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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내가 '나'일 수 있는 순간,
우제영

by노트폴리오 매거진

01. morning sun

내가 '나'일 수 있는 순간, 우제영

'morning sun' homage to Edward Hopper, water color, fabriano

내가 '나'일 수 있는 순간, 우제영

'morning sun' Edward Hopper, 1952

그림을 보자마자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가 떠올랐고, 연달아 ‘외로움’이 연상됐다. 놀랍게도 캡션에 ‘homage to Edward Hopper’라고 언급되어 있던데 'morning sun'은 어떤 감상에서 시작된 작품인가.

 

애드워드 호퍼의 작품에는 인물의 표정이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때로는 무표정한 모습이 더 많은 감정을 내포하고 있기도 하죠. 이런 그림은 보는 이로 하여금 작품에 더 몰입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저 역시 그런 그의 작품에 영감을 받아 'morning sun' 을 오마쥬로 작업하게 됐습니다.

 

전반적으로 파란색을 띄지만 따듯한 분위기가 느껴져 놀랐다. 흔히 푸른 색은 차가움을 떠올리게 하는데 ‘따듯함’을 연출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나.

 

개인적으로 화려한 조형적 요소나 구도가 아니더라도 색채만으로 많은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가능하면 색채에 집중해 추상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려 하죠. 제가 작업한 'morning sun' 은 푸른 계열의 색상 중에서도 채도가 높은 색상을 주로 선택했어요. 기법적인 면에서는 보색대비를 이용해 인물을 표현하고, 방 한 가득 채운 일광을 장치로 두어 평화롭고 따뜻한 분위기를 내려고 했죠.

내가 '나'일 수 있는 순간, 우제영

작품 속에 등장하는 여성에게는 무슨 일이 있던 걸까. 처음엔 그저 온몸으로 아침햇살을 받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옆에 태우다 만 담배를 보니 뭔가 사연이 있을 것 같다.

 

작업 당시, 힘든 시기를 겪고 있었는데 그 순간을 공유하며 의지하던 지인의 모습에서도 호퍼의 'morning sun' 이 떠올랐어요. 그래서 이 그림을 그리게 됐죠. 마음이 헛헛할 때 그린 그림이다 보니 자연스레 당시의 마음이 표현된 것 같아요.

내가 '나'일 수 있는 순간, 우제영

'weekend in mono'

내가 '나'일 수 있는 순간, 우제영

I know how you feel

작품의 주된 배경이 집, 그 중에서도 편안함을 느끼는 침대나 소파 위인 것 같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침대, 소파는 개인적이고 한정된 공간이라는 점에서 매력이 느껴져요. 그런 맥락에서 거실이나 방은 일상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기도 하고, 등장인물 역시 가장 솔직한 모습일거라는 생각이 들죠. 그래서 주로 그런 설정을 배경으로 그림을 그려요.

 

'morning sun'을 작업하며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은 무엇인가.

 

앞서 말씀 드렸듯, 무표정의 언어와 색채로 표현되는 감정표현에 가장 공을 많이 들였어요. 또, 다소 직선으로 이루어져 차가운 분위기를 풍길 수 있는 사물과 대비되도록 여성의 신체를 곡선으로 표현했죠.

02. weekend

내가 '나'일 수 있는 순간, 우제영
내가 '나'일 수 있는 순간, 우제영

'weekend'

우제영의 그림을 보면 작품 속 남자와 여자가 어제 어떤 하루를 보내고 고된 낮잠을 자고 있는 걸까, 하는 소소한 궁금함이 생긴다. 동화책에 들어가는 삽화 같다고 해야 할까?

 

주말은 누구에게나 기다려지는 시간이죠. 낮잠으로 보내기는 아깝지만 그래도 시간에 구애 받지 않는 주말, 약속시간에 늦을까 걱정 없는 주말은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봤어요. 그래서 나태한 요소들로 가득한 장면을 그리게 되었죠.

내가 '나'일 수 있는 순간, 우제영

묘한 디테일 차이에 놀랐다. 반쯤 벗겨진 남자의 양말이나, 여자의 방에는 술병 대신 꽃병이 있는 것 같은. 세세한 디테일에 신경 쓰며 작업하는 편 인가.

 

그림을 다른 사람들에게 공개하다 보면 ‘네 발 달린 스탠드’나 ‘자고 있는 고양이’의 포즈 같은 디테일 한 부분에 매력을 느끼는 분들이 있어요. 그러다 보니 남자의 반쯤 벗겨진 양말이나 널부러진 술병대신 꽃병을 그린 것처럼, 그런 작은 부분에도 신경을 쓰게 되죠.

 

하나의 작품에 하나의 색이 느껴진다는 공통점이 있다. 작업할 때 하나의 색을 정해 그에 맞게 작업하는지 궁금하다.

 

색상을 절제해서 사용하면 그림에서 강조하고 싶은 포인트를 지정하기 훨씬 쉽고 독특한 분위기를 만드는데 일조하는 것 같아요. 물론, 제한된 색상을 영리하게 배치할 필요가 있죠. 때문에 채색미스가 나지 않도록 러프스케치 위에 구상을 해본 뒤 본 작업에 들어가곤 합니다.

03. old boy

내가 '나'일 수 있는 순간, 우제영

'Old boy' I am too old for this

야밤에 나타난 바퀴벌레만큼 세상에 무서운 건 없다. 그림에서 표현한 것처럼 작은 바퀴벌레가 저만큼 크게 보이기도 하고. 언뜻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의 삽화로도 어울리겠다는 생각도 들더라.

 

성인이라 불리는 나이에도 바퀴벌레가 무서운 철없는 자신을 그려보았어요. 대학시절을 호주에서 보냈는데 호주는 바퀴벌레 크기가 우리나라 것과 비교도 안될 만큼 컸어요. 그렇게 몇 년을 지내면서도 바퀴벌레에 적응을 못했는데, 세월이 훨씬 지난 지금도 간밤에 마주친 바퀴벌레에 소름이 돋더라고요(웃음). 그런 제 모습이 철 없기도, 우스꽝스럽기도 해서 ‘올드보이’란 컨셉으로 작업했어요.

 

그림을 보면 종이 특유의 질감이 느껴진다. 전반적인 작업과정에 대해 알려달라.

 

수채화 특유의 투명도를 좋아해서 워터컬러를 주로 사용해요. 주로 한가지 색으로 물 번짐 효과를 많이 내지 않는 ‘면 처리 방식’을 선호하는 편이죠. 수작업이 끝나면 스캔한 후 디지털 보정 작업을 하여 마무리합니다.

 

작품의 구도에도 궁금증이 생긴다. 작품을 보면 공간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안정적인 구도를 가졌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는 어떻게 설정하나.

 

사실, 실제로는 그렇지 못해서 구도나 배치를 이래저래 바꿔보며 러프스케치로 스터디를 해봐요. 평소 인테리어 관련 사진을 스크랩해 두는 것도 부족한 점을 커버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내가 '나'일 수 있는 순간, 우제영

우제영

http://notefolio.net/tweener

http://www.facebook.com/jayyoung.wu

글. 김해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