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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20년 전 김민희·김소연 보며 100명이 채팅, 이 상황 뭐지?

by오마이뉴스

'SBS 인기가요', 유튜브 스트리밍 중계로 '뜬금' 인기... 노동요+놀이문화로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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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튜브를 통해 스트리밍 중계되고 있는 예전 1999~2000년 < SBS 인기가요 > 방영분. 당시 초등학생이던 쌍둥이 듀엣 량현량하가 코너VJ로 등장했다. ⓒ SBS

요즘 < SBS 인기가요 >가 생뚱맞게 인터넷 상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 6일부터 유튜브를 통해 과거 방송 내용이 실시간 스트리밍 중계 방식으로 공개되면서 입소문을 타고 있는 것이다.


1999년 하반기에 이어 2000년 방영분 매회차를 별다른 편집 없이 전부 소개하고 있는 중인데, 낮 시간대 접속자는 1만 명을 넘고 새벽 시간대에도 수천 명의 접속자가 몰릴 만큼 예상 밖 반응을 끌어내고 있다. 29일 오후 4시께 < SBS 인기가요 > 라이브 스트리밍에 접속했을 당시엔 100여 명이 넘는 이들이 채팅에 참여하고 있었다.

편집본이 아닌 풀버전 방영... 예상 밖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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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튜브를 통해 스트리밍 중계되고 있는 예전 1999~2000년 < SBS 인기가요 > 방영분 ⓒ SBS

​최근 들어 지상파 3사는 유튜브 콘텐츠 강화 차원에서 과거 1990년대~2000년대 자사 방영 각종 프로그램을 속속 공개하고 있다. KBS <가요톱10>, MBC <인기가요 베스트 50>과 <음악캠프> 등을 단일곡 혹은 가수 중심으로 편집해 소개하는 게 일반적이다.


​대부분 몇 천~몇 만 단위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 폭발적이진 않다. 하지만 이런 영상물은 그 시절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에겐 제법 사랑받고 있는데, SBS는 타사와 다른 방법을 선택했다. 지금도 일요일 오후 시간대를 책임지고 있는 <SBS 인기가요> 과거 방영분을 통째로 유튜브에서 공개하고 있는 것이다.


​단순히 업로드만 해놓는 일반적인 방식이 아니라 회당 1시간가량의 20년 전 방송을 실시간 스트리밍+반복 재생 형식으로 소개중이다. 별반 새로울 것도 없고 편집 및 가공조차 거의 안 된 영상물임에도 불구하고 이 실시간 중계는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 상에서 입소문을 타고 인기몰이 중이다.

3040세대들의 노동요+새로운 놀이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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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2000년 < SBS 인기가요 >가 스트리밍 방영중인 유튜브 화면. 그 시절을 기억하는 이용자들끼리 쉴새없이 대화를 나누는 등 인기를 얻고 있다. ⓒ SBS

예전 < SBS 인기가요 >에 뜨거운 환호를 보내는 사람들 중에는 1999~2000년 무렵 청춘을 보낸 3040세대가 많다.


초중고교 시절 혹은 이제 막 성인이 되어 각종 가요를 즐겼던 이들에게 지오디, 쿨, 클론 등의 흥겨운 노래는 추억 이상의 느낌으로 다가온다. 지금도 현역 배우로 왕성히 활약중인 김소연, 안재모, 김민희 등 당시 MC들의 모습이나 순위를 소개하는 고 장정진 성우의 정감 어린 목소리는 20년 전 기억을 다시금 떠올리게 만든다.


​누군가는 사무실에서 일하면서 화면 속 음악을 듣는 등 소위 '노동요'로써 이용하는가 하면, 어떤 이는 적극적으로 채팅에 참여하면서 다른 사용자들과의 수다를 통해 스트레스를 풀기도 한다.


< SBS 인기가요 >는 유튜브 밖 다른 공간에서도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낸다. 요즘 시선으론 촌스러울 수밖에 없는 출연진들의 화장 및 의상부터 가수나 노래에 얽힌 추억들을 곳곳에서 쏟아내곤 한다.

발상의 전환이 만든 뜻밖의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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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튜브를 통해 스트리밍 중계되고 있는 예전 1999~2000년 < SBS 인기가요 > 방영분. 과거 MC를 맡았던 김소연, 김진, 김민희, 안재모 (맨위부터 시계방향) ⓒ SBS

실시간 스트리밍이 뉴스, 스포츠 혹은 특정 행사 생중계에만 활용되었던 것을 감안하면, 예전 방영분을 24시간 동안 반복 재생하는 < SBS 인기가요 >는 방송사 유튜브 운영에 대한 고정 관념을 깬 케이스라고 볼 수 있다.


특히 기존 프로그램을 유통하는 데는 몇 분 단위 짧은 분량으로 재가공하고 이를 감상하는 게 운영자 및 이용자들이 갖고 있는 일반적인 방식이자 익숙한 이용법 아니었던가? 다소 무성의(?)할 수도 있는 예전 < SBS 인기가요 > 유튜브 재방영 인기는 발상의 전환이 만들어낸 예상 밖 결과물이다.


채팅 기능을 활용해서 이용자들은 그 시절을 회상하는가 하면 "샤크라가 노라조 카레의 원조!", "김두한(안재모)이 MC 보는 가요프로" 식 재기발랄한 댓글을 달면서 하나의 놀이 문화로 활용하기도 한다. 20년 전 인기곡이 사람들의 향수를 자극하면서 < SBS 인기가요 > 방영 화면은 어느새 그들을 위한 거대한 대화방이 되었다.


김상화 기자(jazzkid@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