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어 낚시를 배워 빠른 물살에 들어가고 싶다

[여행]by 오마이뉴스

송어의 도시, 타우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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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설이 뒤덮인 높은 산맥을 배경으로 끝이 보이지 않는 타우포 호수(Lake Taupo) ⓒ 이강진

영국 냄새가 물씬 풍기는 작은 도시, 왕거누이(Whanganui)를 떠나 다음 목적지 타우포(Taupo)로 떠난다. 큰 호수를 중심으로 조성된 인구 30,000명이 넘지 않는 도시다. 캠핑카에서 지내기 때문에 떠나면서 짐을 챙길 것도 없다. 캠핑장에 있는 사과나무에서 큼지막한 사과 서너 개를 따서 차에 싣고 가벼운 마음으로 길을 떠난다. 새로운 곳을 찾을 때의 설렘도 찾아온다.


잘 포장된 2차선 국도를 따라 산등성이를 돌며 운전한다. 얼마나 달렸을까, 오른쪽으로 기차선로가 보인다. 도로 주변은 수많은 갈대가 가로수처럼 늘어서 있다. 조금 더 운전하니 계곡을 잇는 대형 철교가 나타난다. 철교 옆에는 여행객이 쉬어 갈 수 있는 넓은 주차장도 있다. 잠시 차에서 내려 간식을 먹으며 계곡과 철교를 사진으로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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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중에 만난 깊은 계곡을 가로지르는 철교. 규모가 크다 ⓒ 이강진

캠핑장에 도착했다. 사무실에 들어서니 젊은 여자 직원이 우리를 맞이한다. 사무실에는 빌려주는 낚싯대도 서너 개 있다. 이곳은 송어(Trout)로 유명한 도시라고 직원이 귀띔해준다. 송어를 연구하는 기관도 있다고 한다. 송어 요리 잘하는 식당이 없느냐고 물으니 송어 요리 메뉴를 본 적이 없다고 한다. 이유는 직원도 모르겠다고 한다.


작은 언덕 위에 자리 잡은 캠핑장 바로 앞은 호수다. 호수 뒤로는 만년설이 보이는 높은 산들이 줄지어 있다. 주위 풍경을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 향이 좋다. 호숫가를 걸으며 손을 적셔보기도 한다. 맑은 물의 차갑고 신선한 기분이 온몸에 다가온다. 바쁘게 움직이며 무엇인가를 해야 하는 것을 미덕으로 생각하는 현대인이다. 그러나 게으름을 마음껏 피우며 생각 없이 시간을 보내는 삶을 즐긴다.


평소와 다름없이 느지막하게 일어나 캠핑장 식당에서 수많은 여행객과 굿모닝 인사를 나누며 아침을 해결한다. 오늘은 동네 산책로를 걷기로 했다. 안내 책자를 보고 찾아간 곳에는 허름한 출렁다리가 있다. 다리 아래로는 만년설이 녹은 탁한 색깔이지만 공해에 물들지 않은 물살이 빠르게 흐르고 있다.


출렁다리를 건너 산책로를 걷는다. 중간에 만난 부부는 숲을 열심히 살피며 사진을 찍고 있다. 뉴질랜드에 사는 여행객이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이곳저곳 여행하며 새를 촬영하는 것이 취미라고 한다. 물가를 걸으며 급하게 흐르는 계곡의 물소리와 새소리를 듣는다. 산등성이에 올라서서 끝 없는 물줄기를 바라보기도 한다. 산책로 주변에 흐드러진 이름 모를 야생화를 보는 재미도 갖는다.


산책로 끝자락에 도착하니 송어 모형을 높게 매단 건물이 있다. 송어 낚시꾼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건물이다. 건물 근처에는 가슴까지 올라오는 방수복을 입고 낚싯대를 들고 다니는 낚시꾼이 자주 보인다. 흐르는 물에 들어가서 하는 특이한 송어 낚시는 특별한 재미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러나 해본 적이 없다. 이 동네에 오래 머문다면 배워서라도 송어 낚시를 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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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길이 시작되는 곳에 있는 오래된 출렁다리, 다리 아래로 빠른 물살이 흐르고 있다.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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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어 낚시에 대한 모든 정보를 제공하는 건물 앞에 걸려 있는 조형물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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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어 낚시를 즐기는 낚시꾼. 타우포는 송어 낚시로 유명하다. ⓒ 이강진

산책을 끝낸 후 자동차를 타고 주위를 둘러본다. 시내에서 조금 떨어져 있어서일까, 넓은 대지에 큰 집들이 드문드문 있다. 자동차도 많이 다니지 않는 한적하고 평화스러운 분위기가 넘치는 동네다. 뉴질랜드 도시 외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경이다.


다음 날 아침에는 타우포 시내 중심가를 찾았다. 호수를 끼고 뱀처럼 구부러진 도로를 운전한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특출하게 아름답다. 캠핑장 직원의 말에 의하면 오늘은 시내에서 철인 종목 경기가 열린다고 한다.


시내에 가까워지니 교통을 통제한다. 통제원의 수신호를 받으며 골목길로 들어가 주차했다. 주변은 축제 분위기다. 구경 나온 사람이 많다. 공원에는 유모차에 아기를 태우고 나온 가족, 할머니를 휠체어에 태우고 나온 부부 그리고 희귀한 옷차림으로 시선을 끄는 젊은이들로 붐빈다. 카페에는 아침 겸 점심(punch)을 해결하는 손님으로 빈 의자가 없다.


선수가 지나가는 도로는 횡단보도를 막고, 임시로 육교를 만들어 놓았다. 작은 도시에서 하는 경기치고는 규모가 큰 경기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이른 시각이라 아직은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 도로변에 있는 가게를 기웃거려 본다. 임시로 만든 육교를 건너 거대한 호수를 카메라에 담기도 한다.


드디어 사람들의 박수 소리와 함성이 들리기 시작한다. 자전거를 탄 선수가 지나친다. 도로변에서 응원하는 사람들은 모든 선수에게 열렬하게 응원하고 있다. 물론 자신이 응원하는 선수가 지나칠 때는 더 큰 소리로 응원하겠지만 나로서는 구분이 되지 않는다. 모든 선수에게 박수와 환호성으로 격려하는 모습이 보기에 좋다.


우리는 약육강식이라는 미명아래 이긴 사람만 칭송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이러한 사회에서 등수와 관계없이 축제 분위기에 젖어 모든 선수를 응원하며 즐기는 모습, 보기에 좋다. 나도 축제 분위기에 젖어 알지 못하는 선수에게 큰 박수를 보내며 응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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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철인 경기가 열리는 도로변 ⓒ 이강진

이강진 기자(kanglee699@gmail.com)

2019.08.28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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