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감성 젊은 작가들의 책 BEST 4

[컬처]by 책식주의

안녕하세요. 책식주의입니다. 부쩍 추워진 날씨 때문인지 괜히 센치해지고 감성부자가 되는 요즘입니다. 딱 겨울로 접어드는 이 시기에 읽으면 좋은 책들을 소개해드리려고해요. 젊은 감각 젊은 작가들의 단편집과 시집 위주로 선정했습니다.

01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박준)

요즘 ‘대세’ 젊은 작가하면 박준 시인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첫 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 며칠은 먹었다』는 8만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시집으로서는 이례적인 기록을 남겼죠. 물론 <비밀 독서단>이라는 프로그램에 소개된 영향이 있기도 했지만, 저는 이 숫자가 박준 시인의 시로 하여금 새롭게 ‘시’를 ‘발견’한 독자층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 상징적인 수치라고 생각합니다. (그중 1인..)

한철 머무는 마음에게
서로의 전부를 쥐어주던 때가
우리에게도 있었다
「마음 한철」 중

크!! 담담하게 읽다가 이렇게 정신 못 차리게 좋은 구절들이 한 번씩 훅하고 들어옵니다.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은 그의 산문집입니다. 두 번째 시집을 내기 전에 발간한 1.5집 같은 책이라고 하는데요, 산문이라고 하지만 수록된 글들은 시와 수필의 중간 즈음에 있습니다. 아름다운 시어와 시적 감성은 그대로 간직하면서 작가가 화자로 등장하여 조곤조곤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수필적 특성도 취하고 있기 때문이죠. 시집에 비해 산문집에서는 박준 시인이 보다 적극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에 인간 박준에 대해서도 보다 깊이 알게 된 느낌입니다.

 

이 산문집에는 아버지, 여행, 강 등 다양한 소재의 글이 수록되어있는데요, 저는 특별히 그가 사랑에 관해 쓴 글들이 좋았습니다.

젊은 감성 젊은 작가들의 책 BEST

사람을 좋아하는 일이
꼭 울음처럼 여겨질 때가 많았다.

일부러 시작할 수도 없고
그치려 해도 잘 그쳐지지 않는.

흐르고 흘러가다
툭툭 떨어지기도 하며.

「울음」 전문

‘사랑’을 이야기할 때 작가의 여린 감성과 풍부한 감수성이 빛을 발하기 때문일까요? 함축적이고 어려운 말을 쓰지 않고, 담담하고 담백하게 이야기하는데 괜시리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스산해진 날씨 탓인지 괜히 옛사랑도 떠오르고 괜히 한 번씩 울고 싶기도 한, 가을에서 겨울로 접어드는 지금 이 시기에 읽기에 더없이 좋은 책입니다.

젊은 감성 젊은 작가들의 책 BEST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저자 박준
출판 난다
발매 2017.07.01.

02 바깥은 여름 (김애란)

등단한지 15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30대인 작가입니다. 22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등단하여 일찌감치 실력을 인정받은 김애란 작가는 이상문학상 대상 역대 최연소 수상자이기도 하죠. 처음 김애란 작가의 첫 단편집 『달려라 아비』를 읽고, ‘이렇게 울림 있는 이야기를 감각적인 문장으로 풀어낼 수 있다니!’하며 충격을 받은 기억이 있어요. 그 후 연이어 출간한 책들이 모두 좋은 평가를 받으며 (첫 장편 『두근두근 내 인생』은 영화화되기도 했죠.) 두터운 팬층도 생겼습니다. 『바깥은 여름』은, 마지막 작품 이후 5년 만에 출간된 단편집입니다. 오랜 공백이 있었지만, 기대를 저버리기는커녕 개인적으로는 여태까지 작품 중 가장 좋았습니다. 20페이지 남짓한 짧은 글 안에 짜임새 있는 스토리를 야무지게 녹여내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면서도 통찰력 있는 문장에도 감탄이 나옵니다. 이를 테면 이런 문장들이요.

강의를 마치고 돌아올 때 종종 버스 창문에 얼비친 내 얼굴을 바라봤다. 그럴 땐 ‘과거’가 지나가고 사라지는 게 아니라 차오르고 새어나오는 거란 생각이 들었다. 살면서 나를 지나간 사람, 내가 경험한 시간, 감내한 감정 들이 지금 내 눈빛에 관여하고, 인상에 참여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것은 결코 사라지지 않고 표정의 양식으로, 분위기의 형태로 남아 내장 깊숙한 곳에서 공기처럼 배어 나왔다.
<풍경의 쓸모> 중

그녀의 단편 소설이 대개 그렇듯, 『바깥은 여름』에 수록된 작품들도 바탕에는 어둠과 슬픔의 정서가 깔려 있습니다. 주로 상실, 이별, 결핍을 소재로 하기 때문인데요,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 혹은 내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기에 더욱 슬프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얼마 전 동인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는데요, 문단의 평가와는 별개로 요즘 책을 추천해달라는 친구들에게 가장 먼저 추천하는 책입니다.

젊은 감성 젊은 작가들의 책 BEST

바깥은 여름

저자 김애란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17.06.28.

03 희지의 세계 (황인찬)

소개하는 작가 중 가장 젊은 작가입니다. 하지만 시를 읽으면 ‘나이가 다 무슨 의미인가’ 싶습니다. 처음에 접한 작품은 그의 첫 시집 『구관조 씻기기』였습니다. ‘밤에는 눈을 감았다 / 사랑해도 혼나지 않는 꿈이었다’라는 구절로 유명한 「무화과 숲」이 수록된 시집이죠. 비슷한 또래 시인의 젊은 감성 때문일까요? 저는 이 시집을 읽고 ‘시’라는 장르에 막연하게 느끼던 거부감과 거리감을 조금이나마 없앨 수 있었습니다. 그 후 읽은 두 번째 시집 『희지의 세계』는 (심지어) 더 좋았습니다.

젊은 감성 젊은 작가들의 책 BEST

너의 아침은 이제 슬픔을 모르고
너의 아침은 이제 사랑하는 것만을 사랑하는 것

너의 아침은 이제 창을 통해 내려오는 빛의 무늬가 잠든 이의 얼굴에 어른거리는 것을 내려다보는 것
그 얼굴에서 너의 가장 큰 기쁨을 발견하는 것

너에게는 아침이 있다

그것은 이제 너의 아침으로부터
두 사람의 아침으로 천천히 이동하는 것

「너의 아침」 중

물론 가끔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을 만나기도 하고, 오독을 하는 구절도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도 시를 읽는 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려운 문장은 되돌아가서 다시 읽고, 좋은 문장은 한 글자 한 글자 새기며 읽고, 다른 사람이라면 그냥 지나칠 문장을 유의미하게 느끼며 읽는 것 말이죠.

 

황인찬 시인의 시는 쉽게 읽힙니다. 하지만 결코 쉽게 쓴 시는 아닙니다. 읽는 이가 상상하고 사유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도대체 ‘시’의 매력이 무엇인지 궁금한 분들이라면, 황인찬 시인의 작품으로 시에 입문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젊은 감성 젊은 작가들의 책 BEST

희지의 세계

저자 황인찬
출판 민음사
발매 2015.09.18.

04 그 개와 같은 말 (임현)

제 8회 ‘젊은작가상’ 대상을 수상한 임현 작가의 첫 단편집입니다. 문단이 주목하는 신인 작가라고 해서 관심을 갖고 읽었는데요, 무엇보다 시니컬하면서도 위트 있는 문장이 취향저격이었습니다. (의도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진지하다가 갑자기 특유의 시니컬한 유머가 섞인 구절이 튀어나와서 종종 풉-하고 뿜기도 했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 때던가, 일기장에 담임 선생님이 “작가의 꿈을 가져보렴” 하고 적어주었는데 책임도 지지 않을 거면서 왜 남의 인생에 함부로 끼어들었는지 모르겠다. 무난하게 외교관이나 변호사가 되라고 했다면 일찌감치 포기했을 텐데, 너무 이른 나이에 진로를 결정해버린 것 같아 후회된다.
<작가의 말> 중

작가의 말을 읽어보면 그것은 작가의 캐릭터인 것 같기도 합니다. 이렇게 솔직하고 가식 없는 캐릭터가 작품에도 그대로 묻어납니다. 수록된 작품들은 주로 불편한 현실이나 감추고 싶은 치부를 들쑤시는 이야기들인데요, ‘이타적 행위는 그 자체로 순수한가?’ ‘누군가를 내 기억에 근거해서 함부로 평가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유의 날카로운 질문을 던집니다.

 

소설집의 제목부터 『그 개와 같은 말』이듯 이 책에선 ‘말’이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작가가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도 인물들의 대사 속에 무심하게 녹아있습니다. 우리가 평소에 무심코 주고받는 말에 녹아있는 인간 본연의 심리를 포착하는 능력이 대단합니다. 젊은 나이임에도 통찰력이 굉장한 작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젊은 감성 젊은 작가들의 책 BEST

그 개와 같은 말

저자 임현
출판 현대문학
발매 2017.10.13.

또 좋은 책 추천으로 찾아오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2017.11.20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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