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부부의 가사 분담, 저는 이렇게 합니다

[라이프]by 오마이뉴스

잘하는 걸 잘 하는 사람이 맡기... 요리도 어렵지 않습니다


[70점 아빠 육아]라는 부제를 달고 세 편을 썼네요. 이번에는 '부부의 가사 나누기'에 대해 쓸까 합니다.


외벌이든, 맞벌이든 아내와 남편이 기계적으로 1:1로 가사를 나누어 가사분담을 한다면 삭막할 것 같아요. 실질적으로 그렇게 하기 어렵겠지요. 그런데 우리 부부가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러나 엄청난 융통성이 있답니다. 재테크, 청소&식사, 육아휴직때 일 등으로 이야기하겠습니다.


먼저, 재테크입니다. 맞벌이 경우, 공용의 돈을 모아 고정지출을 내는 분이 많더라고요. 또는 재테크에 관심이 많은 쪽이 살림을 맡아 용돈을 주는 식으로 하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그래야 돈을 모을 수 있다고 하네요. 그 말은 진실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우리 부부는 좀 다릅니다. 서로 돈 관리를 안 하겠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돈을 자유롭게 쓰기로 결정했답니다.


각종 공과금은 모두 제가 다 냅니다. 아파트관리비,가스사용료, 인터넷비용, 정수기렌트비,각종 세금,자동차보험료 등을 제가 다 맡고, 아이들 교육비는 아내가 다 냅니다. 처음 1억 정도 대출을 받아 집을 마련했습니다. 2년마다 나가야 하는 상황이 생겨 집을 구했죠. 작년부터는 좀 더 체계적으로 엑셀 파일에 기록해서 큰 틀에서 관리를 한답니다. 대출금 중 제가 4000만 원, 아내가 3000만 원 이렇게 나누어 3년 상환으로 정했습니다.


명절 때면 양가부모님 용돈을 제가 챙기면 나머지 비용(선물)은 아내가 챙기는 식으로 대화를 하죠. 그 반대인 경우도 있고요. 마트에서 점심을 먹고 아내가 계산하면 마트에 산 물건은 제가 냅니다. 절대적이지 않습니다. 제가 기분이 좋으면 둘 다 낼 때도 있지요. 그 때는 한껏 어깨에 힘을 주고 가부장적 태도로 거들먹거리기도 합니다. 때때로 그 내기 순서를 가위바위보로 결정합니다.


어른애처럼 단판이라는 단서를 꼭 답니다. 안 그러면 삼 세 판을 외치니까요. 또 하나 엥겔 지수가 높습니다. 왜냐하면 더 큰 평수의 아파트보다 현재의 행복과 먹거리가 더 중요하기에 손 떨리지만 피자, 회, 소고기 등을 자주 먹습니다. 주말에는 가능한 외식하고요. 거창하게 경기부양에 일조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음으로 청소와 밥입니다. 주로 제가 장을 봅니다. 육아휴직때는 거의 100% 가까이 했습니다. 통닭, 탕수육, 라조기, 샤브샤브, 월남쌈 등도 만들며 저녁맞이를 했지요. 지금도 생선, 삼겹살, 두부 등 제가 사고 된장국, 미역국, 소고기무국, 콩나물국 등은 제가 끓입니다(물론 아내도 합니다). 적어도 2주에 한 번은 삼겹살 등을 집에서 구워 먹습니다. 굽기 바쁘지만 아내와 아이들 입에 들어가는 모습만 봐도 흐뭇합니다. 저녁 식사를 한 쪽이 설거지를 면합니다. 함께 알콩달콩 했다면 재미삼아 설거지 하기 또 가위바위보를 합니다.


저보다 아내가 야무지게 잘 치워서 화장실 청소를 합니다. 제가 하면 엉성하거든요. 대신 분리수거(음식물포함)는 결혼 이후 거의 100% 제가 담담했습니다. 분리 수거장에서 만나는 아주머니의 부러운 시선을 느낀다면 제가 좀 오바한 것이겠지요.


1년 반 전에 육아휴직때 동네 문화센터에서 제과제빵 강좌를 신청했습니다. 남자는 오직 저 혼자. 배운 것을 익혀야 하기에 각종 빵 재료와 도구를 샀지요. 2년간 잠자고 있던 오븐을 깨웠답니다. 배운 것을 집에서 바로 실습하고 아내와 애들을 기다렸지요. 주말에는 인터넷에서 요리법을 찾아 다른 빵도 만들어 봤습니다.


아들 소풍갈 때 쿠키도 넣어 주고 아파트에서 자주 만나는 할머니에게도 드린 적도 있답니다. 이 글을 읽는 남성분들, 아내를 위해서가 아니라 가족을 위해서 문화센터까지 다니지 않더라도 요리책이나 인터넷 검색해서 요리조리 요리 하나 해 보세요. 재미도 있고 사랑도 듬뿍 받을 거예요. "우리 남편 변했네" 하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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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에 빵과 요리한 것 저장으로 활용. 요리하고 빵 만든 것 찍어서 저장공간으로 밴드를 활용합니다. 멤버는 오직 저하나.가끔 보며 다시 요리해 본답니다. ⓒ 추준우

다섯 살인 우리 딸은 주로 아내가 데려옵니다. 근무처에서 오는 길에 있기 때문입니다. '여보 좀 늦겠어'라는 문자를 보면 제가 가지요. '짠' 하고 딸바보가 딸 앞에 나타날 생각하면 귀찮다는 생각은 멀리 달아나 버립니다.


독자들 중에는 교사, 공무원 부부니까 가능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맞습니다. 정시 출퇴근을 할 수 있는 직업니까요. 특히 한쪽이 돈을 벌고 가사를 전담하는 구조라면 더욱 가사 나누기는 하늘의 별따기지요. 그러나 상황이 여유롭든 어렵든 부부의 대화와 배려의 마음만 있으면 부부의 가사 나누기는 한쪽이 일방적으로 하지 않고 비슷하게 하며 행복한 가사 나눔을 할 수 있습니다.


모두 마음먹기에 달린 것 같아요. 남편분들, 요리 어렵지 않아요. 인터넷 레시피 보고 그대로 따라 해 보세요. 평일에 어렵다면 주말에 한 번 도전해 보세요. "우리 남편 변했네"라고 아내의 눈에 토끼눈을 달아 주세요. 단 주의사항이 있습니다. 너무 자주하면 "오늘은 뭐할 거야?"라고 하며 해바라기가 되어 바라본답니다.


다음 이야기는 '가족보물찾기'로 글을 써 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한 요리 대표작을 자랑합니다. 이 글을 읽는 분 식욕 증진에 도움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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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요리한 것 중 일부? 잡채,오이무침.우렁이쌈밥,통닭&칠리새우,갈치조림,월남쌈 ⓒ 추준우

추준우 기자(cjw61@hanmail.net)

2019.12.17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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