아름다운 <수련>이 있는 프랑스 파리의 오랑주리 미술관이다. 오랑주리 미술관에는 1927년, 모네의 뜻에 따라 만들어진 모네 전시실로 유명하다. 이 곳은 모네의 <수련>연작을 효과적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전시관이 커다란 타원형으로 설계됐다.

클로드 모네 (Claude Monet

'수련' 모네,1914~ 1918, 오랑주리미술관, 출저: https://www.google.co.uk/

클로드 모네 (Claude Monet

영화 '미드 나잇 인 파리'

“저는 지베르니를 존경하고 있습니다.“ –클로드 모네

모네의 연작인 <수련>은 오랑주리 미술관의 대표적인 컬렉션이자 하이라이트다. 8점의 <수련>은 그를 위해 특별히 만든 2개의 타원형 방에서 전시되고 있으며 많은 관람객들이 오랑주리를 찾고 있는 이유다. 한 때는 작품이 팔리지 않아 찢어지게 가난한 생활에 지쳐 세느강에 투신 자살 시도도 했던 모네는 뒤랑 뤼엘(인상주의 화가의 옹호자로서 유명하다)을 만나 그가 모네의 그림을 상당량 구입함으로써 생계가 한결 나아질 수 있었다.


모네는 1890년 지베르니에 정착한 후, 사망할 때까지 30년 가까이 연못 위의 수련을 그리는 일에 몰두했다. 이 시기에 그는 직접 연못과 그가 좋아했던 일본식 다리(당시 프랑스에서는 만국박람회가 개최되고, 일본이 문호 개방을 하면서 상류층 여인들이 기모노를 입고 일본식 부채를 들고 다니는 것이 유행이 될 만큼 일본 문화에 열광했다), 정원 등을 가꾸면서 자연광의 변화에 따라 변화하는 색채에 한껏 몰두했다. 그는 무려 2백 50여편에 이르는 수련 그림을 끊임없이 그렸다.

클로드 모네 (Claude Monet

'청색 수련' 19세기 경, 오르세미술관

“제가 작업에 빠져 있다는 걸 아실 겁니다. 물과 반사광에 어우러진 이 연못풍경이 저를 사로잡습니다. 그것은 저 같은 늙은이가 표현하기에는 힘에 부친 풍경이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제 느낌을 옮겨 보고 싶습니다.”

 

1908년 8월 11일, 제프루아에게 보낸 편지, 출처 : <순간에서 영원으로>

모네는 말년이 되면서 지병인 백내장으로 조금씩 시력을 잃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폭에 수련을 그리는 애정은 그치지 않았다. 모네는 이 그림들에 <님페아>라는 제목을 달았는데 이것은 그가 지베르니에서 키운 변종 ‘백수련’을 일컫는 학명이다.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청색 수련은 그렇게나 빛을 좋아하고, 순간의 아름다움을 사랑했던 그가 백내장으로 시력을 잃어가면서 그린 그림이다. 백내장에 걸린 그의 눈에 수련이 저렇게 보였던 것일까. 직업상 일주일에 적어도 3번은 찾게 되는 오르세 미술관에서 <청색 수련>을 볼 때 마다 그렇게 좋아하던 수련을 더 이상 보지 못 할거라는 사실에 미친 듯 캔버스에 붓을 놀렸을 그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클로드 모네 (Claude Monet

지베르니, 출저: 유로자전거나라 프랑스 http://romabike.eurobike.kr

오랑주리에 전시된 8연작의 수련을 그리던 지베르니, 이곳에 가면 아직도 어디선가 그가 캔버스에 떨리는 손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 같다. 과연 모네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 일까. 우리는 다가오는 미래를 기대하며 현재를 희생해야 된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중요한 건 지금 이 ‘순간’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아직 오지 않은 내일보다 스쳐 지나가는 오늘의 찰나가 훨씬 아름답다는 것을 알려주려고.

 

글 유로자전거나라 제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