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기부하는 유병재... 대체 왜 '몰래'하지 않고 알릴까

[연예]by 오마이뉴스

[버락킴의 칭찬합시다] 46. 월간 윤종신 못지 않은 월간 유병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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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병재 자료사진 ⓒ 이정민

"이달의 기부 #최재형 #독립운동가 #고려인 #선을넘는녀석들"


코미디언 겸 방송작가 유병재는 지난 17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독립운동가 최재형 기념사업회에 1000만 원을 기부했다는 사실을 알렸다. 유병재는 자신이 출연하고 있는 MBC 예능 프로그램 <선을 넘는 녀석들 리턴즈> 14회에서 다뤘던 독립 운동가 최재형 선생의 삶에 감명을 받고 기부를 결정했다. 연해주에서 활동한 최재형 선생은 독립자금을 대는 한편 항일무장투쟁에 앞장섰던 인물이다.


최재형 선생은 1년에 136억 원의 독립 자금을 지원했고, 안중근 의사를 후원하기도 했다. 일제의 시베리아 출병을 막기 위해 러시아 적군과 함께 전투 중 체포돼 모진 고문을 당했다. 이렇듯 항일투쟁사에 중요한 인물이었지만, 우리 역사는 최재형 선생을 잊어버렸다. 그 안타까움이 유병재의 마음을 움직였으리라. 기부금은 최재형 선생의 뜻을 이어받아 고려인 학생들의 학자금 지원에 쓰일 예정이다.


그런데 유병재의 인스타그램 워딩 가운데 흥미로운 문구가 있다는 걸 눈치챈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바로 '이달의 기부'이다. 그말인 즉슨 달마다 특별한 의미를 담아 기부 활동을 하고 있다는 뜻일 텐데, 실제로 유병재는 지난해 말부터 매월 기부가 필요한 곳을 찾아 힘을 보태고 있다. 한번 기부를 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달마다 기부를 하고 있다니 어떻게 칭찬하지 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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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병재 인스타그램 화면 갈무리 ⓒ 유병재

유병재는 지난해 12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공동 생활시설인 '나눔의 집'에 1000만 원을 기부했고, 올해 1월에는 "받은 사랑 나누기"를 실천한다며 세이브더칠드런에 1000만 원을 기부했다. 2월에는 생리대를 구입할 경제적 여력이 없는 청소년들을 위한 캠페인에 1000만 원을 후원했다. 3월에는 저소득층 미혼모들을 돕기 위해 국제개발협력NGO 지파운데이션에 1000만 원을 지원했다.


유병재의 '이달의 기부'는 이후에도 꾸준히 이어졌다. 유기동물을 위해 자원봉사단체 '유기동물 행복 찾는 사람들'에 1000만 원을 기탁했다. (강원도 산불 피해자들을 위한 기부는 '이달의 기부'와 별도로 이뤄졌다.) 5월에는 가정의 달을 맞아 보육원 아동들을 위한 따뜻한 밥을 짓는 데 1000만 원을 보탰다. 6월에는 학교폭력 피해 청소년들을 돕기 위해 푸른나무 청예단에 1000만 원을 기부했다.


유병재의 기부 씀씀이는 시기에 맞게 사려 깊었는데, 7월에는 쪽방촌에서 거주하는 독거 어르신들이 시원한 여름을 보낼 수 있도록 돕기 위해, 8월에는 아름다운 재단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을 맞아서, 10월에는 사회적 냉대 속에 자라나는 코피노(한국인 남성과 필리핀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 아동을 후원하기 위해 동방시회복지회에 각각 1000만 원씩 기탁했다.


대중음악계에 '월간 윤종신'이 있다면, 기부에는 '월간 유병재'가 있는 걸까. 유병재는 지난 3월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와 가진 인터뷰(2019년 3월 5일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유병재·유규선, 여성청소년 여성용품 지원에 1200만원 기부... "인증 이유는")에서 "언제까지일지는 모르겠지만 가능하면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꾸준히 하려고 노력을 할 것"이라 밝혔다. 그 약속을 지금까지 충실하게 지켜오고 있는 셈이다.


그가 공개적으로 기부를 하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유병재는 "댓글을 보면 '기부는 몰래 하는 게 멋있다'라는 얘기도 있"지만 "조금 덜 멋있더라도 제가 기부한 걸 보고 많은 분들이 함께 해줬으면 하는 마음"이라 설명했다. 그의 마음이 전해지는 것일까. 유병재의 '이달의 기부'가 있을 때마다 해당 단체 등이 화제가 되며 기부가 잇따르는 등 선한 영향력이 발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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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G

처음엔 수줍음 많고 재기발랄할 방송작가로 방송에 얼굴을 내밀었던 유병재는 어엿한 방송인으로 성장했다. MBC 예능 프로그램 <전지적 참견시점>을 통해 인지도를 끌어올린 그는 다양한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더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자신의 장기를 살려 스탠드업 코미디쇼 'B의 농담'을 성공시키며 블랙코미디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


물론 공연 곳곳에서 감지됐던 페미니즘에 대한 비하 및 조롱은 엄연히 비판받아야 할 부분이다. 페미니즘을 개그 소재로 사용하는 건 여전히 그의 사고방식이 기울어져 있다는 것을 방증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유병재의 꾸준한 기부 활동은 분명 칭찬해야 할 일이다. 앞으로 그의 농담도 그의 기부 활동 만큼이나 성숙해지길 바란다.


김종성 기자(transcendme@hanmail.net)

2019.11.25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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