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의 아이돌... 이쯤 되면 '송가인 시대'

[컬처]by 오마이뉴스

솔직한 입담에 마음 울리는 노래까지... 공연 매진-시청률 보증수표로 떠올라


"송가인이어라."


이쯤되면 대세 중의 대세다. 최근 방송가 및 행사 무대의 섭위 1순위 연예인은 트로트 가수 송가인이다. 지난 5월 종영한 TV조선 <내일은 미스트롯> 우승 이후 화제의 인물로 떠오른 것과 동시에 확실한 보증수표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주인공으로 출연 중인 TV조선 예능 <뽕따러가세>는 연일 자체 시청률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고, 초대손님으로 등장한 <마이리틀텔레비전 V2> <해피투게더 시즌 4> 등도 상승세를 보이는 등 지상파와 종편 가리지 않고 시청률 견인에 한몫 했다. 뿐만 아니라 그녀가 경연에서 불렀던 '무명배우'를 비롯해서 트로트 고전 '단장의 미아리 고개', '용두산 엘레지' 등은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시대 흐름의 역행... 정통 창법으로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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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일 방영된 < 해피투게더 >에 출연한 송가인 ⓒ KBS

최근 몇 년 사이 트로트 신예 가수들은 주로 이른바 '세미 트로트' 중심의 경쾌하고 가벼운 리듬을 앞세운 곡을 들고 나왔다. 천하의 김연자조차도 EDM이 결합된 '아모르파티'로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할 만큼, 댄스풍 트로트는 분명 행사 무대에서 분위기를 끌어 올리는 최적의 수단이었지만 연배 높은 팬들 쪽에선 정통성을 훼손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게 흘러나왔다.


실제 <미스트롯> 참가자 상당수도 이런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았다. 그런데 송가인 만큼은 예외였다. 어렸을 때부터 국악(판소리)으로 다져진 탁월한 성량을 바탕으로 젊은 나이 답지 않게 한이 맺힌 고전 트로트의 맛을 살린 창법을 안정적으로 구사했다. 자연스레 그녀는 경연 시작과 동시에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


비록 해당 프로그램은 잡음도 뒤따랐지만 이와 별개로 송가인의 등장은 분명 주목할 만한 일이었다. '어르신들의 아이돌'이라는 수식어가 자연스레 따라 붙으며 송가인은 신예 스타 부재에 시달리던 트로트계의 세대 교체를 이끌 주역으로 단숨에 떠올랐다.

솔직 담백한 입담... 어르신들을 TV와 공연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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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일 방영된 < 해피투게더 4 >에 출연한 송가인은 김연자, 설운도등 선배 가수들 못잖은 입담으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사진=송가인 공식 인스타그램) ⓒ 송가인

가수가 아닌 연예인으로서 송가인은 TV 예능에서도 큰 몫을 담당한다. "송가인이어라"라는 특유의 인사말부터 시작해서 전라도 사투리 억양이 베인 솔직 담백한 화법은 방송을 지켜보는 시청자들을 기분 좋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발휘한다.


이런 송가인의 모습은 지난 1일 방영된 <해피투게더>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는 "진도의 명물이 진돗개였는데 지금은 송가인"이라는 유머 있는 말부터 오랜 무명 생활의 어려움, 온갖 악플, 최근 바빠진 생활에 대한 감사 등 다채로운 이야기로 팬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역시 목요일에 방영중인 <뽕따러가세>에선 전통 시장을 단독 콘서트 무대로 바꿔버릴 만큼 압도적인 힘을 발휘한다. 그녀의 이름만 들어도 눈물 흘린다는 어머님 팬부터 무명 시절 도움을 준 주얼리 가게 사장님들은 송가인의 노래에 기운을 내기도 했다.

팬덤 문화의 색다른 변화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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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일 방영된 < 뽕따러가세 >의 한 장면 ⓒ TV조선

흔히 '가수의 팬덤'이라고 하면 10대부터 많아야 30대 정도인 상대적으로 젊은 연령층의 아이돌 팬들을 연상하곤 한다. 이들은 뜨거운 애정을 바탕으로 조직적인 움직임 속에 해당 가수의 활동에 큰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그런데 최근의 송가인 팬들 역시 이에 못지않다.


콘서트는 연일 매진 사례를 이루고 그녀의 기사엔 웬만한 톱스타 이상으로 엄청난 숫자의 응원 댓글이 달힌다. 동생뻘 아이돌 가수 중심의 무대에서도 송가인을 목청껏 외치는 팬들의 함성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이를 지켜보자면 그간 특정 세대들의 전유물처렴 여겨지던 팬덤 문화가 이젠 어르신들에게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변화해 정착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송가인의 성공은 신예 스타의 발견뿐 아니라 그동안 대중문화의 흐름에서 소외받던 기성 및 어르신 세대에게도 자녀 혹은 손주뻘 팬들 못잖은 열정이 있음을 일깨워준 나름의 의미를 지닌다. 오랜 무명 기간을 거친 끝에 늦깎이 스타로 발돋움한 그녀의 모습에서 노년층 팬들은 자신들이 살아온 인생을 회상하며 일종의 대리만족을 느낀다. 하루하루 삶의 무게에 짓눌리며 살아오던 그들에게 송가인의 노래는 이제 희망이자 위안의 존재가 되었다.


김상화 기자(jazzkid@naver.com)

2019.08.06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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