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 가기

[ 컬처 ]

래퍼 빈첸은 유재석에게 왜 이런 질문을 던졌을까

by오마이뉴스

빈첸의 '유재석'


6일, 정규 15집 앨범을 내고 돌아온 임창정의 인터뷰가 며칠 전에 있었다. 그에게 "항상 웃는 모습을 보여주시는데, 그것이 노력의 일환인지" 취재진이 물었다. 이 질문에 그는 고민의 여지없이 이렇게 대답했다.

"네! 연예인들은 다 그렇다. 집에서 싸우고 나와도, 무슨 안 좋은 일이 있더라도 사람들 앞에선 웃어야 한다. 그게 직업이니까. 그런데 한 가지 더 말하자면, 저는 혼자 있을 때도 웃으려 한다."

유재석도 웃으려고 노력할까?

오마이뉴스

방송인 유재석 ⓒ 이정민

엠넷 <고등래퍼2>에서 얼굴을 알린 래퍼 빈첸(VINXEN). 그의 노래 중 독특한 제목의 곡이 있었다. 바로 지난해 9월 발표한 '유재석'이란 곡이다. 처음엔 유재석의 유쾌함을 가사로 담아내지 않았을까 짐작했지만, 막상 들어보니 그렇지 않았다. 빈첸의 노래 '유재석' 가사는 며칠 전 임창정의 인터뷰와 오버랩 됐다.

"그대가 받은 박수/ 그대가 받은 찬사/ 그대 어깨 위에는 벽돌 혹은 금괴/ 둘 중 하나가/ 그대를 짓누르고 있겠죠/ 그대도 가끔 시선이라는 게/ 조금 무겁겠죠/ 난 티끌의 명성을 얻고서도 겁먹어/ 빈첸 사회악이라/ 근절 되어야 한대요/ 손가락질 받죠 나도 희망차고 싶죠/ 웃음을 건네주고 싶죠 그래요"

유재석의 인지도에 비하면 '티끌의 명성'라이고 자신의 상태를 표현한 빈첸은 "사회악이라 근절 돼야 한다"는 심한 댓글 등에 상처받은 듯, 이런 의문을 품는다. 그대도 사람들의 시선이 무겁고, 무섭지 않은지. 여기서 그대는 물론 유재석일 것이다.

"그대도 카메라 뒤 울어본 적 있나요/ 그대도 남을 위해/ 감정을 숨긴 적 있나요/ (중략)/ 우리 눈에 완벽하게만/ 보이는 그대도/ 결함과 고민이 존재하고/ 불완전한가요"

이어지는 이 부분의 가사에서 무척 공감한 이유는, 나 역시 그런 생각을 해본 적 있기 때문이다. TV 속에 나오는 연예인들은 마치 모든 걸 다 가진 것처럼 보여서, 무척 행복해 보여서 '저들에게도 결함과 고민이란 게 존재할까' 하는 물음을 품었던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다가도 악성댓글에 다치는 모습을 보면 저 직업 역시 밝은 면만 있는 건 아니겠지 짐작하는 것이다.

대중의 독설에 상처 받는 연예인들

오마이뉴스

빈첸 빈첸 ⓒ Mnet

"아까 봤던 글을 잊으려고 눈을 감고/ 좋아하는 노랠/ 귀가 터지도록 크게 틀어/ 그대도 모난 말에 상처받아봤나요/ 그대도 그 말이/ 무엇보다 커 보였나요/ (중략)/ 경청에 대해 표본 같은 그대도/ 가끔은 모든 얘기 털어놓고/ 기댈 곳이 있나요/ 영향력에 대한 책임감이/ 그대 힘들진 않나요"

'아까 봤던 글'은 아마도 악플일 것이다. 좋은 댓글이 훨씬 더 많아도, 악성 댓글 하나가 '무엇보다 커 보였'을 것이고, 그런 마음을 빈첸은 솔직하게 가사로 풀어놓았다. 그리고 유재석에게 또 묻는다. '경청의 표본 같은 그대도' 누군가에게 자신의 상처나 어려움을 말하고, 털어놓는 자리에 머물러 지낼 때도 있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연예인들이 공통적으로 고민할 법한 영향력에 따르는 책임감에 관한 질문도 덧붙인다.


2000년생인 빈첸은 아직 오래 활동한 가수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대중의 칼날 같은 독설에 시달리고 있는 모습이다. 그럴 때 인생의 선배, 혹은 연예 계통 일을 하는 선배에게 '당신도 그러신가요' 하고 고민상담을 하고 싶을 것이고, 조언을 듣고 싶을 것이며, 무엇보다 '나도 그래'라는 공감을 받고 싶을 것이다. 노래를 통해 설정한 그 대상이 바로 '연예인 중의 연예인'인 유재석이었다.


그런 빈첸의 치열한 갈등과 상처, 혼돈스러운 마음이 가사에 잔뜩 묻어 있어 안쓰럽다. 빈첸은 <고등래퍼2> 출연 때 '바코드' 등의 곡을 통해 가사 잘 쓰는 래퍼로서 인정받았고, '유재석'이란 곡에서도 그런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냈다. '보여지는' 유재석이 아닌 그 뒷면의 유재석을 바라보고, 뒷면의 유재석에게 질문들을 던진다.


<고등래퍼2> 이후 앨범을 꾸준히 내며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빈첸. 이 곡을 듣고 연예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공감을 느낄 수 있었던 건, 타인의 모진 말에 상처 받고 이런저런 시선에 짓눌리는 것은 정도의 차이일 뿐 비연예인도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도 상처 주지 않고, 누구로부터도 상처 받지 않는 내가 되고 싶다.

"어릴 적 거실에 누워서/ 생각 없이 티비 볼 땐 몰랐어/ 마냥 좋아 보였어 행복해만 보였어/ 돌 던지는 사람도 난 못 봤어/ 조약돌 몇 번 맞고 나서/ 나만 아는 멍들이 늘어나서/ 나만 이리 아파했나 해서/ TV 속 그분들이 존경스러워졌어"

오마이뉴스

고등래퍼2 Mnet 출연 당시의 빈첸(오른쪽). ⓒ Mnet

손화신 기자(son716@ohmy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