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 불법 영업 철거하자 "밤길 조심하라" 협박까지...

[이슈]by 오마이뉴스

조광한 남양주시장 "지난 겨울부터 디테일하게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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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광한 남양주시장. ⓒ 이정환

"파주시장 보고 있나요? 보광사 계곡, 감악산 계곡 정비 좀 하세요"(네이버, owl_****)

"용인시는 고기리 계곡 좀..."(네이버, kn01****)


지난 5일 포털사이트 많이 본 기사 목록에 오른 한 기사에 누리꾼들은 저마다 자신의 지자체장을 소환했다.


남양주시가 청학천(수락산 계곡), 팔현천(은항아리 계곡), 월문천(묘적사 계곡), 구운천(수동 계곡) 등 남양주 내 4대 하천·계곡 불법 영업시설 및 불법구조물 82개를 철거했다는 소식을 알린 <50년만에 돌아온 계곡.."권리를 되찾은 기분"> 기사에 대한 반응이다. '남양주는 했다는데, 우리 지자체장은 뭐하고 있냐'는 질타성 댓글이 올라온 것이다.


기사에서 조광한 남양주시장은 "시민의 것을 시민에게 돌려주는 것은 자치단체의 당연한 의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당연한 의무' 이행을 위해 어떤 과정을 밟았을까? 철거 과정에서 갈등은 없었을까? 다른 지자체는 왜 움직이지 않을까? 질문이 꼬리를 물었다. 계곡·하천 불법 영업시설 철거, 그 이면을 들여다 보기 위해 조광한 남양주시장을 지난 7일 만났다.

계곡 불법 영업 시설 철거하자... "표 떨어지는 소리가 우수수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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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양주 수동계곡에 있던 불법 구조물(좌)을 철거한 후의 모습(우) ⓒ 남양주시청 제공

조 시장에게 다소 민감할 수 있는 질문부터 던졌다. 계곡 피서 문화가 유행하던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불법 영업시설들이 이어져온 건 결국 공무원과 지역토박이간 유착 때문이 아니냐고 물었다. 순순히 "아무래도 그렇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지역에서는 다 형님·동생 아니겠어요. 저만해도 팔현천에 장사하는 친구가 제 선거 핵심 운동원이었습니다. 인간적으로 힘들고 괴로웠지만, 그 친구는 오히려 절 이해해주더라고요. 누군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죠."


그는 불법 영업시설 철거를 위해 지난 해 7월 1일 취임 직후부터 움직였다고 했다. 실제 일을 집행할 공무원부터 만났으며, 왜 계곡을 시민에게 돌려줘야 하는지 설득했다고 전했다. 남양주시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이후 공무원들은 4개 하천 지역 통합설명회 및 각 지역별 주민 좌담회, 지역별 건축주·토지주·영업주 통합설명회 및 1:1 맞춤 면담을 진행했다. 주민설명회, 주민의견수렴, 간담회, 토론회, 철거협의 등 이해당사자와 직접 만난 것만 총 16차례라고 한다. 지난 해 9월부터 이어진 소통 작업의 일환이다.


하천별 행정대집행 통지를 지난 2월에 진행했고, 자진 철거를 독려했다고 밝혔다. 이후 3월부터 강제 철거에 돌입했다. 지난 달 10일 모든 철거가 완료됐다. 꼬박 1년이 걸렸다.


"디테일하게 준비하고 지속적으로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 문제입니다. 적어도 내가 시장으로 있는 한 불법 영업 못한다, 못 박았죠. 왜 우리가 계곡에 가면 닭도리탕·닭백숙만 먹어야 하나요. 이제 그런 시대는 지났어요. 행정집행자의 의지가 굉장히 필요한 일이기에 각 지자체장분들이 결정할 일이지만... 이런 변화가 들불처럼 번졌으면 하는 희망은 있습니다."


그 1년 동안 '시장한테 밤길 조심하라고 전하라'고 했다는 말이 귀에 들어왔다고 한다. '표 떨어지는 소리가 우수수 들린다'는 말도 조 시장에게 전달됐다고 한다.


그는 "표를 의식해서 의미 있는 일을 못할 바에야 내가 정말 옳다고 생각하는 걸 추진하고 장렬하게 (다음 선거에서) 떨어지는 게 낫다고 봤다"며 "소수의 특권을 위해 다수가 누려야 할 가치가 훼손돼서는 안된다"고 잘라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전문이다.

"왜 계곡에서 닭백숙만 먹어야 하나... 악순환 고리 끊어야"

어떻게 추진하게 됐나.


"계곡·하천이 불법 점령당했다는 뉴스가 해마다 반복된다. 어리석은 거다. 사회적 문제를 제기하는 그룹은 늘 같은 문제를 제기하고 연례행사처럼 문제제기 돼도 개선은 없다. 계곡과 하천은 공유수면이다. 모든 사람이 공동으로 누릴 권리를 갖고 있다. 생업에 종사하는 분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누군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그래야 (다른 지역으로) 번지지 않겠나. 졸속으로 한 게 아니다. 취임하자마자 하천을 시민들에게 돌려주겠다고 강조했다."


2018년 7월 1일 취임하자 마자 준비한 일이 2019년 7월에야 마무리 됐다. 어떤 과정을 거쳤나.


"시장이 암만 떠들어봤자 밑에서 공감하지 않으면 형식적으로 일하고 만다. 처음부터 업무를 담당하는 시청 직원들과 워크숍도 하고, 사례 견학도 시키고, 왜 필요한지 절감하게끔 했다. 그 훈련을 몇 개월 했다. 이후 구체적인 계획을 잡는 작업을 작년 말까지 했다. 계곡 상인들에게도 작년부터 '내년 여름에는 장사 못합니다' 여러차례 계도했다. 환경복지 국장, 생태하천 과장이 주민과 미팅도 수차례 진행했고 자진 철거 계도도 했다. 자진철거 안 하면 강제 철거하겠다 얘기했고, 올 3월부터 강제철거에 들어갔다. 당장 여름장사 시작하려는데 단속하면 반발만 산다. 지난 겨울부터 차근차근 준비해서 가능한 일이었다.


디테일하게 준비하고 지속적으로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 문제다. 지독하게 하지 않으면 변화가 없다. 끝났다고 끝난 게 아니다. 후속 관리감독을 강화하지 않으면 또 돌아온다. 적어도 내가 시장으로 있는 한은 못한다, 못 박았다. 왜 우리가 계곡에 가면 닭도리탕·닭백숙만 먹어야 하나. 그동안은 닭백숙만 강요당하고 있었다."


철거 이후도 중요할 거 같다.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


"사람들 접근이 쉬운 곳은 공원으로 만들고, 접근이 어려운 곳은 자연상태를 유지하게끔 할 것이다. 하천 청결 운동과 정비사업을 같이 하고 있다. 주민들이 쉽게 접근하는 곳은 산책로를 많이 만들 것이다. 대규모로 뭘 한다기 보다는 길을 잘 닦아서 사람들이 하천을 따라 걸을 수 있게 만들 것이다. 이제 주민들이 (닭백숙 대신) 김밥도 먹고 샌드위치도 먹을 수 있을 거다."


철거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 상인들 반발이 심했을 거 같다.


"'시장한테 밤길 조심하라고 전하라'는 등 욕도 많이 먹었다. 실무자들이 고생 많았다. 이것도 일종의 기득권을 없애는 거니까 많이 설득하고 설명도 하고 사정도 했다.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돌려줘야 한다고 얘기했다. 대화와 설득을 먼저 했고 그 후에는 '어영부영 못 넘어가겠구나' 느낌이 들도록 밀어붙인 면도 있다. 행정을 매끄럽게 하려면 강온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표 떨어지는 소리가 우수수 들린다'고들 말한다. 내가 분명히 옳다고 생각하고 믿는 걸 표를 의식해서 못하면 그건 그냥 직업으로서 시장하는 거지 공적 가치 실현을 위해서 시장을 하는 건 아니지 않나. 의미 있는 일인데 표를 의식해서 못할 바에야, 내가 정말 옳다고 생각하는 걸 추진하고 장렬하게 다음 선거에 떨어지는 게 낫다고 봤다. 그랬더니 저 사람은 4년만 하고 그만둔대, 이렇게 소문이 나더라. 정말 좋은 행정, 시민을 위한 행정을 더 하고 싶지 그만하고 싶지 않다, 당연히. 그래도 보통 사람들이 염원하고 희망하는 걸 외면해서는 안된다. 그게 사회적 가치고 공정성이다. 소수의 특권을 위해 다수가 누려야 할 가치가 지나치게 훼손돼서는 안된다."

"이런 변화 들불처럼 번졌으면... 행정집행자의 의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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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광한 남양주시장. ⓒ 이정환

과정이 어려웠지만, 시장의 결단이 있으면 될 일이기도 했던 셈이다. 전국적으로 확산돼야 한다는 여론이 있던데 동의하나.


"다들 선진국 사례를 배우자고 하지 않나. 선진국 가보라, 수많은 계곡과 하천에 이런 탈법 영업이 있던가. 진짜 선진국으로 가려면 사회에 각 주체들이 노력해야 한다. 들불처럼 번져서 전국이 다 변해야 한다. 계곡에서 닭백숙 먹고 평상에서 낮술 먹고 노래 부르는 시대는 지나지 않았나. 행정집행자의 의지가 굉장히 필요한 일이기에 각 지자체장분들이 결정할 일이지만, 이런 변화가 들불처럼 번졌으면 하는 희망은 있다."


공무원과 지역토박이간에 얽힌 고리 때문에 불법 계곡 영업을 눈감아 왔다는 지적도 있더라.


"아무래도 그렇다. 지역이 작으니 형님 동생 아니겠나. 사촌형님이 하는 일에 가혹하게 손 못 대는 게 인지상정이다. 나라고 왜 가까운 사람이 없겠냐. 팔현천에서 장사하는 친구인데 내 선거 때 핵심 운동원이었다. 외로울 때 곁을 지켜준 후배다. 그 영업장도 냉혹하게 집행해야 한다는 게 인간적으로 힘들고 괴로웠다. 그 후배한테 '나를 욕해도 좋고 나를 떠나도 좋고 내 반대 편에 서도 좋다. 어떤 반응을 보여도 이해하지만, 나는 이렇게 할 수밖에 없다'고 했더니 오히려 날 이해해주더라. 고마운 일이다."


'시민의 것을 시민에게 돌려준다'는 측면에서, 구상 중인 다른 사업도 있나.


"난개발을 막으려고 한다. 용인, 양평, 산이 다 깎이고 있다. 경사도 18도 이상은 개발을 못하게 건립을 막았다. 어마어마하게 반발이 심했다. 계곡 건과는 비교도 안 되게, 10배 정도 반발이 있었다. 그래도 공익적 목적이 아니면 개발을 막아야 한다는 게 신념이다. 산림이 너무 많이 망가지고 있다. 경사도 덜 심한 곳도 개발할 수 있는데 이 쪽은 땅값이 비싸니 발전이 안 된다. (상대적으로 땅값이 싼) 산은 산대로 깎이고 악순환이다. 그래서 이 조례(난개발 방지를 위한 개발행위 기준-'평균경사도 22도→18도, 지반고 기준 50M → 30M'-강화 내용을 담은 남양주시 도시계획조례, 6월 15일부터 시행 중) 통과 안되면 주민투표 붙이겠다고 했다.


잠실역 사거리에서 남양주 시청까지 13km다. 지리적으로 강남과 가까운데 수려한 자연경관을 갖고 있다. 당일로 놀러와서 즐기기에 최고의 도시다. 이 자연을 보존해야 한다. 특히 산을 망가트려서는 안된다. 하천과 계곡을 청결하고 아름답게 해줘야 한다. 단순한 논리다. 남양주의 강점을 살려주는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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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광한 남양주시장. ⓒ 이정환

이주연 기자(lifeordeath@hanmail.net),이정환 기자(bangzza@ohmynews.com)

2019.08.09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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