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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당신의 작품 ‘속’을
정리해드려요, Ursus Wehrli

당신의 작품 ‘속’을 정리해드려요,
당신의 작품 ‘속’을 정리해드려요,

Tidying up art, Ursus Wehrl, 출처: http://thingsorganizedneatly.tumblr.com

당신의 작품 ‘속’을 정리해드려요,

Tidying up art, Ursus Wehrl, 출처: https://kr.pinterest.com

당신의 작품 ‘속’을 정리해드려요,

Tidying up art, Ursus Wehrl, 출처: https://kr.pinterest.com

여기 ‘무조건 정리하는 남자’가 있다. 그는 그릇 속에 담긴 샐러드의 잎줄기를 꺼내 하나하나 줄 세우고, 번잡하게 흩어진 수영장 속 파라솔과 사람들을 한 줄로 배열한다. 비슷한 컨셉의 사진을 보아하니 ‘그저 정리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인가 보네’ 했다가는 오산, 패기 있게 반 고흐의 방마저 정리해버린 그의 작품을 보면 웃음이 터진다.

당신의 작품 ‘속’을 정리해드려요,
당신의 작품 ‘속’을 정리해드려요,

Ursus Wehrli, 출처: http://mirsoglasnomne.livejournal.com

놀랍게도, 아서스 베얼리(Ursus Wehrli)는 스위스 출신의 코미디언이다. 처음 그의 작품을 접했을 때는 그저 ‘센스 있는 젊은 예술가’의 작품쯤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그의 본업(?)을 알게 되니, 사진 속에서 느껴지는 재치와 유머가 어디서 비롯됐는지 쉽게 알 수 있었다. 또한 미술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은 해석하기 난해한 작품들로 대중과 멀어진 현대미술에 큰 메시지를 전했다. ‘작품 속의 구성요소를 정리한다’는 단순한 방법으로 ‘미술은 어렵지 않다’는 사실을 몸소 증명했기 때문이다.

당신의 작품 ‘속’을 정리해드려요,

Tidying up art, Ursus Wehrl

당신의 작품 ‘속’을 정리해드려요,

Tidying up art, Ursus Wehrl

당신의 작품 ‘속’을 정리해드려요,

Tidying up art, Ursus Wehrl

당신의 작품 ‘속’을 정리해드려요,

Tidying up art, Ursus Wehrl

당신의 작품 ‘속’을 정리해드려요,

Tidying up art, Ursus Wehrl, 출처: https://kr.pinterest.com

베얼리가 작품을 정리하는 습관을 가지게 된 것은 도널드 베클러(Donald Baechler)의 한 작품 때문이었다. 그의 집에는 도널드 베클러의 작품이 하나 걸려있었는데, 작품 속 빨간 블록들이 너무 지저분하게 보였다고 한다. 그는 매일 아침 일어나 이 ‘지저분한 장면’을 마주해야 했고, 어느 순간부터는 작품 속의 남자조차 지저분한 배경 때문에 기분이 나빠 보였다고 한다. 그래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그를 ‘약간’ 도와주었다. 그림 속에 너저분하게 널린 빨간색 박스를 가지런히 정리해준 것이다. 다소 별 것 아닌 일로 시작된 그의 ‘작은 도움’은 그 후로 접하는 미술작품마다 ‘어지럽기 짝이 없다’는 인상을 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내가 이걸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까지는 아마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당신의 작품 ‘속’을 정리해드려요,
당신의 작품 ‘속’을 정리해드려요,

Tidying up art 프로젝트의 시초가 된 도널드 베클러의 작품, 출처: TED

그 후, 베얼리는 르네 마그리트, 호안 미로의 작품 속까지 정리해버린다. 그를 통해 앤디워홀(Andy Warhol)의 캠벌수프는 찌그러졌고, 물감으로 얼룩진 잭슨 폴록(Jackson Pollock)의 그림은 페인트 통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러한 베얼리의 ‘청소’는 우주의 하늘과 일본어 간판, 악보로 까지 이어졌다. 더 이상 그가 정리할 수 없는 분야가 없어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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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 마그리트의 '골콩트' Tidying up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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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안 미로의 '종달새의 노래' Tidying up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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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 워홀의 '캠벌 수프', Tidying up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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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슨 폴락의 Tidying up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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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dying up art, Ursus Weh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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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dying up art, Ursus Weh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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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dying up art, Ursus Wehrl, 출처: https://kr.pinterest.com

그림 속 구성요소들을 모조리 정리한다는 발상도 특이하지만, 베얼리의 작품을 더 의미 있게 평가할 수 있는 것은 추상적인 예술작품을 수치화했다는 점이다. 특히, 메모에 낙서한 듯한 호안 미로의 작품마저 형태와 색깔 별로 분류하여 작품을 통계화했다는 점이 신선하다.

당신의 작품 ‘속’을 정리해드려요,

Even behaving in an orderly, systematic way can sometimes lead to complete chaos. This is a painting by the artist, Niki de Saint Phalle. And I mean, in the original it's completely unclear to see what this tangle of colors and shapes is supposed to depict. But in the tidied up version, it's plain to see that it's a sunburnt woman playing volleyball.

 

정돈하고 구조화하는 방법은 때때로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죠. 이건 니키 드 생팔(Niki de Saint Phalle)의 그림입니다. 원작 작품에서는 햇볕에 그을린 여인들이 배구를 하는 모습을 볼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정리된 버전에서는 엉켜있는 색깔과 모양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불분명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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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is Keith Haring looked at statistically. One can see here quite clearly, you can see we have 25 pale green elements, of which one is in the form of a circle. Or here, for example, we have 27 pink squares with only one pink curve. I mean, that's interesting. One could extend this sort of statistical analysis to cover all Mr. Haring's various works, in order to establish in which period the artist favored pale green circles or pink squares. And the artist himself could also benefit from this sort of listing procedure by using it to estimate how many pots of paint he's likely to need in the future.

 

이것은 키스 해링(Keith Haring)의 그림을 통계학적으로 나타내 것입니다. 이 그림을 통해 그가 25개의 옅은 녹색과 하나의 원을 그렸다는 걸 알 수 있죠. 예를 들어, 27개의 분홍색 네모 중 하나만 곡선헝태를 띈다는 것 또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이러한 방식을 키스 해링의 다양한 작품에 적용할 수도 있겠죠. 그렇다면, 그가 옅은 초록색 원과 분홍색 네모를 선호했던 시기를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또한, 작가 스스로에게도 이러한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앞으로 얼마나 많은 물감을 필요로 하는지 추측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TED by Ursus Wehrli

이러한 시도는 작가의 생애와 작품관을 통합하여 해당작품을 이해하기보다 그림 속에 표현된 구성요소를 토대로 작품 그대로 해석할 단서를 제공한다. 베얼리의 ‘정리벽’이 현대미술의 유쾌함으로 이어질 줄이야. 앞으로 그가 어떤 예술작품에 ‘작은 도움’을 줄지 기대된다.

 

글. 김해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