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여행자를 매혹하는 '성주의 길'

[여행]by 오마이뉴스

정견모주길, 별고을길, 감응사 산책길에서 만난 풍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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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숨소리를 느낄 수 있는 성주 별고을길. ⓒ 경북매일 자료사진

오래 전 한 시인은 "길은 길 위에서 끝이 없다"고 썼다. 문인다운 표현이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 모두가 시인이 될 수는 없는 법. 다소 어렵고 추상적인 이 문장을 유쾌하고 즐겁게 이해하기 위해 붉은 단풍 물든 아름다운 '길'을 직접 걸어보면 어떨까?


달콤한 참외의 생산지로 유명한 경상북도 성주군엔 가을을 만끽하며 유유자적 산책할 수 있는 '매력적인 길'이 적지 않다. 역사의 향기가 깃든 길에서부터 향긋한 꽃차가 유혹하는 길, 여기에 등산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길까지.


가족, 또는 연인과 함께라면 물론 좋고, 혼자 떠나도 외롭지 않을 '성주의 길'을 둘러봤다.

정견모주길에선 향긋한 꽃차 한 잔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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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큼 다가선 가을을 만끽할 수 있는 정견모주길. ⓒ 경북매일 자료사진

가야산신 '정견모주(正見母主·가야의 건국 신화에 등장하는 여신)길'은 국립공원 가야산 속에 '조용히 숨어있는 진주'라고 표현해도 무방하다. 어릴 적 읽었던 신화에서 만난 신비로움을 간직한 길과 닮았다.


향기로운 숲이 한참 계속되는 숲길에서 느끼는 청량함이 좋고, 졸졸 흐르는 계곡의 물소리 역시 일상에 지친 도시인들을 달래준다. 생명의 기운이 넘실대는 길을 따라 숲속 곳곳에 위치한 정자와 포토존에서 사진을 남기는 가족과 연인들이 적지 않았다.


바로 옆에 자리한 야생화식물원에는 짚라인 등 아이들이 환호성을 내지를 놀이시설이 설치돼 있어 환한 웃음꽃이 핀다. 아기자기한 만물상과 조그만 꽃길은 식물원이 자랑하는 또 하나의 볼거리.


여기서 뛰노는 아이들을 보며 야생화로 만든 꽃차 한잔을 즐겨도 좋을 듯하다. 풍겨오는 차의 향기는 고단한 일상을 살아온 이들에게 주어지는 또 다른 선물이다.

성밖숲과 별고을길에선 눈과 귀가 모두 행복

성밖숲(http://www.sjsbs.kr)은 가족 모두가 함께 성주를 찾은 이들에게 조용하고 나직한 목소리로 역사 속 이야기를 들려주는 공간이다. 여기선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 '별고을길 탐방단'이 성주 여행을 떠난다.


이들은 성주에 관한 역사 지식을 갖춘 문화관광해설사와 함께 성주군의 주요 사적지를 돌아보며 '숨겨진 보물'이 가득한 별고을길을 여행하게 된다. 성밖숲에서 출발해 읍내에 있는 쌍충사적비, 성산관, 심산기념관, 봉산재, 독산 등을 지나며 역사 이야기를 듣는 시간은 부모와 아이들 모두에게 의미가 적지 않을 것 같다.


오순도순 모여 앉아 점심을 먹은 후에는 참가자들을 기다리는 '성밖숲 생태 체험 프로그램'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게 된다. 여기선 맨발 걷기와 그림 그리기 등의 활동이 진행된다.


이후 이어지는 '숲속 힐링 음악회'는 여행자들을 치유의 시간으로 이끈다. 음악회에선 클래식, 통기타, 퓨전 국악 등 다양한 레퍼토리가 연주된다. 이른바 '눈과 귀가 모두 행복한 문화행사'다. 오는 10월 12일과 19일에 열릴 예정.

역사의 향기를 따라 세종대왕자태실과 감응사로

성주군 생명문화공원 주차장에서 세종대왕자태실문화관으로 들어서면 실감나는 조선시대 역사 스토리가 전개된다.


이곳에선 배아 모양으로 만든 조선 왕조의 태실 모형과 만날 수 있다. 선석사에 올라 태봉을 바라본 후 태실로 향하면 '모든 생명은 우주처럼 소중한 것'이란 세상사 진리와 새삼 마주치게 된다. 세종대왕자태실에선 세종대왕의 열여덟 왕자와 더불어 세종의 원손인 단종의 태실도 확인할 수 있다.


한개마을은 한국을 대표하는 7개 민속마을 중 하나다. 물론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여기에 숨겨진 보석은 바로 '감응사 산책길'. 전통 한옥과 토담은 푸른 하늘이 높아지고 산의 나무가 붉은 옷으로 갈아입는 가을에 특히 아름다움을 빛낸다. 그렇기에 적지 않은 사진작가들이 이 계절을 기다려 감응사를 찾는다.


마을 북쪽 전망대에서 절로 향하는 산길은 여행자들의 감탄사를 부른다. 아직은 덜 알려져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는 것도 이 길의 장점이다. 걸어본 이들은 "조용함 속에서 치유의 시간을 가지고 싶다면 가을의 감응사 산책길이 최고"라며 엄지를 세운다.


수많은 학자와 독립운동가를 배출한 영취산 아래 한개마을은 꼭 둘러봐야 할 곳이다. 지친 다리를 쉬며 마시는 감응사 옥류정의 시원한 약수 한 바가지는 성주 여행이 주는 반가운 선물 중 하나다.

회연서원과 청천서원, 조선시대 학자들이 걸었던 길

성주는 조선 선조 때의 대학자 2명을 배출한 고장으로도 알려져 있다. '양강(兩岡) 선생'으로도 불리는 두 사람은 동강(東岡) 김우옹과 한강(寒岡) 정구. 동강의 경우엔 대가면 칠봉리 청천서원에 배향(配享·학식과 인품이 높은 사람을 기려 서원에 모시는 것)됐고, 한강 정구는 수륜면 수륜리 회연서원이 배향하고 있다.


회연서원 뒤쪽 산책로를 따라 천천히 올라가면 대가천 맑은 물과 함께 기암괴석과 수백 년을 살아온 나무들이 기가 막힌 경치를 그려낸다. '무흘구곡 제1곡'으로 불리는 봉비암이 대표적이다.


봉비암에선 반대편 '무흘구곡 제2곡'인 한강대가 내려다 보인다. 서원에서 한강대로 뻗어난 하천의 양 옆에는 '선비의 꽃'으로 불리는 매화가 심어져 경관의 아름다움을 더한다. 체력이 약한 사람이라도 수성리 중매댁을 들러 돌아오는 코스는 걷기에 힘들지 않다. 대가천의 물소리와 소슬한 바람 소리가 가을이 바로 곁에 왔음을 실감하게 해준다.


관광객들은 "풍경과 역사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걷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선현들의 숨소리를 느낄 수 있는 길"이라고 입을 모았다. 여기선 10월 5일부터 '황금들녘 가야산 메뚜기축제'가 펼쳐질 예정이다.

독용산성에서 일출을 보고, 가야산 선비산수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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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호의 아름다움과 함께 할 수 있는 선비산수길. ⓒ 경북매일 자료사진

성주 독용산은 소백산맥의 주봉인 수도산 줄기에 위치했다. 해발 955m의 정상부에는 독용산성이 들어서 있다. 가야시대의 토성으로 둘레가 7.7㎞. 영남지역 산성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아름다운 산세와 완만한 등산길을 갖춘 독용산은 누구나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관광지다. 자동차나 자전거로 산 중턱까지 갈 수 있어 전문 등산가가 아니더라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아이들을 동반한 여행자들이 좋아할 듯하다.


독용산성 자연휴양림은 해가 뜨기 전 걸어봐야 그 진가를 확인할 수 있다. "웅장하게 복원된 아치형 동문에서 바라보는 일출이 낭만과 희망을 동시에 느끼게 해준다"는 것이 다녀온 사람들이 전하는 평가. 아쉽게도 숙박 시설은 보수 공사로 인해 12월이 돼야 다시 열린다.


걷기에 어렵지 않고, 넉넉하고 미려한 풍경을 눈에 담으려는 사람들에겐 '가야산 선비산수길'(1코스 성주호둘레길 23.9㎞·2코스 가야산에움길 11.3㎞)을 권한다.


1코스는 데크 로드를 통해 호수 위를 지나는 길. 아라월드에서 전망대로 올라가 성주호를 조망할 수 있기에 장쾌한 호연지기를 온몸으로 발산하고 싶은 이들에게 어울린다. 죽전폭포를 거쳐 가야산으로 이어지는 제2코스는 폭포의 맑고 시원한 물소리가 일품이다.

만물상의 아름다움과 만날 수 있는 가야산 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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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 가지 형상으로 관광객을 매혹하는 가야산 만물상. ⓒ 경북매일 자료사진

가야산은 '조선 8경'의 하나이자 '한국 12대 명산' 중 한 곳이기도 하다. 계절에 따라 변화무쌍한 색채를 보여주며, 신묘한 형태의 기암과 절벽이 하늘을 향해 솟아있어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재론의 여지없는 '천혜의 자연환경'이기에 가야산 정상인 칠불봉(해발 1천433m)은 성주군의 자랑이다.


가야산 만물상은 정견모주의 전설이 깃든 곳이다. 그곳 바위들이 1만 가지 형상을 이루고 있기에 '만물상'이라 불린다. 2010년까지 대략 40년간 사람들의 출입이 금지된 지역이라 원시의 아름다움과 신비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천년고찰 심원사의 고요하고도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깨끗한 공기를 마시며 길을 걷다보면 자연과 인간이 하나로 동화되는 걸 느낄 수 있다. 바로 여기에서 10월 26일 '가야산 산행대회'가 개최된다.


홍성식 기자(poet6969@naver.com)

2019.10.01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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