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 가기

[ 컬처 ]

자신을 사랑하라, 정성원

by노트폴리오 매거진

자신을 사랑하라, 정성원

'Antic and Deers, Oil on canvas' 193x260cm, 2011

우리는 ‘당신이 틀렸다’라는 말을 얼마나 잘 받아들일 수 있을까? 최근 새롭게 일을 시작하면서 시스템 이해 부족으로 마음을 다친 적이 있다. 상대방은 의도와 맞지 않으니 내용을 수정해달라는 이야기를 전했다. 처음에는 화가 났다. 목소리도 많이 떨렸다. 나는 항상 화가 나거나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으면 되묻는 습관이 있다. 이 날도 여지없이 감정 조절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전화를 받았다. 분명 그 분은 나를 탓하는 것이 아닌, 시스템에 맞게 일을 처리하길 바란 것뿐인데 마음속의 화를 참지 못한 내가 너무 가냘픈 속내를 갖고 있구나 싶었다. 그런데 화를 내다 문득, ‘미움 받으면 어떡하지?’라는 모순적인 생각이 들었다. 사실, 타인의 아픔은 공기보다도 가벼울 수 있는데 어쩜 이리 자신의 아픔은 작은 것까지 크게 느낄 수 있는지 속상하면서 한숨이 푹 나왔다.

 

작은 실수와 여러 가지 나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부모님과의 작은 마찰은 어느 날 큰 돌이 되어 나를 누를 때가 있다. ‘나를 사랑하라.’는 슬로건이 머릿속을 스치지만, 도통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자신을 사랑하라, 정성원

'ANTIC and Lambs' Oil on Canvas, 116.7x80.3cm, 2011

자신을 사랑하라, 정성원

'Antic and Dolphin' Oil on canvas, 163x112cm, 2011

자네가 변하지 않는 것은, 스스로 ‘변하지 않겠다’고 결심했기 때문이네. 즉 인간은 이런저런 불만이 있더라도 ‘이대로의 나’로 사는 편이 편하고, 안심 되는 거지. 자네가 불안한 것은 과거의 환경 탓이 아니네. 그렇다고 능력이 부족해서도 아니고. 자네에게는 그저 ‘용기’가 부족한 것뿐이야. 말하자면 ‘행복해질 용기’가 부족한 거지. ‘무엇이 주어졌는가’에 집착한다고 해서 현실이 변하나? 우리는 교환이 가능한 기계가 아닐세.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교환’이 아니라, ‘고쳐나가는 것’이야.

 

–『미움받을 용기』, 기시미 이치로·고가 후미타케 지음, 전경아 옮김, 김정운 감수, 인플루엔셜
자신을 사랑하라, 정성원

'Antic and Rabbits' oil on Canvas, 193x66cm, 2011

자신을 사랑하라, 정성원

'Antic and Rabbit Oil' on canvas 53 x 40.8cm, 2013

행복해지기 위해 회사를 그만 뒀는데, 이 아저씨 말을 들으니 뭔가 라도 시작해야 할 것 같다. 마음이 말랑해지다가 딱딱해지기를 반복한다. 나는 결국, 책 속의 구문처럼 지금의 나인 채로 최대치의 행복을 찾는 방법밖에 없다. 절대 다수의 타인들과 비교를 하여 나온 내 모습과 ‘교환’을 하는 것이 아닌, 지금 글을 쓰고 있는 내 모습에서 ‘고쳐야 할 것들을 마음먹고 고치는 것’이 진짜 나를 이해하고 인정하는 방법이다.

 

우리는 삶을 포기할 수 없기에 각자 가진 방법과 능력, 인간관계로 살아간다. 어릴 때는 사는 방법이 항상 일정하고 흔들리지 않는 고체 양초 같았다. 누구나 찬란한 삶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며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아주 조금씩, -요즘은 더 빨리고체 양초라는 인생의 능력과 배경 위에 수 천 번, 수 만 번 흔들리는 촛불 같은 감정이 나를 움직인다는 것을, 너무 흔들려서 무엇이 사실인지 알 수 없게 한다는 것을 알았다.

 

“인생을 연습하듯 사세요. 항상 실전처럼 사니까 힘든 거예요.“ 우리 시대의 자기계발서는 이야기 한다.

 

정성원 작가의 그림은 잠시 기대서 쉬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마치, 지금 당신이 너무 힘들다면 베개가 되어 주겠다고 말이다.

자신을 사랑하라, 정성원

'Antic and Lambs' Oil on canvas, 91x116_7cm, 2010

그는 녹색을 구별하지 못하는 ‘적록색맹’이다. 녹색을 쓰지 않고 푸른 계열의 색상을 많이 쓰기 시작했다. “가끔씩은 하루에도 몇 시간이고 캔버스만 보며 주말도 없이 그림을 그리고 있는 제 자신을 보면서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과정들이 하나하나 모여서 저의 예술 세계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 주간인물 인터뷰

자신을 사랑하라, 정성원

'Antic and Lambs' Oil on canvas, 130x162cm, 2011

자신을 사랑하라, 정성원

'Antic and Utopia' Oil on Canvas, 163x130cm, 2012

살아가는 데 불편함이 없다고 해도, 내가 색맹이었다면 화가의 길을 쉽게 선택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 때문에 어쩌면 ‘자신이 가진 것을 바꿀 수 없다면, 받아들이는 지혜를 가지는 것’이 내가 나를 사랑하는 방법일지도 모른다.

 

작가는 자신이 서른다섯까지 이루고 싶은 목표를 서른 전에 이루었을 때, 문득 회의감을 느껴 술로 세월을 보내기도 했다고 한다. 예전에 유세윤이 '라디오스타'에 나와서 했던 말과 비슷하다. 이루려고 했던 것을 모두 이뤘을 때, 새로운 목표를 또 찾아 계속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부담이었을지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때문에 자신이 이루고자 한 소망을 하루하루 완결하며 살 수 밖에 없다. 내가 먼저 시작했으니 끝 역시 내가 맺어야 한다.

 

그는 인생을 연습하듯 살고 있을까? 아님 실전처럼 살까? 문득 궁금해진다. 오늘, 지금부터 저녁 12시까지의 삶을 ‘최선을 다하는 연습’처럼 살아내야겠다.

사진 출처

동서아트갤러리 http://www.ewgallery.co.kr

원아트스쿨 http://wonartschool.com

아트데이 http://www.artday.co.kr

글. 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