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 밟는 소리... 이게 가을 등산의 매력이죠

[여행]by 오마이뉴스

경남 함양군 거망산 산행을 다녀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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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으로 화려한 색깔을 입은 '함양 거망산' 숲길을 걸으며 ⓒ 김연옥

산은 내겐 늘 감동의 느낌표 같은 것. 더욱이 이맘때가 되면 가을을 예쁘게 색칠하는 산으로 떠나고 싶어진다. 울긋불긋 가을 숲길 속으로 그저 빠져들고 싶은 요즘, 새송죽산악회 회원들과 함께 함양 거망산(1184m) 산행을 떠나게 되었다.


지난 17일, 오전 8시 30분 창원 마산우체국에서 출발해 산행 들머리인 용추사 일주문(경남유형문화재 제54호, 경남 함양군 안의면)에 도착한 시간은 10시 30분께. 한국전쟁 때 모두 불타 버리고 옛 장수사 터에 유일하게 남았다는 일주문이다. 왼쪽으로 나 있는 길을 350m 정도 걷자 심진동 용추폭포(명승 제85호)의 우렁찬 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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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 심진동 용추폭포(명승 제85호) ⓒ 김연옥

이 폭포는 심진동(尋眞洞)으로 불렸던 용추계곡에 위치하고 있다. 안의삼동(安義三洞)의 하나인 심진동은 화림동, 원학동과 함께 옛날 안의현의 빼어난 절경으로 꼽혀 왔다. 마치 물줄기가 환호성을 지르는 듯 신나게 쏟아져 내렸다. 정말이지, 하얗게 부서져 내리는 폭포수에 세상 시름이 다 씻겨 나가는 것 같아 가슴속까지 시원했다.


우리는 사평마을로 해서 태장골로 접어들었다. 거칠지 않은 매끄러운 바위를 타고 계곡물이 비단결 같이 흘러 내려가는 이쁜 풍경에 이따금 발걸음을 멈추었다. 단풍은 꽤나 감질나게 하더니 점점 높이 올라갈수록 곱게 물들어 있어 마음이 설렜다.

가을이 물들어 가는 숲길, 가슴속에도 가을이 내려앉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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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유혹, 울긋불긋 거망산에서 ⓒ 김연옥

알록달록 단풍이 물든 가을은 우리들에게 주는 자연의 선물이다. 빨간색, 노란색 물감을 풀어 놓은 듯한 산길을 걸으니 메마른 내 마음밭에도 예쁜 색깔을 덧칠하고 싶어졌다. 내 코끝을 가을 냄새가 흔들어 대고, 단풍이 물든 산에는 가을이 무르익어 갔다.

나 하나 물들어

산이 달라지겠느냐고도

말하지 말아라.

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

결국 온 산이 활활

타오르는 것 아니겠느냐.


- 조동화의 '나 하나 꽃 피어' 일부

가을은 화려한 유혹이 되어 축복처럼 가슴속에 내려앉았다. 그래서 어느 날 문득 삶이 쓸쓸해지면 울긋불긋 아름다운 산길을 걸어 보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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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복처럼 가을이 이쁜 색깔로 내려앉고 ⓒ 김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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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그리움, 그리고 감동의 느낌표 같은 것 ⓒ 김연옥

거망산 정상과 은신치 갈림길에 이르는 길에는 산죽이 많았다. 갈림길서 정상까지 거리는 0.62km. 단풍은 말랐고 늦가을이 연상될 만큼 낙엽도 쌓여 있었다. 아직은 이른 감이 있어도 바스락바스락 낙엽 밟는 소리가 싫지는 않았다.


탁 트인 조망을 즐길 수 있는 구간이 나왔다. 바라다보이는 경치가 이쁘디이뻐서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4년 전 거망산과 이웃한 황석산(1192m) 산행을 했던 추억에 잠시 젖었다. 그러고 보니 인근에 위치한 기백산(1331m)과 금원산(1353m)도 한날에 연계해 산행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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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함양군 거망산(1184m) 정상에서 ⓒ 김연옥

그런데 상상조차 못한 일이 순식간에 일어나 버렸다. 뾰족한 바위를 지나면서 순간 중심을 잃고 1m 정도 아래로 떨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얼굴을 많이 다치고 왼쪽 무릎도 몹시 아팠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왼쪽 다리에 통증이 느껴져도 남들 도움 없이 걸을 수는 있었다.


오후 2시께 거망산 정상에 도착했다. 이곳서 일행들과 점심을 같이하면서 밥이 어디로 들어가는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몸도 아프고 마음도 힘들어서 그런지 지장골 하산길에서 너무도 고달팠다.


그래도 산벗들의 따뜻한 위로 덕에 무사히 하산을 했고, 감사하게도 함양군보건소의 적절한 응급처치를 받게 되어 큰 도움이 되었다.


김연옥 기자(redalert0629@daum.net)

2019.10.30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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